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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해룡면에 공급된 규산질 비료가 한 마을 앞 도로가에 쌓여 있다.
▲ 규산질비료 순천시 해룡면에 공급된 규산질 비료가 한 마을 앞 도로가에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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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농사의 보약인 규산질비료 공급이 전면 중단됐다. 순천시는 지난 9월 26일 해룡면농민회가 제기한 규산질비료의 중금속 함유 의혹 및 피부 가려움증 호소 등에 대해 일단 공급을 즉각 중단시키고, 성분검사를 의뢰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다음날인 27일에는 규산질비료 생산업체인 제철세라믹(광양소재) 업체 관계자와 순천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 농민들이 현장점검을 벌여 입상(粒狀:알갱이모양) 제품에 대해 현장설명회를 갖고 농민들이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 향후 분석검사결과에 따라 추후 배포여부를 농민들과 협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2001년부터 농민들 후유증 하소연

규산질비료 공급은 1965년부터 논의 토양 비옥도를 높여 쌀 생산량 증대를 위해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시작했다. 국내 토양은 산성성분이 강해 규산질비료를 통해 농지를 알칼리성분으로 중성화시켜 병충해예방과 재해경감, 각종 유해성분 중화기능 등 생산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산성토양 및 유효규산 함량이 낮은 농경지의 토지개량을 위해 국비80%, 도비 10%, 시군비 10%을 투입, 농협중앙회를 통해 농민들에게 규산질비료를 무상 공급해왔다. 매년 농민들에게 살포를 권장하지만, 농민들은 살포할 때마다 피부가 가렵거나, 쑤시다며 후유증을 호소해왔다. 일부 농민들은 살포하지 않고 그냥 방치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같은 시비가 올해만은 아니다. 2001년 곡성군에 이어, 지난해 3월 해남군에서도 당시 공급된 (주)효석 업체의 입상제품에 대해 부적합한 재료라며 공급을 거부해 결국 회수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또 올해는 순천과 같은 제철세라믹으로 바꿔 공급됐지만 역시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3월에 이어 올 9월 초 전라남도의회 임시회에서 농수산환경위 김병욱 도의원(해남2)은 규산질비료의 품질문제를 다시 거론하며 전량회수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집행부의 의지가 부족하고 농민복지는 뒷전”이라고 비난했다.

올해 전남지역에 공급된 토지개량제의 물량은 10만4천145톤. 이중 규산질비료는 6만3천979톤이고 석회석비료가 4만166톤이다. 순천시에만 공급되는 규산질비료의 물량은 3,431톤에 3억5천여만원의 예산이 투입됐고, 순천시부담액(10%)은 3천5백여만원이다.

각 시군이 요청한 물량을 보면 영암군이 1만232톤으로 가장 많고, 신안군이 9,424톤, 해남군이 9,352톤 순. 전남동부권의 경우 광양시가 1,199톤, 구례군이 1,670톤, 고흥군이 6,532톤, 보성군이 3,254톤이고 여수시는 신청물량이 없다.

지난해 해남군에서 문제가 됐던 제품의 제조업체는 (주)효석(광양소재)이었고, 이번 순천시 공급업체는 광양의 제철세라믹이다. 전국에서 7개 업체가 농협을 통해 규산질비료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공급한 제품을 살펴보니 분말형태의 날카로운 조각이 육안으로 확인됐다.
▲ 규산질비료 지난해 공급한 제품을 살펴보니 분말형태의 날카로운 조각이 육안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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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공급된 규산질비료가 한 농가의 입구에 방치되어 있다.
▲ 규산질비료 지난해 공급된 규산질비료가 한 농가의 입구에 방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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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농협중앙회 원료사용금지 통보

규산질비료는 입상(알갱이)과 사상(모래모양의 작은입자)제품으로 구분되는데, 사상제품의 경우 유리로 보이는 작은 조각과 날카로운 비늘이 발견돼 입상제품만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해남군의 경우 입상제품에서 사상제품의 입자가 발견돼 문제가 됐던 것.

지난해 10월 농협중앙회는 규산질비료의 원료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됨에 따라 규산질비료의 원료로 공급되는 건슬러지와 분화슬래그 등 STS슬러지를 사용하지 말 것을 계약업체들에게 통보했다.

규산질비료는 제철소에서 철광석을 가공해 철을 생산하고 남은 산업폐기물로 가공한다. 농민들은 산업폐기물로 비료를 가공한 것은 친환경농업에 역행하고, 지역 청정이미지를 저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입상제품을 살펴보면 제조업체에서 규소성분이라고 주장하는 바늘처럼 날카로운 광물질(유리처럼 투명)이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할 정도다. 농민들은 이 물질이 장갑을 사용해도 손바닥이 쑤시는 등 피부염증, 가려움증을 일으킨다며 대책을 계속 호소해왔다.

철광석 제조과정에 발생하는 슬러지는 크게 고로슬러지와 STS슬러지로 구분된다. 고로슬러지는 시멘트원료, 건슬러지와 분화슬래그 등 STS슬러지는 규산질비료의 원료로 사용된다.

지난해 농협중앙회는 포항산업과학연구원에 규산질비료의 품질검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건슬러지에서 1kg당 크롬이 1만5,445mg, 불소가 2만5,770mg이 함유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 분화슬래그에서는 1kg당 크롬이 2,430mg으로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6가크롬 0.13mg, 불소 4만1,40mg이 검출됐다. 당시 농협중앙회는 비료에서 불소가 검출되지 않도록 유해성분 자체기준안도 마련했다.

6가크롬, 불소 등 독성성분 높아

6가크롬과 불소는 독성이 높아 농협이 자체적으로 규제를 강화해 비료공정규격에 반영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는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차원에서 이들 물질이 농산물이나 농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아 농민들의 불안은 계속 가중되고 있다.

규산질비료는 현재 3년 주기로 공급하고 있고, 올해는 순천시 해룡면 등지의 농지가 공급대상지역이다. 한편 토지정보시스템을 통해 해룡면 일부지역의 토양에 대해 화학적 성질을 점검해본 결과 일부 논에서는 유효규산(mg/kg)이 적정범위보다 무려 6배나 높은 곳도 있고, 오히려 현저히 낮은 농지도 있어 규산질비료의 살포에 대한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 고시 제2005-1호(2005.3.19)로 정부가 규정한 비료공정규격에서 규산질비료의  성분은 규산25%, 알카리분(석회)40%, 고토 2~4%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외에 망간, 철, 구리,아연,몰리브덴,붕소 등의 요소들이 적은 양이지만 함유하고 있다.

규산성분은 벼를 튼튼하게 해 병해충예방 및 내도복성강화 역할을, 알칼리성분은 중성토양으로 개량하고, 고토성분은 쌀의 맛을 좋게 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규산질비료의 제조과정에서 철광석의 산업폐기물이 사용된다는 것에 대해 농민들의 거부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살포과정에서 드러나는 피부에 미치는 영향으로, 살포 후 호흡기질환, 피부염증을 호소하는 농민들이 계속 늘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조치가 필요하다.

순천시농업기술센터는 이번 규산질비료 문제에 대해 발 빠르게 대응하며, (주)제일분석에  성분분석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르면 다음 주에 그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순천신문(http://suncheon.yestv.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순천시, #농민, #규산질비료, #토지개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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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어용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하다 세월호사건 후 큰 충격을 받아 사표를 내고 향토사 발굴 및 책쓰기를 하고 있으며,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인생을 정리하는 자서전 전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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