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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조선 유학인가 | 한형조 지음 | 문학동네 | 398쪽 | 2만원

 

조선은 유학의 나라였다. 조선조 5백 년간 국가통치 이데올로기이자 지배계급과 지식인층의 가장 첨예한 철학적 테마였던 유학. 그럼에도 식민과 근대의 과정을 거치면서 무시, 야유, 변명, 칩거의 운명을 맞아야 했다. 그럼 "식민의 상처는 아물었고, 근대의 욕망은 성취"된 지금 21세기에, 유학의 현재적 가치는 무엇일까.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철학과 교수로 있는 저자가 독학으로 읽어낸 조선 유학에 관한 메타적 성찰들을 모았다. 21세기 지구촌 시대의 나아갈 길에 대해 "조선 유학의 도저한 조언과 지혜를" 구하고 있는 저자가 소개하는 조선 유학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조선 유학자들이라고 그저 '공자왈 맹자왈'만 읊조리고 앉아 있던 것은 아니었다.

 

니사 - 칼라하리 사막의 !쿵족 여성 이야기 | 마저리 쇼스탁 지음 | 유나영 옮김 | 삼인출판사 | 555쪽 | 2만4000원

 

"세상에서 강하고 중요한 게 여자야. 준/트와 남자들은 '여자가 추장이다, 부자다, 현자다.'라고들 해. 여자들은 아주 중요한 것을, 남자들을 살아 있게 만드는 것을 가지고 있거든. 바로 성기 말이야. 여자는 거의 다 죽은 남자한테도 생명을 줄 수 있어. 남자한테 성을 주어서 다시 살릴 수 있어. 여자가 그걸 주길 거부하면 남자는 죽는 거지!"(12장 '연애'에서)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에서 스무 달 넘게 현지조사를 하고 !쿵족의 여성 니사(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쓴 가명이다)와 교감한 10여 차례의 인터뷰를 10년에 걸쳐 번역하고 정리했다. 특히 이야기꾼 니사가 털어놓은 사랑, 섹스, 질투, 결혼 등에 관한 이야기는 민망할 정도로 노골적이다. !쿵족, 여성에 대한 이해를 넘어 야만과 문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나아가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모든 것을 드러낸 채로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시각문화교육 관점에서 쓴 미술교과서 | 전국미술교과모임·문화연대 지음 | 휴머니스트 | 308쪽 | 2만원

 

현행 미술교육에 문제의식을 지닌 미술교사와 미술교수, 작가, 학부모,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6년간 토론하고 연구하고 집필해 펴낸 대안의 미술교과서다. 그저 백지에 색깔을 채우고 명화 감상이나 하며 시간을 때우는 미술교육을 원점에서 검토하고, 그 대안으로 시각문화교육으로의 확대를 제시한다.

 

책의 구성에서도 회화, 조각, 디자인, 감상 등의 장르적 구분을 버리고 '체험-소통-이해'라는 새로운 구분법을 통해 감성교육을 위한 체험과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인 소통, 그리고 시각 문화 환경에 대한 이해로 유쾌하게 이끌고 있다. 학교 현장의 부교재로서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미술에 새롭게 눈 뜨게 하는 길잡이 책자로서도 활용될 수 있겠다.

 

네 멋대로 찍어라 - 포토그래퍼 조선희 사진 강좌 | 조선희 지음 | 황금가지 | 220쪽 | 1만5500원

 

조선희는 '스타 사진작가'다. 그녀는 장동건·정우성·이병헌·이영애 등 톱스타들의 인물사진을 즐겨 찍는데, 단지 그 때문이 아니라 스타들 스스로가 그녀의 피사체가 되기를 희망할 정도로 작품성에서나 대중성에서나 사진작가로서 스타덤에 올라 있기에 '스타 사진작가'다. 

 

하지만 그녀는 사진을 전공한 적이 없다. 그런 그녀가 수없는 연습과 실수를 거치면서 몸에 익힌 사진의 비결을 전수하고 있는 책이다. 책의 첫 장은 '똑딱이 카메라 예찬'. 화려한 장비 없이 똑딱이 카메라 하나로 시작해 나만의 '톤'을 지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의 기본을 담았다. 책 제목처럼 언뜻 뻔하게 여겨지는 노하우들도 그녀가 품고 있는 내공의 울림 덕에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누가 이 나라를 지켰을까 | 박도 지음 | 눈빛 | 248쪽 | 1만2000원

 

저자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때론 편집부 기자들을 당혹하게 할 만큼 열정적으로 기사를 써왔다. 교사 시절 '의를 좇는 사람들'을 연재하며, 그 과정에서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 배후를 밝혀내기 위해 권중희 선생(작고)과 함께 미국 땅까지 건너가 국립문서기록보관청 자료들을 뒤지기까지 했다.

 

지금은 33년간의 교단 생활을 훌훌 털어버리고 강원도 안흥 산골에서 자연의 텃밭을 가꾸면서 환갑이 넘은 몸으로 항일 의병장들의 발자취를 직접 찾아 유족들을 만나고, 역시 자료들을 뒤져 그들의 충의(忠義)를 되살려내는 작업을 계속 해오고 있다. 이 책은 그 두 번째 결실이다. 부제 '호남벌에 휘날리는 창의의 깃발'대로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항일 의병장과 의병들의 활동을 땀과 발로 기록했다.

 

그 골목이 말을 걸다 - 골목이 품은 서울의 풍경 | 김대홍 지음 | 넥서스BOOKS | 320쪽 | 1만2000원

 

골목, 골목길, 골목대장…. 우리네 삶과 온전히 겹쳐지던 이 단어들이 언제부터인가 모퉁이를 돌아 사라져가는 추억의 목록에 더해져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 끝을 붙잡고, '골목'을 통해 서울의 속살을 들여다보려 하는 책들이 적지 않게 출간됐다. 그 가운데 이 책은 단지 추억을 되새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현실을 살피는 치열함에서 책꽂이의 가장 앞자리를 차지할 만하다.

 

저자는 자신의 분신과 다름없는 자전거를 타고 끌고 서울의 골목 구석구석을 누벼 그곳 담벼락·돌계단·가로등 등이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의 웃음과 눈물을 따뜻하게 담아냈다. 책이 인도하는 골목마다 추억의 풍경이 펼쳐지면서 현실로 스며든 과거를 만날 수 있다. 문득 어린 시절 친구와 술래잡기하던 그 골목의 안부가 궁금해지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왜 조선 유학인가

한형조 지음, 문학동네(2008)


태그:#이주의 새책, #미술교육, #유학, #조선희, #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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