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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이름난 해장국, 고추기름으로 인해 육개장스러운 맛이 난다. 하지만 보기보다 자극적이진 않다
▲ 미풍해장국 제주에서 이름난 해장국, 고추기름으로 인해 육개장스러운 맛이 난다. 하지만 보기보다 자극적이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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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3국을 대표하는 조리기구는 각각 그 나라의 식문화를 관통한다. 일본의 칼은 사시미를 대변하고 중국의 프라이팬은 볶음요리를 대변한다. 우리의 냄비는 다양한 국물요리를 만들어냈다.

이는 또 각 나라의 자연환경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본은 섬나라답게 수산물이 풍부하여 자연스레 회 문화가 발달되었다. 중국에서 볶음요리가 발달했다는 것은 그들의 수질이나 토양이 그리 깨끗하지 못하다는 얘기가 된다. 기름 앞에선 웬만한 잡내와 잡맛은 한 수 접고 들어가야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 문화가 발달하였는데 이는 우리의 수질이 우수하였다는 방증이다. 예로부터 아름다운 금수강산은 달리 있는 말이 아니다. 남한이야 난개발로 인해 그 말이 무색하게 되었지만, 북한의 금수강산은 가히 세계적이라 할 만하다(바위에 새겨놓은 김일성 어쩌고 저쩌고 하는 낙서는 빼고).

이 땅의 맑은 물로 만든 우리의 국 문화는 다양한 음식으로 탄생되었다. 대표적인게 바로 국밥이다. 국밥은 우리의 식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국과 밥, 김치가 반드시 구성되는 음식이다. 그래, 우리 식문화의 엑기스라 해도 무리는 아니다.

따라서 국밥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서를 대변한다. 지난 대선에서 모 후보가 국밥 먹는 장면을 광고로 내보낸 것도, 자신의 특권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서민의 정서를 파고들기 위해서이다. 가식의 결정판이지만 한편으론 그 정도로 우리 국민과 국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국밥이라고 다 같은 국밥이 아니다. 각 지역마다 독특한 국밥문화를 형성해왔다. 병천의 순대국밥, 부산의 돼지국밥, 전주의 콩나물국밥, 서울의 해장국 등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제주의 국밥은 어떨까?

국물이 많은 건 제주음식의 특징이기도 하다
 국물이 많은 건 제주음식의 특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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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섬답게 제주만의 독특한 식문화를 추구해왔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이북식과 일식의 조합같은 느낌이다. 간이 세지 않고 식재료 고유의 맛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조리한다. 특히 무침이나 김치 등 음식마다 국물이 흥건한게 특징이다.

제주만의 독특한 맛! 미풍해장국

국물이 특히 시원한건 배추속대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국물이 특히 시원한건 배추속대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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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국밥을 맛보기 위해 찾아간 곳은, 공항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미풍해장국(신제주점). 본점은 따로 있다. 꽤 소문난 업소인지 이른 아침인데도 손님들이 제법 많았다. 

해장국을 주문했더니 바구니에 담긴 고추와 간마늘, 된장, 깍두기가 차려진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별 특색 없는 구성이나 깍두기에 국물이 많은 게 역시 제주스럽다.

해장국이 나왔다. 뻘건 국물이 제법 식욕을 당긴다. 매콤할 것이란 짐작은 국물 한 술 뜨는 순간 반전이 되고 만다. 이 역시 제주스럽다. 풍미는 육개장의 그것과 비슷하나 자극적이지 않아 이른 아침 속풀이 해장국으로 아주 그만이다.

내용물을 살펴보니 배추속대와 콩나물이 넉넉하게 들어있다. 시원함의 비결은 콩나물과 배추속대에서 우러난 맛이 아닌가 싶다. 선지도 들어가 맛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흑돼지고기와 소고기가 들어가 있다
 흑돼지고기와 소고기가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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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제주만의 해장국스런 식재가 들어있었다. 바로 제주도명물 흑돼지고기와 한우수육이 그것이다. 도시에서처럼 형식적으로 든 고기가 아니라 고기 씹는 맛을 느끼게 해줄 정도로 크기가 있었다.

술술 한그릇 비우고 나니 거북하지도 않다. 좋은 식재를 이용한데다 조미료도 별로 들어가지 않아 그런가보다. 해장국 먹으러 제주까지 갈 일은 없겠지만, 제주까지 가서 그 맛을 비켜온다면 두고두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새벽 일찍 문을 열고 오후 3시 무렵에 닫는다고 하니 맛을 보려면 서둘러야 하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해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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