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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부터 서울특별시와 경기도를 오가는 광역버스(광역버스·직행좌석버스·좌석버스. 이하 '광역버스'로 통칭)에도 수도권 통합운임제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수도권의 주요 거점지역과 서울의 주요 거점지역을 빠르게 연결하는 '간선급행버스'가 15개 노선에 걸쳐 신설(총 122대)돼 운행을 시작했다.

 
대다수 직행좌석버스 노선이 운행되는 구간 내의 정류장 중 절반 이상 정차할 정도로 '직행' 의미를 못 살린 데 비해, 간선급행버스는 경기도 구간과 서울 구간 각각 4개 정도의 정류장만 정차하여 빠른 이동을 추구한다. '간선급행버스'는 기존 '직행좌석버스'와 운임은 동일(1700원)하다. 

 
24일은 새로 생긴 간선급행버스가 운행된 지 5일째 되는 날이다.  평일과 주말을 모두 거친 셈이다. 간선급행버스의 운행 초기에 어떤 일들이 있었으며, 이와 관련해 시민들의 반응은 어떠한지, 어떤 문제점이 존재하며 만약 문제점이 있다면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에 대해 살펴봤다. <기자 주>
 
[시민반응 ①] "빠르고 편해서 좋아"
 
용인시 수지구에서 서울 도심을 빠르게 연결하는 5500번. 서울 도심에서 회차해 남산터널을 나와 한남동에만 정차한 후 판교입구까지 무정차로 곧바로 운행한다. 하지만 수지구 일대에서, 운행구간의 모든 정류장에서 정차하고 소도로도 마다하지 않고 운행하여, 운행시간이 '매우 짧다'라고는 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 직행좌석버스 5500번 용인시 수지구에서 서울 도심을 빠르게 연결하는 5500번. 서울 도심에서 회차해 남산터널을 나와 한남동에만 정차한 후 판교입구까지 무정차로 곧바로 운행한다. 하지만 수지구 일대에서, 운행구간의 모든 정류장에서 정차하고 소도로도 마다하지 않고 운행하여, 운행시간이 '매우 짧다'라고는 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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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에 사는 김아무개(36)씨. 그동안 서울 을지로에 있는 직장까지 직행좌석버스 5500번을 타고 다녔던 김씨는 23일부터 새로 생긴 간선급행버스 8200번을 이용한다.
 
5500번은 경기대에서 출발해, 동수원IC 및 상현동-풍덕천동-궁내동 등을 거친 후 판교IC부터 한남동 구 단국대까지는 무정차로 운행한 뒤 서울 도심으로 진입하던 노선. 얼핏 보면 급행의 성격이 다분하지만, 정작 수지구 내에서는 아파트 샛길을 다수 거치며 정류장마다 정차하던 노선이었다. 그렇다 보니, 기점 인근 상현·성북동 주민들은 출퇴근 때에 서울 도심까지 1시간 이상 걸렸고, 풍덕천동 주민들은 버스에 못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8200번은 풍덕천동(지역난방공사)에서 출발해 3개소의 정류장(풍덕천2동주민센터, 현대1차A, 머내)에만 정차한 후 곧바로 한남동 구 단국대 앞으로 직행한다. 아파트 샛길로 들어가지 않는 탓에 버스를 타기 위해 큰 길가로 나와야 하지만, 대신 그만큼 이동시간은 빨라졌다. 7월 1일부터 시행된 '경부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제'와 맞물려 서울 도심까지 이동시간은 출퇴근시간 대에도 40분에 불과하다.
 
김씨는 신설 노선에 대해 극찬했다.
 
"버스가 10분에 한 대가 다닌다. 기존의 5500번 배차간격이 15분 정도 됐는데 그보다 짧다. 한 정류장 정도 걸어가지만,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시각 정도로 여유롭게 생각하고, 새로 생긴 8200번 버스를 이용한다. 빠르고 편해서 정말 좋다."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성남시 분당구 오리동의 박아무개(29)씨 또한 기존에 수년째 이용해오던 9000번 및 9401번 대신 8100번을 택했다.
 
박씨는 "아무리 9000번·9001번·9401번 등의 노선이 무정차구간이 길다 해도 분당 내부에서는 이곳저곳 다 경유하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분당 북쪽 주민들은 못 앉아갔다"라며 "노선을 나누고 주요 정류장만 정차하니 시간·쾌적성·좌석 모든 면에서 낫다"고 호평했다.
 
파주시 교하읍의 정아무개(31)씨 또한 "기존에 2000번 급행노선이 출근시각에만 3회 있었는데 이를 상설화한 8880번이 생겨, 2000번 급행노선을 타려고 고생하지 않아 좋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정씨는 "원거리 신도시 주민들 다수는 '갈아타도 괜찮으니, 주요 지점까지 기존보다 빠르게 가는 노선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이 있다"며 "8880번 외에도 향후 영등포·강남 등으로 갈 수 있는 노선이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시민반응 ②] "갈아타도 빨리 간다면 이용하겠지만, 어디 서는지 몰라"
 
기자가 3일 동안 종로2가에서 야간(22시~00시)에 간선급행버스 8100번에 오른 승객의 수는 매우 적었다. 반면 분당 구간에서 동일한 경로로 운행하는 직행좌석버스 5500-1번의 경우 예전처럼 많은 승객이 이용해 대조를 보였다. 시민들은 '8100번이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른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 8100번 간선급행버스 기자가 3일 동안 종로2가에서 야간(22시~00시)에 간선급행버스 8100번에 오른 승객의 수는 매우 적었다. 반면 분당 구간에서 동일한 경로로 운행하는 직행좌석버스 5500-1번의 경우 예전처럼 많은 승객이 이용해 대조를 보였다. 시민들은 '8100번이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른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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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선급행버스에 대해 해당 노선이 신설되는 지역의 주민들은 전체적으로 반기는 모습이다. 더군다나, 비록 갈아타고 가야 한다고 하더라도, 통합환승제가 간선급행버스까지도 적용되는 만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에 더욱 주목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일부 접할 수 있었다. '정류장을 모르겠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강남역에서 용인의 강남대로 통학하는 박아무개(24)씨는 "기존에 분당과 죽전 일대를 돌고 돌아 힘겹게 학교에 닿는 2002번·2002-1번보다 빠르게 이동 가능한 8251번이 생겼다고 해서, 학교까지는 안 가더라도, 용인면허시험장까지갈 생각으로 타려했다"며 "하지만, 중앙차로 정류장에도 미표기되어 있는 등 강남역 어디에 서는지 몰라, 운행 첫날에는 질주하는 차 한 대를 멍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나처럼 갈아타는 형태로 이용한다 해도, 지금보다 더욱 획기적으로 빠르게 원거리를 갈 수 있다면 탈 사람은 많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용 가능한 대학교, 대형아파트단지, 관공서, 주요산업단지 등에는 좀 더 적극적인 홍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덧붙여 박씨는 "더 많은 사람들이 타야, 빠르게 이동 가능한 좋은 노선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분당벤처타운으로 출근하는 이아무개(29)씨 또한 "경기도 정차정류소의 경우 많이 알려져 있지만, 서울 정차정류소는 그렇지 않아 월요일 출근 때는 일부러 1시간 일찍 출발하기도 한다"면서  "어디서 타는지에 대해 좀 더 쉽게 알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3일간 종로2가와 강남역에서 간선급행버스와 기존 직행좌석버스·좌석버스 이용을 살펴보았다. 실제 같은 방향의 노선이 함께 오더라도, 기존 노선의 이용객이 훨씬 더 많았다. 
 
승객들에게 물어보면 "조금 느려도 집 바로 앞까지 운행하는 노선을 타려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저 버스가 분당까지도 가요?" 하고 되묻는 경우 또한 적지 않았다.
 
[시민반응 ③] "왜 성남·용인·파주 쪽에만 노선이 있나?"
 
위 사진의 8100번과 동일한 시각대에 촬영한 5500-1번 직행좌석버스. 8100번 간선급행버스에 비해 많은 승객이 타고 있다. 실제 5500-1번에 올라 승객들에게 물어본 결과, 아직 8100번 및 8130번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 혹은, 환승할인제도 확대를 모르는 경우 등 새 노선 및 제도의 홍보 미흡으로 인해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 5500-1번 직행좌석버스 위 사진의 8100번과 동일한 시각대에 촬영한 5500-1번 직행좌석버스. 8100번 간선급행버스에 비해 많은 승객이 타고 있다. 실제 5500-1번에 올라 승객들에게 물어본 결과, 아직 8100번 및 8130번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 혹은, 환승할인제도 확대를 모르는 경우 등 새 노선 및 제도의 홍보 미흡으로 인해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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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선급행버스가 신설된 지역의 주민들의 경우 소소한 점에서의 불만사항은 존재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신설 자체에 매우 만족하는 분위기이다. 반면 간선급행버스 신설을 보며, 간선급행버스가 한 노선도 생기지 않은 다른 지역의 경우, 아쉬움과 불만이 쏟아졌다.
 
김포시 풍무동에 사는 최아무개(37)씨는 "풍무지구는 향후 10만 명 이상이 입주할 대규모 미래형 택지지구이지만 정작, 5호선 송정역을 제외한 서울행 대중교통은, 매우 열악한 현실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씨는 "비록 1002번 시내버스와 9602번 광역버스가 있지만, 두 노선은 가양·등촌·염창동 일대를 거치며 전 정류장에 정차한다"면서 "왜 김포에서는 올림픽대로를 통해 신촌 및 도심 등으로 곧바로 가는 노선 하나 없는지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남양주시 진접읍의 윤아무개(35)씨는 "구리와 남양주 지역에서는 한강 이남까지 가는 경우 최대가 잠실역" 이라며 "강남·삼성·논현·양재 등 강남·서초 일대로 가는 노선도 필요해 주민들이 십 년 넘게 건의를 했지만, 현실은 아직도 잠실역 혹은 강변역 환승"이라고 지적했다.
 
윤씨는 이어 "금번 간선급행버스를 보니 또 성남·용인·고양·파주 쪽에만 집중됐다"면서 "개인적으로 남양주가 소외당한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수원시 영통구 영덕동에 사는 이아무개(33)씨는 "간선급행버스 등의 시내버스가 출발 시군 경계점에서 30km 이상 운행 못한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때문에 수원은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용인은 수지·죽전은 물론 동백·유림 등에서도 서울 도심행 노선이 많은데, 수원은 한 노선도 한강 이북을 못 밟고 이번 간선급행버스 신설에서도 소외됐다"라고 불평했다.
 
이외에도 의정부·양주·동두천 등의 북부지역, 안양·군포·의왕 등의 서남부지역, 하남·성남(수정구/중원구)·오산 등의 동남부지역 등 간선급행버스 신설에서 제외된 지역의 주민들은 경기도 및 서울특별시의 간선급행버스 신설에 '지역차별'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전문가] "간선급행버스 취지 살려야"
 
동탄, 기흥, 신갈 등을 지나 서울 강남역까지 운행하는 직행좌석버스 1560번. 금번 간선급행버스는 성남, 용인, 파주 지역의 노선만 집중적으로 구축된 상태로 광주 및 고양 일부지역을 제외한 타 지역은 간선급행버스가 한 노선도 개설되지 않아,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 1560번 직행좌석버스 동탄, 기흥, 신갈 등을 지나 서울 강남역까지 운행하는 직행좌석버스 1560번. 금번 간선급행버스는 성남, 용인, 파주 지역의 노선만 집중적으로 구축된 상태로 광주 및 고양 일부지역을 제외한 타 지역은 간선급행버스가 한 노선도 개설되지 않아,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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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기도 간선급행버스 신설은 교통전문가들에게도 좋은 평을 받고 있다.
 
교통평론가 한우진씨는 "기존의 광역버스는, 지선 구간의 긴 운행거리로 인해 운행소요시간이 증가해 차량 회전률 감소로 원가 증가가 불가피했고, 긴 운행거리로 정시성이 떨어지고 기동성 있는 배차시간 변경이 불가능해 '버스는 많지만 정작 본인이 필요로 하는 버스는 잘 오지 않는 현상'이 잦았다"라고 기존 광역버스의 문제점을 짚었다.
 
이어 한씨는 "그런 면에서 이번 간선급행버스 신설은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며 "간선급행버스는, 승객들에게는 '배차시간 단축', '대기시간 단축', '차내혼잡도 감소'의 효과가 있고, 운수회사에는 '차량 회전율 증가', '공차 운송 감소', '정시성 개선으로 서비스향상효과'의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한씨는 "승객은 전체 통행시간이 단축되고, 운수회사는 운행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면서 "승객과 운수회사 양자 모두에게 긍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간선급행버스'가 운행되기 시작한 지 이제 5일이다. 그동안 인천광역시 광역버스를 제외하면 서울특별시 및 경기도의 광역버스(직행좌석버스, 좌석버스 포함)는 극히 일부 노선외에는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아직 보완해야 할 점도 많지만, 긍정적인 평이 많은 '간선급행버스'가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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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버스, #급행간선, #경기도, #교통, #대중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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