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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짓는사람들 생명평화연대가 펼친 운동 '밥을짓는사람들'. 살림 능력이 떨어지는 청년들이 어른들과 함께 밥상 차리는 훈련을 펼치고 있다.
▲ 밥을짓는사람들 생명평화연대가 펼친 운동 '밥을짓는사람들'. 살림 능력이 떨어지는 청년들이 어른들과 함께 밥상 차리는 훈련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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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인수동 범골과 냉골 자락은 서울에서는 보기 드물게 어른들이 모여 사는 동네다. 설과 추석 같은 명절에 서울 다른 곳은 한산한데 유독 인수동 주변은 북적거린다. 집안 어른을 찾아온 자녀들이 몰고 온 차로 골목 이곳저곳이 빼곡히 들어찰 정도다.

여기에 아파트도 없고 낮은 층 빌라와 2~3층짜리 집들이 모여 있어 인수동은 지방의 작은 도시 같은 느낌마저 풍긴다. 조용한 동네에 4년 전부터 젊은이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젊은이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2004년 이후에는 마을에서 젊은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게 차이다.

젊은이들은 대개 낮에는 직장이나 마을 밖에서 일하고 밤늦게 집에 들어와 잠을 잔다. 하루의 대부분은 마을 밖에서 활동하는 젊은이들에게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이웃을 알기는 어려운 일이다. 마을에 사는 어른들도 으레 젊은이들은 마을 밖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마을 분위기에서는 청년 두세 명만 낮에 마을에 머물러도 쉽게 눈에 띄게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 5년 동안 청년들이 조금씩 늘어나다 보니 비록 적은 수여도 이웃들의 주목을 받기는 쉽다. '청년들이 뭐하려고 낮에 마을에 남아 있나'하는 의구심을 품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인수동 516번지에 사는 한 아주머니는 "젊은이들이 마을에 돌아다니니까 마을이 기운차 보여 좋다"고 말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오는 이웃도 있다. 이 젊은이들은 이웃 어른들이 경계하기 보다는 우리를 좋게 보아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이들은 마을 안팎에서 '생명평화연대'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청수탕 맞은편 청룡빌딩 3층에 사무실과 도서관, 수련실 등을 만들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생명평화연대라는 이름에는 사람이든 자연이든 살아있는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이루는 일에 참여하고 힘을 합치겠다는 뜻이 담겼다. 사실 인수동으로 이사온 것도 도시에 살더라도 가능하면 자연과 가깝고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다.

북한산 자락을 뒷동산처럼 이용할 수 있는 자연환경은 서울에서는 쉽게 누릴 수 있는 복은 아니다. 생명평화연대의 청년들은 우리 시대 청년들과 다를 바 없지만 직장과 학교를 따라 강남으로 빌딩 숲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고 자연과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을 따라 왔다는 점이 다른 청년들과 차이라면 차이다.

이웃과 함께 이웃을 살리는 이웃산타

이웃산타 생명평화연대는 연말이면 지역 NGO와 함께 한부모 혹은 조부모 아이들을 찾아가는 이웃산타운동을 펼친다. 이렇게 만난 아이들과는 달마다 만나며 좋은 이모 삼촌으로 관계를 유지한다.
▲ 이웃산타 생명평화연대는 연말이면 지역 NGO와 함께 한부모 혹은 조부모 아이들을 찾아가는 이웃산타운동을 펼친다. 이렇게 만난 아이들과는 달마다 만나며 좋은 이모 삼촌으로 관계를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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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지내는 생명평화연대 소속 젊은이들이 연말이 되면 조금은 마을 사람들 눈에 띄게 움직인다. '이웃산타'라는 이름으로 성탄절을 즈음해 우리 마을에 사는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찾아가 선물을 나눠준다. 동네 사람들에게도 이웃산타가 되라고 권하고, 아이들에게 가져갈 선물을 산다며 후원하라고 가게 문을 두드린다.

그동안 충분한 교류가 없었어도 이런 기회를 통해 마을 사람들끼리 훈훈한 이웃 인심을 체험한다. 한두 해 지나면서 후원하는 손길도 조금 늘었다. 이웃산타로 맺은 인연을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이어가기 위해 꿈마을 책배달부 활동을 펼쳤다. 한 달에 한 번 책을 들고 찾아가 함께 놀고 공부하고 밥도 먹는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혼자 지내는 아이들에게 든든한 친구가 되고 이모삼촌이 되어준다.

생명평화연대는 인근 학교의 위탁을 받아 학교 교육현장에서 소외된 청소년들과도 만나는 평화학교도 개설한다. 평화학교는 청소년시절부터 이웃이나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함께 찾아가는 모임이다. 청소년들에게 이렇게 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고도 즐겁게 어울리면서 타인과 자신을 배려하는 삶을 살도록 이끄는 친구 같은 어른이 되려는 것이다.

이웃산타와 책배달부, 평화학교가 동네 아이들과 청소년을 위해 펼치는 활동이라면, 요가·택견 등은 회원과 마을 사람들 자신의 건강한 삶을 찾아가는 수련이다. 월·수·금요일 새벽에는 아름다운마을 수련실에서 요가교실, 화요일과 목요일 새벽에는 운동장에서 요가교실이 열린다. 10여 명의 회원들이 새벽마다 몸과 마음을 단련한다.

요가수련생 김동언(<뉴스앤조이> 기자)씨는 "끊임없이 내 몸을 수련하지 않고는 선한 뜻을 좇아 살기란 불가능하다"며 "함께 수련하는 분들이 있기에 더 없는 축복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활동들은 회원만 하는 건 아니다. 길을 가다가 혹은 인터넷으로 알게 되거나 궁금증을 가지고 방문하는 이웃들도 편하게 동참할 수 있다.

몸수련에 덧붙여 밥상을 바꿔나가는 것으로 전인적인 건강회복운동을 펼치고 있다. 우선 밥상에 올라오는 먹을거리를 우리 땅에서 재배한 유기농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텃밭을 가꾸며 밥상에 깃든 수고와 땀을 직접 체험한다. 아울러 일 년에 서너 달 정도는 채식을 하며 인스턴트와 패스트푸드로 찌든 몸을 바꾸어간다. 혼자서는 쉽게 식습관을 바꾸기 어렵지만 여러 명이 함께 수련하는 마음으로 서로의 신체와 심성이 바뀌는 과정을 지켜봐주면 훨씬 수월하게 식사 습관을 개선할 수 있다.

최유경(신현초 교사)씨는 "유기농 채소를 먹다보면 내 몸과 마음이 몰라보게 변하는 것을 느낀다. 어떻게 밥상에 올라오는지 모르는 국적 불명의 음식을 먹으면서 몸에 쌓인 노폐물들이 빠져나오면서 얼굴에 뾰루지도 나고 구토를 하거나 감정 기복도 심해진다. 그렇지만 이 과정을 거치면서 몸도 달라지지만, 무엇보다 생각이 차분해지는 걸 느끼는 게 나만이 아는 즐거운 변화다"고 말했다.

몸과 마음 수련 정진

요가와 택견, 밥상 개선 같은 수련 외에도 생활 자체를 건강하게 바꿔가는 운동도 펼치고 있다. 저녁밥상을 함께 하며 가족의 울타리를 확장하며, 100명의 회원들이 돌아가며 오후 다섯 시부터 세 시간 동안 아이들 보육을 담당한다. 부모만 보육을 하는 게 아니라 처녀총각들도 참여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미혼들은 보육 능력을 키울 수 있고, 부모는 안심하고 아이를 맞길 수 있어 좋다.

생명평화연대 회원들은 자신들도 대안적인 활동을 펼칠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생명과 평화가 담긴 내용을 가르치려고 7세 이하의 아이들의 공동육아시설인 아름다운마을어린이집과 대안초등학교 아름다운마을학교를 만들었다.

공동육아 아이들은 오전에는 북한산 자락 숲속에서 산책과 운동을 한 뒤, 오후에는 동네 이모삼촌들과 함께 우리말 교육, 노래 부르기, 그림그리기, 옛이야기 듣기, 연극놀이 등을 하며 보낸다. 초등학교 학생들은 오전에는 우리말과 고전·산수·과학 등을 공부하고, 오후에는 뜨개질과 도자기 공예, 퀼트 등 손으로 하는 놀이를 비롯해 북한산 등산, 장구와 민요 배우기, 영화감상 등을 하며 보낸다.

다양한 활동을 생각하고 추진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공부에서 나온다. 청년아카데미를 개설해 철학과 역사, 사회과학, 동서양 고전 등을 공부하면서 생각하는 힘을 키운다. 수련실 옆방에는 마을도서관을 만들었다. 회원과 동네 주민들이 기증한 책 수천 권을 진열했다.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와서 빌리고 작은 방에서 읽고 갈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 일과 봉사, 생활 수련, 학습을 하면서도 신명나게 노는 문화를 만들고 간다. 춤을 추고 영화를 보는 소모임을 만들어 재미있게 논다. 이렇게 놀면서 연습한 춤 실력은 마을 안팎에서 열리는 행사에 흥을 돋우는 춤꾼으로 초청을 받는다. 심지어 결혼식에서도 춤을 춘다. 이렇게 신나게 놀다보면 일도, 공부도, 수련도, 생활도 넘치는 신명으로 살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시민운동단체 생명평화연대 홈페이지(www.www.welife.org)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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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에 살면서, 산림형 예비사회적기업 영월한옥협동조합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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