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참가 팀구성 문제로 한국 야구계가 시끄럽다.

 

처음 KBO(한국야구위원회)는 WBC 감독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한국시리즈 2연패에 성공한 SK 김성근 감독을 내정했으나 건강상 이유로 고사했다. 또, 2년 연속 준우승팀 두산을 이끌고 이번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쾌거를 이룩한 김경문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이 WBC 한국대표팀을 이끌어야 한다며 일찌감치 발을 뺐다. 다른 프로팀 감독들도 지난 WBC 4강 진출과 올림픽 우승으로 기대치가 잔뜩 높아진 한국 팬들을 의식하며 잘해봤자 본전인 WBC 감독직을 기피하는 태도를 취했다.

 

결국 KBO는 지난 2006년 WBC 4강을 이끌었던 한화 김인식 감독을 선임했고 김 감독은 감독급 코치진 구성, 선수 선발에 관한 구단들의 전폭적 협조 등 조건부로 감독직 제의를 수락했다. 그러나 코치진 구성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각 구단 감독들이 구단 사정을 들어 코치진에 합류하는 것에 난색을 표했다.

 

뿐만 아니라 선수진 구성에 있어서도 투타에 있어 주축이며 상징적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이승엽, 박찬호 선수가 이미 개인들의 처지를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다. 앞으로도 선수단 구성에 있어서 어떤 난관에 부닥칠지 모를 일이다.

 

이러다 보니 프로 구단들과 감독, 선수들에 대한 야구 팬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애국심은 간 데 없고 너무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2006년 WBC 4강 진출과 2008베이징올림픽 쾌거로 국내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져서 그 성과로 500만 관중 시대가 열렸다. 이번 WBC의 좋은 성과는 또 다시 국내 프로야구의 인기를 높이고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인데 당장 목전의 자기 이익에만 몰두한다는 것이다.

 

WBC는 결코 '야구월드컵'이 아니다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시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리그 한국 대 일본전에서 2대 1로 승리한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태극기를 든 채로 운동장을 돌면서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시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리그 한국 대 일본전에서 2대 1로 승리한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태극기를 든 채로 운동장을 돌면서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2006년 3월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시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리그 한국 대 일본전에서 2대 1로 승리한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태극기를 든 채로 운동장을 돌면서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주성

확실히 지난 WBC 때는 사령탑부터 선수진까지 최고의 팀을 꾸렸다. 사령탑에는 김인식 감독을 주축으로 코치진에 선동열 감독, 김재박 감독 등 프로팀의 감독들로 막강 사령탑을 구성했다. 선수단으로 박찬호, 서재응, 최희섭 등 메이저리거들과 일본에 진출한 이승엽 등 해외파 및 국내의 최고 선수들로 팀을 구성했다. 최고의 팀 구성과 잡음 없이 단합된 분위기가 4강 신화를 이룩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야구계에서의 논란과 국내 야구팬들의 기대는 무엇보다 WBC의 위상에 대한 특별한 판단에 기초해 있다. 말하자면 축구에서 월드컵이 프로, 아마추어를 가리지 않고 국가별로 최고의 팀을 가리는 대회인 것처럼 WBC야말로 이에 버금가는 야구 월드컵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런 오랜 역사도 없고 야구가 축구처럼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참가팀은 제한되지만 최고 선수들이 뛴다는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기 때문에 그렇게 판단해도 무리가 없을 수 있다.

 

그런데 정말 WBC는 축구월드컵에 비견되는 야구월드컵이라고 할 수 있고 국가적 영광을 드높이는 대회라고 할 수 있을까?

 

엉망된 경기운영, 메이저리그 욕심의 당연한 결과

 

WBC의 주최자는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이다. WBC 대회는 기획에서부터 세부적인 행사계획과 규칙까지 모두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정했다. 알다시피 지난 대회에서 우리는 일본에 두 번이나 이기고도 세 번째에 져서 결승 진출이 좌절되었다. 터무니없는 대진 규칙 때문이었다.

 

통상적으로 두 개 조가 각각 조별 리그를 거친다면 한 조의 1위가 다른 조의 2위와 크로스 방식으로 맞붙어서 여기의 승자들끼리 결승전을 벌이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지난 WBC 대회에서는 같은 조 1·2위끼리 맞붙어서 각 조의 승자가 결승전을 치르는 이상한 방식을 채택했다. 이것뿐만 아니다. 투수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한 투수 당 한 경기 투구 이닝 수를 3회로 제한하는 등 엉뚱한 규칙도 동원했다. 또한 수차례에 걸친 터무니없는 편파 판정도 대회의 질을 떨어뜨렸다. 

 

물론 조 편성도 메이저리그에서 마음대로 짰다. 사실 지난 WBC 대회는 우승 후보 미국이 도미니카공화국(많은 메이저리거들이 포진해 있음), 쿠바 등 중미 야구 강국들과 결승에서만 맞붙도록 하기 위해 짜여졌다. 결과적으로 주최 측의 뜻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결국 따지고 보면 지난 대회는 순전히 미국 메이저리그의 영광과 상업적 이해를 노린 대회로 기획되고 개최된 것이다.

 

축구 월드컵이 프리미어리그나 분데스리가에서 주최하는 것이 아니라 FIFA에서 주최하는 대회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국가나 특정인사가 대회진행과 관련하여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한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WBC는 전혀 축구월드컵과 비견될 수 있는 대회가 아니다. 물론 WBC도 이번 대회에서는 대진 방식이나 진행 규칙에 있어서 일정한 변화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질이 바뀌는 것은 전혀 아니다.

 

 일본팀과 WBC 준결승전이 열리는 19일 낮 수만명의 시민들이 서울광장에 모여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일본팀과 WBC 준결승전이 열린 지난 2006년 6월 19일 낮 수만명의 시민들이 서울광장에 모여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메이저리그의 상업적 이해에 휘둘릴 필요 없어 

 

문제는 오히려 이런 대회에 우리가 너무 극성스럽게 대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실제로 지금처럼 명실공히 국가대표라고 할 수 있는 최고의 팀을 꾸리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이게 제대로 되지 않아 내홍을 겪고 그 결과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한다면 그 후유증도 클 것이다. 그리고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벌써부터 일정하게 그런 조짐도 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처음부터 WBC 대회에 대한 태도를 바꾼다면 어떨까?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미국 메이저리그의 하부리그도 아니지 않는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바라는 것은 메이저 리거들의 활약을 중심으로 국가별로 대충 순위가 매겨지는 것일 것이다.

 

비약일지 모르지만 그들의 바람이 온전히 이루어진다면 어쩌면 일본 프로야구는 3부 리그, 우리는 4부 리그처럼 모양새가 갖춰질지도 모를 일이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은 대단한 영광일 수 있지만 국내에 남은 선수들은 초라해질 것이다. 메이저리그를 시청하는 팬들은 수준 높은 팬들이 될 것이지만 국내 프로야구팬은 반대가 될 것이다. 당연히 케이블 TV 방송들은 비싼 중계권료를 지불하고라도 메이저 리그를 중계하려고 할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고교야구가 인기 있을 때가 있었다. 물론 당시에도 대학 야구나 실업 야구 등 성인 야구가 있었다. 그럼에도 고교 야구가 단연 인기가 높았던 것은 애교심, 애향심 등 우리나라 야구팬들의 독특한 정서에 기인한 바가 크다. 오로지 최고의 실력만이 최고 인기의 비결은 결코 아니다. 

 

정말 최고의 팀을 꾸려야 한다면 각 나라 야구협회들의 총의에 의해 새롭게 국제대회가 만들어질 때 꾸려도 충분하다. 오히려 지금의 WBC 대회라면 사령탑 및 선수단 구성에 대한 일정한 원칙을 확립해서 혼란을 피할 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원칙은 한국시리즈 우승 팀을 중심으로 타 구단 선수들을 조금 더 보완하여 선수단을 꾸린다거나 아니면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아시아 시리즈에 나가므로 준우승팀을 중심으로 꾸린다거나 하는 정도가 바람직할 것이다.  

2008.11.14 09:23 ⓒ 2008 OhmyNews
WBC 메이저리그 김인식 프로야구 야구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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