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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중문화 속에는 입양 문제가 어떻게 다뤄지고 있을까? 오래 전에 상영한 장길수 감독의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은 스웨덴에 입양된 한국 아이의 성장 모습을 담아냈다. 김기덕 감독의 <야생 동물 보호구역> 역시 입양 한국인 여성 로라의 우울한 삶을 드러냈다.

 

입양 문제는 연극과 뮤지컬, 드라마에도 곧잘 등장한다. SBS의 <연어가 돌아올 때>(1966)라든지, MBC 드라마 <여자를 말한다>(1998)와 <호텔리어>(2001)에서도 입양 한국아들의 문제가 방영됐다. 그리고 KBS의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등장하는 주인공 무혁도 호주로 입양돼 학대를 받으며 자란 청년으로 등장했다.

 

가요계에도 입양에 관한 부분이 나타난다. 인기 댄스 그룹 클론의 '버려진 아이'를 비롯해, HOT의 5집 앨범 '그들은 우리와 다르지 않아요'도 입양과 관련된 곡들이다. 그런가 하면 1997년 그 유명한 시나위의 '어머니의 땅' 역시 서구에서 익명으로 살고 있는 입양 한국인의 애환을 담고 있는 노래이다.

 

이삼돌(토비아스 휘비네트)의 <해외 입양과 한국 민족주의>는 한국 대중문화에 나타난 해외 입양과 입양 한국인의 모습을 민족주의 관점과 구조적인 관점, 그리고 문화담론적인 관점으로 연구한 학술서적이다. 더욱이 한국의 해외입양 문제를 국내입양차원으로 적극적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 등도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한국의 학자들이 제기하는 가장 일반적인 연구 질문은, 한국의 입양이 가진 부정적이고 치욕적인 이미지를 없애려는 국내의 과제에 잘 들어맞는 질문으로서, 한국은 왜 OECD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여전히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을 보내는가에 관한 것이다."(21쪽)

 

사실이 그렇단다. 예전에는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지방에서 도시로 올라왔고, 도심의 아이들은 해외로까지 보내곤 했다. 가끔 KBS의 <아침마당>이란 프로를 보면 그 옛날 해외로 입양된 한국인들의 모습이 곧잘 비쳐진다. 그때는 한국이 '해외입양 수출국가'라는 오명까지 얻고 있었다.

 

물론 노태우 정부나 김영삼 정부는 입양아 수를 감소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은 해외 입양인 레나 김을 비롯한 8개국 29명의 입양아를 청와대로 초청하였고, 그 자리에서 15만 명의 해외 입양아를 보낸 것에 대해 국가와 정부를 대표해 공식적으로 사과까지 했다.

 

그런데도 오늘날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해외에 유일하게 입양을 보내는 국가에 속해 있다고 한다. 오늘날처럼 살기 좋은 상황 속에서 왜 입양을 보내고 있는 걸까?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미혼모 문제가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성문화의 개방이 해외입양 문제를 더욱 부채질하는 꼴일 것이다.

 

그렇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우리 정부가 해외 입양문제에 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다는 점이다. 해외입양 문제를 국내입양으로 전화시키면 될 것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2005년부터 해마다 5월 11일과 그 다음 주를 각각 입양의 날 및 입양 주간으로 지정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였다. 다양한 홍보 캠페인, 심포지엄 및 이벤트를 통해 국내 입양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계획도 나왔다. 그러나 이 논문을 쓰고 있는 현재도, 연간 2,200명 이상의 아이들이 8개 서양 국가로 입양되고 있다."(140쪽)

 

가끔 출세한 해외 입양 한국인 아이들이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등장한다. 그들은 정말로 좋은 양부모 밑에서, 좋은 환경 속에서 인격적으로 자라난 아이들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해외입양아들이 똑같이 좋은 양부모 밑에서 자란다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아무쪼록 드라마나 영화와 같이 대중문화 속에서 곧잘 등장하는 천대받고 멸시받는 입양아들의 문제가 사라졌으면 한다.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오려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나 싶다.


해외 입양과 한국 민족주의 - 한국 대중문화에 나타난 해외입양과 입양 한국인의 모습

토마스 휘비네트 지음, 뿌리의 집 KoRoot 옮김, 소나무(2008)


태그:#한국의 해외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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