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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전 10시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망향휴게소(성거읍). 휴게소 한 쪽에서 아침부터 울려 퍼지는 정겨운 통기타 선율이 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오전 9시부터 7시간 동안 열정적인 거리공연에 나선 이들은 '행복찾는 통기타' 회원들.

 

성원식(52.만도위니아) 회장, 최찬규(43.자영업), 조한용(42.회사원), 정관호(36.자영업), 이귀식(44.회사원), 채윤숙(36.주부)씨 등 6명의 회원들이 주말마다 통기타를 들고 거리공연에 나선 지 어느덧 2년 6개월째.

 

특히 이날 공연은 1백회째 거리공연. 열심히 노래와 연주를 선보인 회원들의 표정은 유난히 밝았다. 이날 공연으로 모금액 3000만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가정 잃은 위기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공동생활 대안가정(이하 그룹홈)을 만들어 주겠다던 꿈이 절반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아이들 눈빛이 마음을 움직이다

 

'행복찾는 통기타'가 첫 거리 모금을 시작한 것은 2006년 3월 4일. 성원식 회장과 최찬규씨 단 두 명이 통기타와 모금함을 들고 천안시내 신부동 먹자골목에 서서 노래를 시작했다.

 

지역 봉사단체(한우리회) 회원이었던 두 사람은 IMF 외환위기 이후 경제적 이유로 이혼과 방임 등 가족이 해체되고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소외되는 현상을 수없이 보게 됐다. 부모의 울타리가 없어져 졸지에 소년소녀가장이 되어 빨래와 식사준비에 찌들어버린 아이들, 보육시설에 입소하였지만 박탈감에 자해와 비행을 저지르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무엇인가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내 자신의 아이들만 행복하다고 세상이 행복한 것일까? 혹시 내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면 나의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내 아이일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모든 아이들은 독립된 인격체로서 존중받고 사랑 받으며 자라야 한다는 믿음이 생겼다.

 

2004년 성환에 만들어진 그룹홈을 후원하면서 만나게 된 아이들의 변화는 그들이 거리 공연 모금을 나서게 된 이유였다. 성원식씨는 성환 그룹홈에서 받은 신선한 충격을 이렇게 회고한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분노와 원망, 상실감으로 적대적이던 아이들이 그룹홈에 들어간 이후 안정을 찾고 공부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게 됐죠. 그룹홈에 들어가서 안정감을 찾고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천진한 눈빛이 평생 가슴 속에 지워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성원식씨를 비롯한 회원 모두에게 그룹홈이 만들어낸 변화는 감동이었고, 종교처럼 믿음이 되었다.

 

"아이들은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수용이 아니라 사랑을 줄 수 있는 그룹홈이야 말로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이죠."

 

원래 부모 밑의 가정(원가정) 만큼은 아니지만, 선진국에서 광범위하게 운영되는 그룹홈을 더 많이 세워야 이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통기타와 노래를 바탕으로 소외청소년 문제를 알리고 우리 사회의 그룹홈에 대한 관심과 변화를 이끌어 내기로 마음먹었다.

 

'행복찾는 통기타'의 거리 공연을 듣고 시민들은 한푼 두푼 성금을 모아 주었고, 노래를 좋아하는 정관호, 조한용, 채윤숙, 이귀식씨 등이 곧 모임에 합류했다.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채윤숙씨는 "새로운 그룹홈에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공부하며 즐겁게 생활할 아이들을 생각하면, 몸이 아프다가도 공연날짜가 되면 가뿐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공연은 순탄하지 않았다. 공연 장소를 구하지 못해 쫓겨 다니기 일쑤였다. 시끄러워 영업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모금해서 엉뚱한 곳에 사용하지 않느냐는 의혹을 받고, 이름없는 시민들이 책임질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

 

지역의 협력을 이끌어 내다

 

이들이 모금에 탄력을 받게 된 것은, 천안시민이 만든 지역사회재단 풀뿌리희망재단을 만나게 되면서부터다. 풀뿌리희망재단이 법적 후견인 역할을 하면서 공연장소와 시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복잡한 행정처리나 모금 관리를 풀뿌리희망재단이 대신하면서 공연에만 전념 할 수 있게 됐다. 거기다가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주)JS물산 망향휴게소' 관리사무소가 기업사회공헌차원에서 휴게소 구내에서 정기 공연을 펼칠 수 있게 해주었다.

 

이전에는 1회 공연당 평균 18만원을 모금했으나 현재는 약 3배가 늘어 64만원을 모금하게 되었다. 2008년 8월 말 현재 모금 금액은 2900만원. 이런 추세로 모금 공연이 계속된다면 올해 말 5000만원 모금 달성도 무난하다.

 

5000만원은 새로운 그룹홈을 만들 때 필요한 주택 전세자금이다. 2010년에 새로운 대안가정(그룹홈)을 만들려던 계획은 일 년이 앞당겨졌다. 올해 말 '행복찾는 통기타'의 모금액은 새로운 그룹홈 개설 기금으로 풀뿌리희망재단에 의해 공모를 통해 사용된다. 또 다른 7명의 아이들이 새로운 대안가정(그룹홈)에서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희망의 새출발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꾸준히 이어온 '행복찾는 통기타'의 활동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우리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낸 기부문화의 새로운 모델이다. 기존의 거리공연 모금은 대부분 기관이나 단체를 돕는 형식이지만, '행복찾는 통기타'의 모금활동은 평범한 시민들이 스스로 사회적 문제를 찾아내고 그 해결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한가지 주제에 집중하여 지역의 기관단체, 기업, 주민들의 그룹홈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는 '시민 주도형 모금 활동'의 좋은 사례인 것이다.

 

'행복찾는 통기타'는 그룹홈이 세워지면 더 열심히 공연에 나서야 한다. 그룹홈이 만들어지고 일년이 지나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 그룹홈 아이들의 생활비와 교육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행복찾는 통기타'의 공연은 앞으로 계속 될 것이며, 시민들의 관심과 나눔 참여가 필요한 때다.

 

또 하나의 가정, '그룹홈'은?

이혼, 방임, 학대, 빈곤, 유기 등의 이유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과 청소년에게 가정과 같은 주거 환경에서 아동의 개별적인 특성에 맞추어 보호 양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아동보호시설로 공동생활가정, '그룹홈'이 있다.

 

그룹홈은 아동에 대한 개별 서비스가 가능하며 또래관계 및 대인관계형성이 이루어질 수 있고, 가정의 형태로 지역사회에 위치하고 있어 시설아동으로서 낙인화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생활 속에서 그룹홈 내 아동들과 형제자매 관계를 형성하고 생활교사와 자연스럽게 인간관계를 맺음으로써 사회적응력 향상에 도움을 주며, 아동이 미래의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양육하는 선진국형 아동복지시설이다. 선진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일반화되었으나,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반에 도입되어, 1999년과 2003년 12월 아동복지법 개정을 통하여 그룹홈이 제도화 되었다.

 

소년소녀가장 세대의 아동청소년들은 스스로 식사, 세탁 등 일상 생활을 해야 함으로 성장기에 가장 중요한 학교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상급학교 진학 등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성인이 된 후 취약계층으로 전락하기 쉽다. 또한, 보호자의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탈선 등 일탈행위에 쉽게 노출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회복지사인 생활교사가 24시간 같이 생활하는 그룹홈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룹홈은 원부모(생부.생모)와의 관계를 일상적으로 계속하는데 중점을 둔다. 수용하고 보호하는 차원에서 원가족으로 돌아가는데 초점을 맞춘다. 성장단계에 필요한 요소들을 제공함으로써 신체 발달과 인격 형성에 긍정적 기여를 하게 된다.

 

그룹홈은 탈시설화, 정상화, 통합적인 접근방식과 개별적 처우 등으로 치료효과가 매우 뛰어난 방식으로 그룹홈 확산은 세계적 추세다. 그러나 대규모 시설 위주의 예산 집행 관행, 소규모라는 특성과 지역 그룹홈 관계자들의 사회적 홍보의 미비 때문에 그 효과성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관심과 제도화는 한계를 보여왔다.

 

2007년 6월 기준 전국에 약 2백여개의 그룹홈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천안에는 현재 4개의 그룹홈이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이들 그룹홈 생활비와 교육비, 보육교사 인건비 등 예산은 약 700만원. 운영비와 인건비로 300여만이 지원된다. 나머지는 시민들 후원으로 채워야 한다.

 

그룹홈 후원 및 문의 : 미래를 여는 아이들 041-572-0560 /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www.grouphome.or.kr / 천안시청 아동보육팀 041-521-2373.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그룹홈 , #시민모금, #통기타 , #천안 , #지역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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