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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변호사는 뭔가 수상하다. 미국 변호사가 실력만 좋으면 돈을 잘 번다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옷장에 명품 옷을 가득 챙겨두고 운전기사가 딸린 링컨 타운카 다섯 대를 소유했으며 할리우드의 멋진 전망이 보이는 비싼 주택에 사는 건 뭔가 수상하다.

 

더 수상한 건, 그가 사건을 대하는 태도다. 그는 단번에 무죄판결받아 의뢰인을 풀어줄 수 있는 상황임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마치 의뢰인을 갖고 노는 것처럼 시간을 끈다. 변호사가 무슨 이유로 그렇게 하는 걸까? 이유는 단 하나, 돈 때문이다.

 

마이클 코넬리의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교활한 천사'를 자처하는 어느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변호사의 이름은 미키 할러. 그는 주로 뒷골목의 범죄자들을 변호한다.

 

검은 돈을 노리는 변호사인 셈이다. 그는 돈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을 줄 안다. 부자가 의뢰인이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재판을 찾을 줄 알고 또한 그것을 잡아 한몫 챙길 줄 안다. 돈에 관한 한 그의 본능은 거의 천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도 변호사로서 어느 정도의 양심이 남아 있기는 하다. 자신에게도 딱히 설명할 이유는 없지만 간단한 사건을 무료 변론 해주기도 하고 '무고한 의뢰인'을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것일 뿐, 미키 할러는 오늘도 한몫 챙길 수 있는 사건을 찾아 거리를 배회한다. 그때 한 명의 의뢰인이 연락해온다. 이름은 루이스. 창녀를 죽이려한 용의자로 그 자리에서 체포되었다.

 

누가 봐도 범인은 루이스였다. 그러므로 재판에서 이길 가능성은 거의 불가능해보였다. 그러나 미키 할러는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는다. 이 사건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확신할 뿐이다.

 

미키 할러는 사건을 '살인미수'가 아닌 다른 것으로 몰고 간다. 누가 죽이려 했는가, 누가 피해자인가, 는 그 순간부터 중요하지 않았다. 미키 할러는 마치 게임을 즐기듯 그 사건에 임하고 있었다. 그를 상대로 검사 측이 준비한 자료도 만만치 않았다. 변호사와 검사의 팽팽한 대결이 이어지고 이 순간부터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법정스릴러의 다양한 면모를 마음껏 뽐내기 시작한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의 백미는 눈을 돌릴 수 없을 만큼 치열하고도 날카롭게 공방을 주고 받는 법정 싸움이다. 최근에 법정 스릴러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기 때문인가.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수준급의 법정 공방은 반갑기만 하고 독자에게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마이클 코넬리는 좀 더 높은 '수'로 소설을 다채롭게 만들었다. 그것은 미키 할러의 의뢰인 루이스의 악질 범죄가 드러나면서 시작된다. 미키 할러는 루이스가 무고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루이스는 어느 악당보다 못된 범죄자였다. 그래도 돈을 충분히 받을 수 있으니 그것을 무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루이스로 인해 예전의 어느 의뢰인이 무고하게 잡혔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어떨까?

 

미키 할러는 돈이 되지 않을 사건을 '간단'하게 처리한 적이 있다. 유명해지기 위해서였다. 의뢰인이 무죄인지도 물어보지 않고 재판을 끝내버렸다. 그런데 루이스로 인해 그가 무죄라는 것을 알았다면? 무죄를 밝히려면 루이스를 '공격'해야 한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자신의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 가족까지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루이스는 뭘 할 수 있을까? 아무 도움이 안되는 양심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돈을 따를 것인가. 교활한 천사의 이러한 고민은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의 재미를 확실히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수상한 변호사의 뭔가 수상쩍은 변호를 담은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다양한 복선과 치밀한 구성, 그리고 일반적인 상상을 넘어서는 반전으로 법정 스릴러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준다. 법정 스릴러가 보여줄 수 있는 거의 모든 즐거움을 지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1

마이클 코넬리 지음, 조영학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2008)


태그:#법정 스릴러, #마이클 코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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