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명장면? 바람에 치마가 올라가자 황급하게 치마를 내리는 장면,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마릴린 먼로의 명장면이라고 하지요. 과연 전설의 명장면일까요?

▲ 전설의 명장면? 바람에 치마가 올라가자 황급하게 치마를 내리는 장면,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마릴린 먼로의 명장면이라고 하지요. 과연 전설의 명장면일까요? ⓒ 이십세기 폭스사


20세기 최고 섹스어필이었던 마릴린 먼로가 세상을 떠난 지도 46년 전이에요. 제2의 먼로를 꿈꾸며 수많은 여배우들이 도전을 했으나 36살의 젊은 나이에 죽은 그녀를 넘어서지는 못했지요. 그렇게 그녀는 전설이 되었네요.

최근에〈7년만의 외출(The Seven Year Itch)>(1955. 빌리 와일더 감독)을 볼 기회가 있었지요. 그녀의 영화 인생 전반기를 결산하는 대표작으로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하네요. 50여년의 세월을 넘어서 오늘날 관객에게도 충분히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지만 보는 내내 찝찝한 게 있더군요. 영화를 다 보고나서 돌이켜보니 뭐 때문인지 알겠어요. 마릴린 먼로가 연기한 주인공의 이름이 안 나왔어요.  

마릴린 먼로의 대표작, 7년만의 외출

줄거리를 간단히 살펴보면 출판사 편집인인 리처드 셔먼(톰 이웰 분)은 여름을 맞아 부인과 아들을 피서지에 보내고 일을 계속 하죠. 당시에는 가족들이 휴가를 가고 남자들은 남아서 일을 했다고 하네요.

이상한 상상을 자주 하는 셔먼은 오랜만에 해방감을 맛보며 이런저런 환상에 빠지죠. 그때 마침 2층에 ‘금발 미녀(마릴린 몬로 분)’가 이사를 오죠. 39살의 셔먼이 22살 여성에게 흔들리면서 이야기는 진행되네요.

영화를 보니 셔먼의 과대망상과 금발 여성의 백치미가 어우러지면서 우스운 장면들이 깔끔하게 연출되었어요. 당시 최고 인기의 코미디언이었던 톰 이웰은 상상의 세계에 빠져있는 셔먼을 훌륭하게 연기하였고 마릴린 먼로는 자신의 매력을 뽐내며 영화에서 눈을 못 떼게 하지요. 그 유명한 지하철 통풍구 장면도 이 영화에 나오지요.

"지하철 통풍구 전세 냈어요" 지하철 통풍구에서 바람이 올라와 치마가 올라가는 마릴린 먼로, 영화를 보면 여주인공은 이걸 즐기는 듯 통풍구에서 벗어나지 않은채 계속 치마를 내리며 웃지요. 옆에서 쳐다보고 있는 남자 주인공.

▲ "지하철 통풍구 전세 냈어요" 지하철 통풍구에서 바람이 올라와 치마가 올라가는 마릴린 먼로, 영화를 보면 여주인공은 이걸 즐기는 듯 통풍구에서 벗어나지 않은채 계속 치마를 내리며 웃지요. 옆에서 쳐다보고 있는 남자 주인공. ⓒ 이십세기 폭스사


백치미? 섹스의 대상일 뿐

그런데 영화에서 마릴린 먼로가 맡은 금발 여성의 이름은 왜 나오지 않을까 궁금하더군요.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가장 기본 예의는 통성명하는 것이잖아요. 셔먼은 금발여성을 집으로 초대하고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수작을 부리지만 그녀의 이름을 묻지 않더군요. 그저 젊은 아가씨에 대한 흥분과 가정을 지켜야 하는 책임감 사이에서 갈팡질팡만 하지요.

같이 술도 마시고 데이트도 하지만 영화에서 그녀의 이름은 나오지 않지요. 그녀는 그저 ‘섹시한 금발 여성’일 뿐이에요. 혼자 있는 셔먼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는 남성관객들을 위해 카메라는 금발 여성의 몸 여기저기를 비추지요. 이름도 모르는 만큼 그녀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지요. 그저 몸만 착하면 되지요.

"끈 좀... 묶어줄래요?" 옷도 다 입지 않고 처음 본 남자집으로 가서 끈을 묶어달라고 부탁하는 마릴린 먼로, 아무리 백치라고 하지만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나 원 참.

▲ "끈 좀... 묶어줄래요?" 옷도 다 입지 않고 처음 본 남자집으로 가서 끈을 묶어달라고 부탁하는 마릴린 먼로, 아무리 백치라고 하지만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나 원 참. ⓒ 이십세기 폭스사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백치’가 될 수밖에 없지요. 똑똑한 여성은 남성들에게 피곤하니까요.  영화에서 비치는 남성들은 자기 편할 때 섹스를 할 수 있게 그저 ‘몸을 대주는’ 여성을 바라는 것 같네요. 여성을 섹스의 대상으로만 인식한 나머지 어리석은 것을 ‘백치미’라고 예찬하는 현실이 무섭네요. 남성들의 욕망이 낳은 스타 마릴린 먼로는 섹스의 대상일 뿐이더군요.

환상 속의 그대, 마릴린 먼로

이러한 여성상은 말 그대로 ‘환상 속의 그대’이죠. 낯선 남자의 갑작스런 초대에 반갑게 응하고 깊게 파인 옷을 입고 가는 여자가 얼마나 될까요. 더워서 속옷을 냉장고 안에 넣어두었다고 하며 에어컨 앞에서 윗옷을 들어 올려 땀을 식히는 장면은 어이가 없지요. 피아노에서 강제로 키스를 하려는 셔먼을 보고 모든 남자들이 다 자기에게 그런다고 괜찮다고 ‘남성의 욕망’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건 어떻고요.

"괜찮아요, 남자들은 다 그래요." 남자주인공 셔먼은 강제로 키스를 하려고 하려다 같이 넘어지지요. 셔먼이 당황을 하자 금발여성은 모든 남자들이 다 그러니 괜찮다고 활짝 웃네요. 정말, 환상 속의 그녀답네요.

▲ "괜찮아요, 남자들은 다 그래요." 남자주인공 셔먼은 강제로 키스를 하려고 하려다 같이 넘어지지요. 셔먼이 당황을 하자 금발여성은 모든 남자들이 다 그러니 괜찮다고 활짝 웃네요. 정말, 환상 속의 그녀답네요. ⓒ 이십세기 폭스사


더욱이 자기 방은 덥다고 셔먼의 방에서 하룻밤을 자기까지 하죠. 그리고 자신의 행동들을 알아채어 아내가 총을 쏠 것이라고 괴로워하는 셔먼을 위해 아침을 차려주고 달래고 보살피네요. 남성들 입맛대로 행동하는 마릴린 먼로, 정말 환상 속의 그대지요.

그러한 마릴린 먼로는 1962년 8월 6일 아침에 죽은 채로 발견되죠. 그녀의 죽음을 갖고 여러 추측과 소문들이 많지요. 여러 가지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보고 생각해봤어요. 죽음의 이유들 안에 공통되게 남성들의 욕망이 느껴지네요.

마릴린 먼로의 대표작 <7년만의 외출>에 나오는 ‘이름 없는 백치여성’은 당시 남성들이 원하는 여성상의 표현이겠지요. 대중들의 열망이 ‘백치스타 마릴린 먼로’를 낳았지요. 그 연장선에서 현재 대중들은 어떤 스타를 원하고 여자 스타들의 이미지는 어떠한지 고민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씨네21 개인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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