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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한 안마 시술소 골목.
 강남의 한 안마 시술소 골목.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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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군대 얘기를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군대도 육군·공군·해군·의경 등 종류가 많고 부대마다 분위기가 달라서 '내가 복무한 부대는 어떻다, 우리 부대는 이 정도였다'라고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열변을 토합니다. 툭하면 불거지는 군대 논쟁을 듣다보면 '가장 빡센 부대의 정체'가 드러나죠. 자신이 복무한 부대가 제일 빡센 부대라는 것입니다.

젊은 남자들이 징집되어 총을 드는 군대, 과거에는 더 길었고 요즘은 줄고 있지만 보통 2년 동안 일정 장소에 남자들을 가둬두고 전쟁 준비를 하는 그 곳에서 겪는 고통은 본인이 아니면 아무도 모릅니다.

아무리 훈련이 많고 군기가 세도 가장 힘든 건 역시 사람관계. 군대에 들어가면서 갑자기 생기는 기존 관계의 단절과 집단 생활하면서 생기는 갈등은 소소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삶을 뒤흔들 정도의 위협이 되기도 합니다.

외롭고 힘든 군대 생활이기에 마음이 약해진 군인들은 위로가 필요합니다. 위문편지가 자주 오는 것도 아니고 날마다 통화하는 것도 아닌데 군대는 일상입니다. 그래서 많은 군인들이 연기 한 모금에 잠깐의 위로를 구합니다. 담배를 피우던 사람은 골초가 되고 안 피우던 사람은 담배를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성(性), 젊은 남자들이라 성에 대단한 흥미를 보이지만 군대는 남녀의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엄청난 성 에너지를 지닌 남자 젊은이들이 2년 동안 외부와 단절된 채 '금욕'을 요구받는 군대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2006년 3월부터 올해 6월말까지 전방 보병사단에서 장교로 복무를 하였습니다.

노래방에 가면 당연하게 부르는 도우미

누가 떠나거나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어느 조직이든 자리를 만들기 마련입니다. 소대장으로 발령받고 간 부대에서도 이리저리 환영행사가 있었고 술자리가 이어졌지요. 주변에는 논과 산밖에 없는 곳이라 근처 시내로 나가게 되고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면 당연하듯 노래방으로 가더군요.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막내'라서 신나는 노래를 선곡하려 하는데 문이 왈칵 열리고 여성 두 분이 들어왔습니다. 이른바 '도우미'. 노래를 부르는데 누가 도와줘야 하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이해가 안 되지만 당시에는 '여자 없이 무슨 재미냐'는 인식이 다들 있었습니다. 남자들만 있는 집단에 있다 보니 여성들과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도우미 한 사람에 2만원을 내고 그들의 시간을 구매합니다.

경찰의 단속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장안동의 상가 밀집 지역. 손님이 없어 한 노점상이 잠을 자고 있다.
 경찰의 단속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장안동의 상가 밀집 지역. 손님이 없어 한 노점상이 잠을 자고 있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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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우미들과 자연스럽게 껴안고 '부르스'도 춥니다. 오랜만에 곁에서 느껴지는 이성의 냄새를 맡고 술기운에 몸을 흔들며 국방의 노고를 위로받는 거죠. 도우미 비용과 비싼 맥주값을 내고 밖으로 나온 밤하늘은 캄캄하더군요.

군대 생활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반짝이는 눈으로 굳게 지녔던 다짐들은 피로와 스트레스에 나날이 무너졌습니다. 시름을 잠깐이라도 잊으려 담배 연기를 멍하니 보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자유로운 바깥 생활이 그리운 만큼 밤에 술 마시는 날은 많아졌지요. 쌓인 불만을 터뜨리며 술을 들이키게 되었습니다. 

밖에서 노는 문화에 익숙한 터라 궁색한 영내 BOQ(독신자 숙소)는 술 마시기 적당하지 않았습니다. 자는 곳에 신문지 깔고 술 마시는 일은 허름한 만큼 분위기도 침울했지요. 다들 비슷한 느낌인지 밤에 나가더군요.

콜택시를 불러 시내로 나가서 술 마시고 놀게 됐습니다. 저는 다행히 유흥을 즐기지 않는 동기들과 같은 부대에 있었고 제 나름대로 '선'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동기들끼리만 어울려 놀다 오곤 했습니다.

그나마 여유가 될 때 외출도 할 수 있는 간부에 비해 병사들의 생활은 더 갑갑하지요. 틀에 맞춰진 하루 일과와 정해진 식사와 수면시간, 머리를 자르고 군복을 입은 수도승과 다름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성욕에 해탈한 성불이거나 성욕이 없는 나무토막은 아니지요. 이등병이 새로 오면 '여자친구 있느냐? 어디까지 진도 나갔냐'를 묻는 게 통과의례였습니다. 사회에서는 무례한 질문이 위계화된 군대에서는 하급자를 알기 위한 상급자의 당연한 질문이 됩니다.

날마다 구보를 하고 규칙된 생활로 인해 대부분 군대 오기 전보다 더 건강해집니다. 건강한 만큼 자연스럽게 성욕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섹시어필하는 가수들에 열광하고 야한 장면이 나오는 영화에 넋을 놓습니다. 유명인들이 헐벗고 나온 잡지가 있는데, 군인들은 이것을 '불온도서'로 지정해 압수하고 금지해도 몰래 들여와서는 그것을 들고 화장실로 갑니다.

돈이 많으면 안마방, 적으면 대딸방·여관발이

사회라면 남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성욕을 풀지만 군대는 보통 남성만 모여 있기에 자연스럽지 못하게 분출이 됩니다. 군인들은 짧은 휴가 중에 '구매하는 성'으로 군대에서 생긴 불만과 갈등을 해결하려 합니다.

소대원들이 휴가나 외박을 나갈 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정신교육을 합니다. 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게 성 군기교육입니다. 사람의 성과 돈이 거래되는 역겨움과 사랑이 없는 성행위가 주는 허무함을 누차 강조합니다. 이어서 성병의 위험을 강조하고 "상대 여성이 네 누이일 수 있고 네 친구일 수 있다"는 말을 덧붙이지지만 피가 끓는 젊은 남자들의 호르몬을 진정시키기는 어렵더군요.

스스럼없이 저에게 많은 얘기를 해주는 소대원들 덕에 휴가를 어떻게 보냈는지 듣게 됩니다. 제 앞에서는 아무래도 쉬쉬하지만 금방 제 귀에 성매매 얘기가 들어옵니다. 휴가 나간 군인들은 친구들과 만나 술을 먹고 으레 성매매를 하러 갑니다.

성매매특별법 이후 대놓고 하기가 어려워 변종업종으로 갑니다. 돈이 많으면 안마방을 가고 적을 경우 대딸방이나 여관을 간다고 해요. 대딸방은 대신 딸딸이(자위)를 해주는 곳으로 안마방에 비해 가격이 싸다고 합니다. 여관에서는 '여관발이'라고 해서 성매매를 알선합니다.

여관발이를 하고 돌아온 한 소대원이 있었습니다. 중년의 여성과 성행위를 했다고 소대 내에서 우스개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난감했습니다. 짧은 휴가를 끝내고 다시 군대에서 고생할 그 친구에게 왜 성매매 했느냐고 다그치기도 뭐하더군요. 당연하게 남성들의 머리와 몸을 파고드는 거대한 성매매 문화가 무서웠습니다.

한 소대원은 1박2일 외박기간 동안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강박감에 시달렸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성매매를 할 수 있는지 몰라 고생만 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같이 웃었지만 무척 슬펐습니다. 고생하는 소대원들에게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었지만 성욕만큼은 어떻게 해줄 수 없었습니다.

성은 누구나 하고 있지만 모두가 하지 않는 척 하는 미묘한 것입니다. 실제로 어떻게 하든 겉으로는 철저하게 아닌 척해야 하는 이중성이 성 문제에 강력하게 작동하기에 괜한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오해를 사기 십상이라 조심스럽게 적었습니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지도 벌써 4년이 됐습니다. 요즘 크게 성매매업소 단속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연일 관련 소식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그 때 그 시절을 돌이켜봤습니다. 군대 다녀오신 많은 남성분들은 솔직히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합니다.


태그:#성매매, #성매매특별법, #용주골, #군대, #안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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