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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군인 신분인 법무관 7명이 지난 7월 국방부의 불온서적 23종 선정이 행복추구권·학문의 자유·양심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22일 오후 헌법소원을 내 파문이 일고있다.

국방부는 이날 밤 차관 주재로 긴급회의를 여는 등 발칵 뒤집혔다. 그리고 법무관들이 항명을 했다며 징계를 내릴 태세다. 그러나 이번 헌법 소원의 소송 대리인인 최강욱 변호사는 23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항명·징계 운운은 한마디로 법과 기본권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한 무식한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군인은 위헌적인 명령이나 지시에 복종해야 할 의무가 없다"며 "위헌이나 위법한 명령에 복종하면 위법이다. 복종하지 않는 게 맞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 자신도 지난 2005년 5월 소령으로 예편한 법무관 출신이다.

"군인은 위헌적인 명령에 복종할 의무 없다"

최강욱 변호사(전 군검찰 고등검찰부장 대리) ,
 최강욱 변호사(전 군검찰 고등검찰부장 대리) ,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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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변호사는 불온 서적 23종 선정이 왜 위헌인지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헌법 어디에도 기본권 적용과 관련해 군인은 예외라는 조항은 없다. 군인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본권의 주체"라면서 "국방부는 군인복무규율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대통령령으로 국민의 기본적인 헌법상 권리를 제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국감 때 불온 서적 선정이 논란이 되자 '군인들은 (기본권 제약을) 감수해야 한다', '군인은 특별권력 관계에 있다'는 식으로 답했다. 이에 대해 최 변호사는 "특별권력 관계란 군인은 기본권을 제약받아도 된다는 나치 시절의 이론"이라며 "국방부가 아직도 낡은 이론을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군인이 목숨을 걸고 수호해야 하는 국가의 요체가 바로 헌법 질서다, 군인들은 다른 어떤 조직보다 더 헌법 정신을 지켜야 한다"며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군인은 헌법이나 법률로부터 예외적인 존재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법무관이 나선 이유에 대해 그는 "법무관의 존재 이유 자체가 군대 안에서 헌법적인 가치를 지키고 법치주의를 구현하기 위함"이라며 "'국민과 함께하는 튼튼한 국방'을 자랑하는 국방부도 국민 일반의 정서와 떨어지는 일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최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요약한 것이다.

"군인 기본권 제약은 나치시절 유행한 이론"

- 현역 군인들인 법무관이 이번에 헌법소원을 내게 된 까닭은?
"국방부에서 시대착오적인 행동을 했다. 이른바 불온서적 23권을 선정한 것에 대해서는 지난 8월 국가인권위에서도 '헌법정신에 맞게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불온 서적 선정은 군인들의 기본권을 제약할 수 있다. 더 문제는 군인을 기본권을 당연하게 제약받는 존재로 취급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헌법 어디에도 기본권 적용과 관련해 군인은 예외라는 조항은 없다. 군인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본권의 주체다. 법에 정해진 사유가 있지 아니하면 기본권이 제약받아서는 안 된다. 한편으로 이번 사건이 군인도 기본권의 주체라는 점을 확인받을 기회라고 생각해서 나서게 됐다."

- 국방부는 군인복무규율을 내세운다.
"군인복무규율은 대통령령으로 국민의 기본적인 헌법상 권리를 제약할 수 없다.

군 인사법을 내세울 수도 있는데… 현재 복무에 관한 사항이 대단히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하위 법률에 위임할 때는 좁은 범위를 위임해야 하는데 포괄적으로 위임해서 위헌이다."

- 헌법소원을 낸 법무관들은 평등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군인들을 시민들과 다르게 보고 제약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다. 국방부는 우리 군인들이 세계적으로 가장 자질이 우수한 인력이라고 자랑한다. 그런데 이런 군인들에게 어떤 책을 읽지 말라고 강제하는 것은 군인들의 인격과 수준을 모욕한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군인들이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다고 규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불온 서적 23종 가운데는 일반 대중들이 많이 읽어 베스트셀러가 된 책도 들어있다. 그런데 국방부는 이런 책에 반미·북한찬양·좌경 딱지를 붙였다. 이는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무시한 것이다."

- 불온 서적 23종 선정은 국감 때도 논란이 됐다.
"당시 의원들도 비판적으로 질의했는데, 국방부는 '군인들은 이를 감수해야 한다', '군인은 특별권력 관계에 있다'는 식으로 답했다. '특별권력관계'란 나치 시절에 유행한 것으로 군인·교도소 수감자·학생들은 법에 근거가 없어도 기본권 제약을 감수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는 헌법 위반이라고 이미 오래 전에 결론났다. 국방부는 낡은 이론을 강변하고 있다."

"군대 안에서 헌법적 가치 지키는 게 법무관 존재 이유"

- 현역 신분인 법무관들이 나선 것부터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법무관의 존재 이유 자체가 군대 안에서 헌법적인 가치를 지키고 법치주의를 구현하기 위함이다.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조용히 의무 복무 기간만 채우는 것은 비겁하다. "

- 이번 일로 군 내부 충격이 큰 것 같다.
"군대가 상식에 벗어난 일을 해도 가만히 놔두니까 잘못된 사고 방식이 그대로 내려왔다. 군인은 단지 영토라는 땅만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군인은 국가를 목숨을 걸고 수호해야 한다고 하는데 지키려고 하는 국가의 요체가 무엇인가? 바로 헌법 질서다. 군인들은 다른 어떤 조직보다 더 헌법 정신을 지켜야 한다.

이런 인식이 없어서 가장 피해를 끼친 군대가 바로 나치 군대다. 2차대전 뒤 독일 군대가 재건되는 과정에서 군인을 '제복을 입은 시민'이라고 규정했다. 군인은 시민이다. 군대가 지키는 것은 헌법적인 가치·민주적 기본질서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군인과 군대를 마치 헌법이나 법률로부터 예외적인 존재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난 2004년 12월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에서 보직해임된 뒤 국방부 브리핑룸에 선 최강욱 변호사(오른쪽)
 지난 2004년 12월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에서 보직해임된 뒤 국방부 브리핑룸에 선 최강욱 변호사(오른쪽)
ⓒ 연합뉴스 진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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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는 헌법 소원을 낸 법무관을 징계할 태세다.
"기본권을 침해당했다고 생각해 판단을 요구하면서 헌법소원을 낸 것인데… 한마디로 법이나 기본권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한 무식한 발상이다. 국방부에서 그렇게 나올 것으로 예상은 했다. 그러나 설사 징계를 해도 결국 무효가 될 것이다."

- 국방부 쪽에서는 '항명'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군인은 위헌적인 명령이나 지시에 복종해야 할 의무가 없다. 위헌이나 위법한 명령에 복종하면 위법이다. 복종하지 않는 게 맞다. 항명은 정당하고 합헌적인 명령을 거부했을 때만 성립가능하다. "

- 혹시 법무관들에게 벌써 어떤 압력이 가해지지는 않았나?
"외부에서는 군대에서 바로 법무관들을 잡아갈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그렇게는 못할 것이다. 상대가 법무관이기 때문에 국방부도 법적 검토를 할 것이다. 법적 검토를 해보면 국방부가 잘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알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군 법무관으로 있을 때인 2001년 헌법소원을 내어서 2004년 위헌 결정을 받았다. 군법무관 임용법을 보면 처우를 판검사와 동일하게 하도록 되어있는데 50년이 지나도록 이를 위한 시행령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헌법소원을 냈는데 결국 위헌결정을 받았다. "

- 일부에서는 가장 기본권 제약을 많이 받는 사병들이 아니라 왜 장교들이 나섰냐고 비난할 것 같은데….
"나서지도 못하게 입을 꼭꼭 막아놓고 나서 왜 못 나서냐고 하는 것은 비겁하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군대에도 상식이 통해야 된다. 국방부 현판에 '국민과 함께하는 튼튼한 국방'이라고 써있다. 이런 국방부가 국민 일반의 정서와 떨어지는 조치를 안 했으면 좋겠다. 베스트셀러라면 일반적으로 국민으로부터 객관적으로 검증을 받은 책이다. 이런 책을 군인들에게 못 보게 막는 것이 과연 국민과 함께 하는 길이 될 것인지, 아니면 더 멀어지는 길이 될 것인지 판단해 보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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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헌법소원, #법무관, #최강욱, #불온서적,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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