내셔널리그에서 득점 기계로 불린 김영후부터 가운데 미드필더 안성남, 측면 미드필더 정민무, 가운데 수비수 김봉겸, 문지기 유현에 이르기까지 울산미포조선의 핵심 멤버들은 2009 K-리그 신인선수 선발 드래프트에 원서를 냈다. 그리고 이들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경기에서 감격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최순호 감독이 이끌고 있는 디펜딩챔피언 울산미포조선(2008 전기리그 1위)은 16일 낮 울산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08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 두 번째 경기에서 수원시청(2008 후기리그 1위)을 연장전(1-1) 이후 승부차기 끝에 5-4로 물리치고 연속 우승의 위업을 이뤘다.

 

2009 K-리그, 강원 FC의 주축 선수들은 누구일까?

 

 FW 김영후

FW 김영후 ⓒ 현대미포조선 돌고래축구단

이 경기가 열리기 직전 울산미포조선의 최순호 감독과 관련된 깜짝 소식이 축구계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前 전북 감독 조윤환씨도 거론되었던 K-리그 새내기 구단 강원 FC(가칭)의 초대 사령탑으로 최감독이 낙점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더구나 지난 5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2009 신인선수선발 드래프트 명단에 울산미포조선 선수가 10명이나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묘한 분위기에서 챔피언결정전 2차전이 시작된 것이다.

 

실제로 이 경기에서는 드래프트를 신청한 얼굴 중 여섯 명(울산미포조선 5명, 수원시청 1명)만 나왔지만 최순호 감독의 비교적 편안한 미소 속에서 2009 K-리그 강원 FC의 핵심 선수 몇 명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새내기 팀에게 14장의 드래프트 우선 지명권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울산미포조선의 측면 미드필더 겸 골잡이 김영후가 있었다. 2008 내셔널리그 후기리그(13라운드)에서만 30득점 10도움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긴 김영후는 챔피언결정전 두 경기를 통틀어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특유의 볼 감각 앞에 수원시청 수비수와 문지기는 여러 차례 곤욕을 치러야 했다.

 

경기 시작할 때 왼쪽 측면 미드필더 자리에서 출발하여 가운데 골잡이 역할까지 해낸 김영후는 경기 시작 31분만에 선취골의 기회를 잡기도 했지만 수원시청의 키다리 문지기 김지운의 선방에 걸리고 말았다. 미드필더 김기형이 재치있게 넘겨준 공을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하는 김영후의 감각은 고스란히 K-리그 무대에 옮겨 놓아도 모자랄 것 없는 수준 높은 동작이었다.

 

수원시청 골잡이 하정헌의 선취골(50분)과 울산미포조선 미드필더 김기형의 동점골(58분)로 균형을 이어가던 67분에 김영후는 또 한 번 자신의 유연한 발목힘을 자랑했다. 수원시청 벌칙구역 안쪽에서 오른발로 꺾어준 공은 이를 눈치 채고 달려드는 가운데 미드필더 안성남의 오른발 앞에 자로 잰 듯 연결되었다.

 

어쩌면 'FW 김영후- MF 안성민' 단짝은 최순호 감독과 함께 그대로 강원 FC의 첫 유니폼을 입는 주인공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 장면은 비록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매우 인상적으로 남았다.

 

연장전 30분이 끝날 때까지 1-1의 팽팽한 균형은 깨지지 않았고, 승부차기로 2009 내셔널리그 챔피언이 결정되던 순간, 또 한 명의 드래프트 신청자인 문지기 유현이 빛났다. 먼저 막아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골 라인에 선 울산미포조선 문지기 유현은 수원시청의 네 번째 키커 오정석과 여섯 번째 키커 민경일의 슛을 연거푸 막아내며 2연패의 주역이 되었다.

 

특히, 유현은 승부차기 여섯 번째 키커로 만난 수원시청 수비수 민경일의 오른발 슛이 낮게 깔려 가운데로 올 때 이미 오른쪽으로 중심이 무너졌지만 왼발 끝을 극적으로 내밀어 공을 잡아내는 순발력을 보여주었다. 이 때문에 수원시청 일곱번째 키커 정재운이 부담을 느낀 나머지 오른발 킥을 왼쪽 기둥에 때렸고, 울산미포조선 선수들은 최영남의 마지막 왼발슛이 그물을 흔드는 순간 한꺼번에 달려나가며 웃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들 가운데 몇 명이 최순호 감독과 함께 '강원도의 힘'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경기 직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밝힌, K-리그로 데려갈 수 있는 인원 '4~5명 정도'라는 표현과 실제 이 경기에서 뛴 다섯 명의 드래프트 신청 선수(울산미포조선-김영후, 안성남, 정민무, 김봉겸, 유현)가 공교롭게도 겹쳐지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최순호 감독을 포함하여 기존 K-리그 감독들은 2009 드래프트 신청자 중에서 청소년대표 출신의 미드필더 박종진(일본 J2리그 미토 홀리호크)과 박정혜(일본 J2리그 사간 토스)를 주목하고 있다. 그 뚜껑을 여는 2009 K-리그 드래프트는 오는 20일 오전 10시에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다.

 

유망주들과 구단의 발목을 동시에 잡고 있는 드래프트제가 아직까지 경직된 채 존재하고 있으며, 1부-2부리그 사이의 승강제가 멀어보이기만 하는 한국 프로축구의 구조적 현실을 생각할 때 씁쓸한 늦가을이기는 하지만 2009 K-리그 시즌을 기다리는 강원도민의 꿈을 생각하면 올겨울이 별로 추울 것 같지가 않다.

덧붙이는 글 | ※ 2008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2차전 결과, 16일 울산종합운동장

★ 울산미포조선 1-1(연장전 30분 후 승부차기 5-4) 수원시청 [득점 : 김기형(58분) / 하정헌(50분)]

◎ 울산미포조선 선수들
FW : 차철호(56분↔조성윤), 최종환(56분↔정재석)
MF : 김영후, 김기형(76분↔정민무), 임준식, 안성남
DF : 최영남, 김봉겸, 고범수, 김호유
GK : 유현

◎ 수원시청 선수들
FW : 하정헌(연장1분↔서관수), 한동혁(75분↔박종찬)
MF : 이준영(61분↔박정환), 오정석, 박희완, 신현국
DF : 이수길, 이영균, 민경일, 정재운
GK : 김지운(연장30분↔한태진)

2008.11.17 08:11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08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2차전 결과, 16일 울산종합운동장

★ 울산미포조선 1-1(연장전 30분 후 승부차기 5-4) 수원시청 [득점 : 김기형(58분) / 하정헌(50분)]

◎ 울산미포조선 선수들
FW : 차철호(56분↔조성윤), 최종환(56분↔정재석)
MF : 김영후, 김기형(76분↔정민무), 임준식, 안성남
DF : 최영남, 김봉겸, 고범수, 김호유
GK : 유현

◎ 수원시청 선수들
FW : 하정헌(연장1분↔서관수), 한동혁(75분↔박종찬)
MF : 이준영(61분↔박정환), 오정석, 박희완, 신현국
DF : 이수길, 이영균, 민경일, 정재운
GK : 김지운(연장30분↔한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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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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