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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암 가는 길. 선암사에서 송광사 넘어가는 길에 천자암 가는 길이 나온다.
 천자암 가는 길. 선암사에서 송광사 넘어가는 길에 천자암 가는 길이 나온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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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가는 산길

조계산(曹溪山)이 품고 있는 송광사와 선암사는 너무나 유명한 절이다. 그래서 양 사찰을 넘어 다니는 등산로는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 길이다. 그 등산로에서 조금 벗어나면 천자암(天子庵)이 있다.

천자암에는 곱향나무 쌍향수(雙香樹)가 있다. 쌍향수를 보기위해 천자암으로 향했다. 천자암 가는 길은 순천 송광면 이읍마을에서 차로 올라갈 수도 있다. 하지만 가을이 가득 찬 산길을 걷고 싶다.

송광사와 선암사의 중간지점인 보리밥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가파른 산길을 올라섰다. 가을을 가득 품고 있는 산길은 노란빛을 내며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11월인지라 벌써 해는 산마루에 걸리고 힘을 잃어간다. 천자암 1.6㎞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산허리를 타고 돌아가는 길은 등산객들이 많이 찾지 않아 조용하기만 하다. 가끔씩 보이는 붉은 단풍은 나의 눈을 즐겁게 한다.

가을이 깊어가는 산길
 가을이 깊어가는 산길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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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두 마리의 용을 보는 듯

한적한 숲길을 쉬엄쉬엄 걸어가니 어느새 내려가는 길이다. 내려가는 길은 양편으로 조릿대가 잘 자라 싱그러움이 넘친다. 얼마 내려오지 않아 임도와 만나고 천자암이 보인다. 아니 천자암보다는 커다란 향나무가 보인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천자암을 찾은 이유가 순전히 곱향나무 때문이기에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점점 다가갈수록 크게만 보이는 나무, 두 그루가 다정하게 서있다. 신기하기만 하다. 똑같은 기울기로 비슷한 굵기의 나무는 커다란 기둥을 감고 올라가는 넝쿨 같이 느껴진다.

커다란 두 마리의 용을 보는 듯하다. 쌍향수를 이리저리 올려다보며 한참을 구경한다. 어떻게 저런 모습으로 800년 세월을 보냈을까? 두 그루의 향나무는 너무나 다정하게 나란히 서있다.

800년을 다정스럽게 서있는 향나무 두 그루. 천연기념물 제88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나무의 크기는 높이 12.5m이며 흉고둘레는 3.98m, 3.24m이다.
 800년을 다정스럽게 서있는 향나무 두 그루. 천연기념물 제88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나무의 크기는 높이 12.5m이며 흉고둘레는 3.98m, 3.24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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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향수의 웅장한 모습
 쌍향수의 웅장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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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국사가 중국에서 짚고 온 지팡이

이 쌍향수에는 고려시대 보조국사(普照國師)와 담당국사(湛堂國師)가 중국에서 돌아올 때 짚고 온 향나무 지팡이라는 전설이 내려온다. 이곳에 나란히 꽂아 놓은 지팡이는 뿌리가 내리고 가지와 잎이 나서 자랐다고 한다.

담당국사는 왕자의 신분으로 보조국사의 제자가 되었는데, 나무의 모습이 한 나무가 다른 나무에 절을 하고 있는듯하여 예의바른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나타내는 모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한 한손으로 밀거나 여러 사람이 밀거나 한결같이 움직이며, 나무에 손을 대면 극락(極樂)에 갈 수 있다는 전설이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나무를 만져보고 싶다. 하지만 천연기념물 제88호로 지정되어 울타리 안에 갇혀있다. 울타리는 들어가지 말라고 쳐 놓은 것으로 알아야겠다. 아쉽기만 하다.

쌍향수 뒤태
 쌍향수 뒤태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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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향수 기둥 부분. 곱향나무는 향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침엽교목(常綠針葉喬木)으로서 학명은 Juniperus chinensis Linne이다. 보통 높이 8m, 지름 20cm에 달하고 수관이 비짜루처럼 되며 수피가 세로로 얕게 갈라진다.
 쌍향수 기둥 부분. 곱향나무는 향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침엽교목(常綠針葉喬木)으로서 학명은 Juniperus chinensis Linne이다. 보통 높이 8m, 지름 20cm에 달하고 수관이 비짜루처럼 되며 수피가 세로로 얕게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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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가지가 부러지고 잎이 말라간다.
 한쪽 가지가 부러지고 잎이 말라간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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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살아갈 수 있을까?

오랜 세월 살아오는 동안 향나무는 무척 아픈 듯 보인다. 성한 곳보다는 치료받은 곳이 더 많아 보인다. 커다란 가지 하나는 부러졌으며, 말라가는 작은 가지도 보인다. 처음에는 웅장하게 보이더니 이제는 안타깝게 보인다. 얼마나 더 살아갈 수 있을까?

향나무 바로 아래 커다란 석조에 약수가 있다. 물 한바가지를 가득 떠서 먹었다. 너무나 담담하다. 천자암도 너무나 조용하다. 절집은 신발이 가지런히 놓인 채 문을 닫고 있다. 조용히 암자를 내려온다. 산사를 감싸고 있는 파란 하늘은 높기만 하다.

천자암 풍경
 천자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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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닫힌채 조용한 산사
 문이 닫힌채 조용한 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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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 돌아본 풍경
 내려오는 길에 돌아본 풍경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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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천자암 찾아가는 길은 순천 송광면 소재지에서 이읍마을로 올라가는 길이 있습니다. 차는 주차장까지 좁은 시멘트길로 올라가며, 주차장에서 10분정도 걸으면 천자암이 나옵니다.



태그:#쌍향수, #천자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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