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귀향 기원 위령비'가 경남 사천시 서포면 외구리 체육공원에 세워져 있었을 때 모습.
 '귀향 기원 위령비'가 경남 사천시 서포면 외구리 체육공원에 세워져 있었을 때 모습.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지난 5월, 일본 여배우 구로다 후쿠미씨 등 일본인들이 일본 가미카제(神風) 특공대원으로 전사한 탁경현(1920년생, 창씨개명 光山博文) 등을 기리는 '귀향 기원 위령비'를 경남 사천에 세우려다 광복회 등의 반발로 철거된 가운데, 최근 일본측이 재건립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위령비는 사천시가 터를 제공하고 일본 여배우 구로다 후쿠미(52·黑田福美)씨가 비용을 지원해 경남 사천시 서포면 외구리 체육공원에 세워졌고 지난 5월 10일 제막식을 열 예정이었으나, 광복회 경남지부와 사천진보연합의 반대로 무산됐다.

광복회 등이 반발하자 사천시는 5월 13일, 위령비를 철거해 사천시 곤양면 용화사에 보관해 오고 있다. 현재 위령비는 3부문(비문, 삼족오, 기단)으로 분리돼 용화사 빈 터에 보관돼 있으며 훼손을 막기 위해 두꺼운 천으로 감쌌다.

용화사 주지 현담 스님은 "사천시에서 철거한 뒤 마땅히 갖다 놓을 곳이 없어 제안하기에 승낙했다"면서 "용화사와 특별한 인연이 있어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니며, 더군다나 용화사에 세우려고 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재건립 요청하는 일본 언론사와 인사들

한편, 위령비 철거 후 일본 언론사와 인사들이 계속해서 재건립을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TV>와 <남일본TV>가 지난 6월 이후 최근까지 세 차례나 용화사를 방문해 취재했으며, 일본의 한 신문도 취재했다.

현담 스님은 "일본 언론들이 취재를 와서 하는 말이 '다시 세우면 안되겠느냐'는 말을 하더라"면서 "그래서 인터뷰 때도 한국사람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고, 과거 선조들이 일본에 의해 많은 피해를 입었고 지금도 독도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위령비 건립에는 홍종필 동경대 교수가 앞장 선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에도 그가 재건립을 바라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담 스님은 "홍 교수가 오는 10월 24일경 일본의 한 방송국이 용화사에서 생중계하는 계획이 잡혀 있다고 했다"면서 "위령비를 다시 세우기 위한 압박용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홍종필 교수는 최근 일본 불교계 잡지 <금불>에 "위령비 설치는 한일간 문화교류를 위한 가교 역할과 평화구축을 위해 세웠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오는 11월14~17일 사이 일본에서 세계불교도대회가 열리는데, 불교 신자인 후쿠미씨와 홍 교수가 위령비 문제를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측은 현담 스님한테 세계불교도대회에 참석해 철거과정을 설명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조만간 초청장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광복회 "위령비 다시 세워서는 안 된다"

지난 5월 철거되었던 '귀향 기원 위령비'는 현재 경남 사천 용화사에 보관되어 있다.
 지난 5월 철거되었던 '귀향 기원 위령비'는 현재 경남 사천 용화사에 보관되어 있다.
ⓒ 뉴스사천

관련사진보기


현담 스님은 "일본 불교계에서도 위령비 문제에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세계불교도대회에 참석하는 문제를 혼자 결정할 수 없고, 사천시와 한국 불교계 종단과도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측에서는 비문에서 '탁경현'이라는 부분을 삭제하고 '사천 출신 태평양전쟁 희생자'라는 문구를 넣어 다시 세우자는 제안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재건립과 관련해 공식적인 제안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담 스님은 "지난 번에 위령비를 절로 가지고 올 때도 반대하는 신도도 있었다"면서 "위령비를 세우는 문제는 신도들과 논의해 봐야 하고, 관리나 부지 문제도 있어 간단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광복회 경남지부 관계자는 "위령비를 다시 세워서는 안 된다"며 "비문 문구를 수정하자는 이야기는 지난번에도 나왔는데, 찬성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일본 사람 특유의 수법이 교묘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위령비는 고승관 홍익대 교수가 디자인했는데, 당시 위령비 옆면에는 1945년 5월 11일 전투기를 몰고 가고시마 기지에서 출격, 전사한 탁경현(당시 25살)의 약력이 새겨져 있었다. 사천 출신인 탁경현은 일본 입명관(리쓰메이칸)중학교와 교토약학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육군항공대에 입대해 가마카제에 차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그:#가미카제, #위령비, #사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