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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미가 익어가는 논의 둑길을 거닐던 강대인 씨가 손뼉을 치면서 벼의 안부를 묻고 있다.
 녹색미가 익어가는 논의 둑길을 거닐던 강대인 씨가 손뼉을 치면서 벼의 안부를 묻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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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놈들, 참 포실하게 잘 여물었다. 올 한 해 정말 애들 많이 썼다. 이렇게 잘 자라줘서 고맙구나."

덥수룩한 수염에 생활한복을 입은 강대인(姜大仁·58)씨. 논둑길을 거닐던 그가 이삭을 쓸어 올리고 손뼉을 치면서 벼에 하는 말이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는지 벼이삭도 묵직한 포기를 일렁거린다.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인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 장양들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강대인씨. 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벼농사에서 유기재배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업인이다. 참된 농부들의 모임인 '정농회' 회장도 지냈다. 지난 30년 동안 오로지 유기농 농사에만 전념하며 이 땅의 지킴이로 꿋꿋하게 살아왔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유기농업의 교과서'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유기농은 소비자를 위해서 하는 농법이 아닙니다. 내가 살기 위해 하는 것이에요. 나를 위하다 보니, 남도 위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의 농사규모는 7㏊(2만1000평). 흰쌀(백미) 재배 논이 3㏊에 이르고 나머지는 우리 고유의 토종 찹쌀인 녹색쌀(녹미)과 검정쌀(흑미)·빨강쌀(적미)·회색쌀(찹쌀) 등을 가꾸고 있다.

 농업인들 사이에서 ‘유기농업의 교과서’로 통하는 강대인 씨가 녹색미가 자라는 벼논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농업인들 사이에서 ‘유기농업의 교과서’로 통하는 강대인 씨가 녹색미가 자라는 벼논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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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비와 예슬이가 적색쌀이 자라는 벼논에서 신기해하자 강대인 씨가 낟알을 건네며 직접 까볼 것을 권하고 있다.
 슬비와 예슬이가 적색쌀이 자라는 벼논에서 신기해하자 강대인 씨가 낟알을 건네며 직접 까볼 것을 권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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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가 유기농 농사를 시작한 건 지난 1977년. 그의 부친이 농약중독으로 피를 토하고 쓰러져 3년 만에 세상을 등지면서부터다. 그때부터 무조건 농약 한 방울, 제초제 한 줌 안 쓰고 농사를 했다. 유기농업이라는 용어도 없던 때였다. 수확량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주변에서 미친놈 소리도 들었다. 시장에서도 그의 쌀은 늘 헐값이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1979년부터선 아예 유기농업으로 전환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질 좋은 쌀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소비자들이 한 명씩 알음알음으로 사갔다. 1986년에는 유기농 식품회사인 풀무원에 납품도 들어갔다.

그는 파종은 물론 김매기, 수확 등을 최상의 날짜에 맞춰 우주의 기운까지 받아들이는 '생명역동농법(바이오 다이나믹농업)'을 택했다.

"생명역동농법은 사실 우리의 전통농법입니다. 우리 조상들도 손 없는 날, 고초일(枯焦日) 등 하늘의 기운을 감지해 농사를 지어왔어요. 파종과 모내기, 수확 등 모든 일을 최상의 날짜에 맞추는 것이지요."

그는 작물이 우주의 기운은 물론, 사람의 기운까지 받고 자란다고 믿는다. 농사 또한 하늘과 땅과 농부의 마음이 한데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작물을 볼 때 절대 객체로 보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모든 농작물을 자신으로 여기며 키우고, 거기서 나는 농산물도 자신이라고 믿는다.

이는 아침마다 밝은 마음으로 논에 나가 벼에 이야기를 하며 교감을 나누는 것으로 이어진다. 씨앗을 뿌릴 때도 가장 기분 좋은 날, 기쁜 마음으로 한다. 씨앗의 파종단계가 그 작물의 일생을 결정한다고 믿기에….

 겉보기에 낟알의 색깔이 검정에 가깝지만 녹색쌀이다. 쌀만 희한한 게 아니라 무당벌레 색깔도 눈길을 끈다.
 겉보기에 낟알의 색깔이 검정에 가깝지만 녹색쌀이다. 쌀만 희한한 게 아니라 무당벌레 색깔도 눈길을 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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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대인 씨가 다섯 가지 색깔의 벼가 심어진 논에서 생명역동농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강대인 씨가 다섯 가지 색깔의 벼가 심어진 논에서 생명역동농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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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예술이고, 참된 농업은 성직(聖職)입니다. 또 농사짓는 사람의 철학에 따라 작물이 달라지죠."

강씨는 해마다 벼를 벤 즉시 논을 갈아엎어 볏대의 영양분이 땅 속으로 들어가게 한다. 그 다음 물을 대고 쌀겨를 뿌려주면 겨우내 발효되면서 광합성균이 만들어져 땅이 붉은 색으로 변하면서 살아난다. 이렇게 땅을 살리고 종자를 개량하다보니 밥맛 좋은 쌀이 생산되는 것은 당연한 일.

이렇게 생산한 쌀은 '강대인 생명의 쌀'이란 브랜드로 소비자들과 만난다. 소비자들은 쌀알이 토실토실하고 찰지며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난다며 국내 제일로 평가하고 있다. 주문에 맞춰 방아를 찧기 때문에 신선도 또한 좋다.

쌀값도 생산자인 그가 직접 매겨 보통의 쌀보다 일반쌀은 2.5배, 컬러쌀은 5배 비싸게 판다. 그래도 강씨의 쌀만 찾는 마니아가 늘고, 장기 고객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1995년 우리나라 최초로 유기재배 품질인증을 획득하기도 한 강씨는 "쌀은 우리의 혼이자 생명이고, 농사의 본질은 좋은 먹을거리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면서 "농업인은 생명의 먹을거리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농사를 짓고, 소비자는 그 농업인의 정신까지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농산물을 사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대인 씨가 수확한 다섯 가지 색깔의 쌀. 이른바 '오색미'다.
 강대인 씨가 수확한 다섯 가지 색깔의 쌀. 이른바 '오색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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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비와 예슬이가 이삭이 까맣게 물든 벼논에서 낟알을 까보며 신기해하고 있다.
 슬비와 예슬이가 이삭이 까맣게 물든 벼논에서 낟알을 까보며 신기해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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