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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복: 금강산에서 뭐가 젤 맛있었어?
맛객: 옥류관의 냉면도 맛있었고 이북향토음식을 파는 금강원의 멧돼지 코스요리도 맛있었는데, 그보다 더 큰 감흥을 준 음식은 따로 있었어.
오만복: 그게 뭔데?
맛객: 광어회야. 세상에 그렇게 맛있는 광어회는 맛봤다는 그 자체로 축복이야.
오만복: 꿀꺽.... 대체 맛이 어땠길래?
맛객: 궁금해? 그럼 지금부터......

 고성항
 고성항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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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여 전, 고성항(장전항)에 있는 선상호텔인 해금강 716에 여장을 풀고 창문을 열었다. 기기묘묘한 금강산에 둘러싸인 바다는 호수와도 같았다. 수묵화가 그려진 하늘, 그 틈새로 내리쬐는 한줄기 광명은 바다를 은빛으로 물들인다. 고성항은 참으로 여유롭고 평화로워 보였다. 이때만 해도 오늘밤 새벽에 남북관계를 단절시키는 운명의 총성이 울릴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저넉식사를 하러 모두 온정리로 떠나고 난 해금강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고성항횟집으로 향했다. 회라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좋아하는 맛객. 여기까지 와서 북측의 동해 청정해역에서 잡은 자연산 회를 맛보지 않을 수는 없잖은가.

고성항횟집 남측이 운영하는 식당이지만 북측 동해에서 잡은 생선회와 해산물을 북 종업원의 서비스와 함께 즐길 수 있다
▲ 고성항횟집 남측이 운영하는 식당이지만 북측 동해에서 잡은 생선회와 해산물을 북 종업원의 서비스와 함께 즐길 수 있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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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항횟집의 내부, 입구에 북측 종업원이 보인다
 고성항횟집의 내부, 입구에 북측 종업원이 보인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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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항횟집은 남측에서 운영하지만 북측의 싱싱한 활어회와 해산물을 북측 봉사원들의 서비스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안으로 들어서자 북측 봉사원들 7~8여명이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일제히 인사를 한다. 내가 첫손님인가 보다.

이곳에선 회 소(小)가 8만원이다. 2~3인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맛객 혼자서 먹긴 부담이 되어서 가격과 양을 낮춰달라고 청했다. 봉사원이 주방에 가서 물어보고 오더니 6만원하는 세꼬시가 있는데 그것을 회로 내준다고 한다. 오케이!

대동강맥주와 동해바다에서 건져올린 자연산 광어회

 광어회와 대동강맥주는 기억에 오래 남아 있다
 광어회와 대동강맥주는 기억에 오래 남아 있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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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이 차려진다. 몇 가지만 남기고 상추와 깻잎, 마늘, 고추, 쌈장은 도로 물렸다. 맛객의 회 취향과 상관없는 것들이다. 대동강맥주를 컵에 따르자 황금빛 맥주의 속살이 드러난다. 이 순간의 설렘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한모금 마셨을 때의 감동이란….

맥주 맛도 맛이지만 금강산을 바라보며 마신다는 기분 탓도 컷으리라. 그래, 여기는 금강산이다. 겨레의 명산 금강산이 눈앞에 펼쳐졌는데 내 어찌 술맛에 반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보리 함량이 12%에 달하는 대동강맥주
 보리 함량이 12%에 달하는 대동강맥주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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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을 신은 봉사원들의 걸음은 모델의 워킹을 보는 듯하다. 자리에 앉지도 않고 일하다보면 힘들만도 한데 그들의 봉사정신은 투철하다. 상냥함을 잃지 않는 그들을 보면서 한국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의 서비스를 잠시 생각해 보았다.

 참으로 아름답다. 별다른 장식이 없어도 눈으로 즐기는 맛이 정말 출중하다
 참으로 아름답다. 별다른 장식이 없어도 눈으로 즐기는 맛이 정말 출중하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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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메인회가 나왔다. 회를 보는 순간 한마디 했다.

"도미회네요?"

바로 봉사원의 답변이 이어진다.

"이건 광어라고 합니다."

광어회라고? 다시 보니 광어다. 순간 그때의 당혹감이란. 일반적으로 광어의 줄무늬는 연한 핑크빛을 띄지만 자연산일수록 붉은빛을 낸다. 같은 자연산이라고 하더라도 서해보다는 남해가 더 붉다. 이놈은 북측 동해의 한류에서 자란 녀석이라 특히 더 붉다. '회생회사'를 부르짖는 맛객이 도미로 착각할 정도였으니 그 붉음은 미뤄 짐작해 보시라.

 이빨 사이에 안기는 쫄깃함이란 말할 것도 없다
 이빨 사이에 안기는 쫄깃함이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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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에 대한 미각을 한단계 격상시켜주고 있다
 회에 대한 미각을 한단계 격상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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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게 광어구나. 그럼 그동안 내가 맛본 광어는 대체 뭐란 말인가. 한 점 집어 간장을 살짝 묻혀서 입으로 가져갔다. 이 사이에 안기는 육질의 쫄깃함이란 말할 것도 없다. 담백한 깨끗함 역시 여태 먹었던 회와 비할 바 아니다. 서울에서 가져간 생와사비를 깜박 잊고 호텔에 놔두고 왔지만 전혀 아쉽지가 않다. 회 자체가 맛있으니 와사비의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보리의 풍미가 으뜸인 대동강맥주를 한잔 들이키고 나서 회 한 점 음미하는 기분이란. 아~ 행복해서 눈물 나는 맛이다. 금강산에 오기 전, 반드시 맛보고자 했던 각오가 헛되지 않는 순간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지만 꼭 맛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회만큼은 눈을 즐겁게 해야 맛도 좋다. 지금의 이 회가 그렇다. 색상, 질감, 맛, 향 거기다가 분위기까지 더해지니 앞으로 이런 회를 다시는 만나지 못할까 두렵기까지 하다.

맥주 한 병을 더 주문하자 봉사원이 한 잔 따르면서 말을 붙인다. 혼자 와서 회와 맥주를 마시고 있는 이 유랑자에게 호기심이 생겼나 보다.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나의 직업을 물었던 듯하다. 우리의 인터넷에 대해서도 궁금해 했다. 또 남한에 대한 상식을 알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도 물었다.

 광어 지느러미살의 맛 또한 기가 막히다
 광어 지느러미살의 맛 또한 기가 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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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 지느러미살(엔가와)은 사람들이 광어회에서 가장 선호하는 부위이다. 지방이 풍부해 고소한 맛이 으뜸인데다 쫄깃한 식감까지 선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맛객은 엔가와를 그리 선호하진 않는다. 엔가와를 먹고 나면 그 풍부한 맛이 광어회의 맛을 가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마지막에 먹을 요량으로 참고 있거나 한 두점 형식적으로 맛보는 것만으로도 족하지 탐을 하진 않는다.

선호하지 않기에 별 기대 없이 맛본 엔가와. 헌데 이럴수가! 세상에 이런 엔가와는 처음이다. 기름 덩어리로 알고 있는 엔가와가 이리도 개끗하고 담백한 맛이라니. 신기할 정도다. 믿을 수 없는 맛에 다른 엔가와를 살펴봤다.

눈으로만 봐도 그 깨끗함이 보인다. 일반적으로 엔가와는 우유가 든 듯 하얀 불투명이지만 이 엔가와는 속살처럼 투명에 가깝다. 쫄깃함은 속살을 닮았고 톡톡 터지는 느낌은 엔가와이다. 하지만 맛은 속살도 아니고 엔가와도 아니다. 전혀 차원이 다른 새로운 부위를 먹는 기분이다. 마지막 한 점까지 처음 그 맛 그 기분을 가지고서 음미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맛을 경험하게 되기를 바래본다. 그날이 언제가 될지 현재로서는 잔뜩 낀 안개지만.

 광어회 한 점,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맛이다
 광어회 한 점,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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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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