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새콤하게 잘 익은 열무김치, 거기다가 텃밭에서 따온 풋고추, 양념하지 않은 된장 한 접시면 열무국수 차람상으로 충분하다.
▲ 열무국수 차림상 새콤하게 잘 익은 열무김치, 거기다가 텃밭에서 따온 풋고추, 양념하지 않은 된장 한 접시면 열무국수 차람상으로 충분하다.
ⓒ 박종국

관련사진보기


세계인이 공통적으로 즐기는 음식은 면(麵)인데, 그 기원은 동양에서 시작되었다. 역사만큼이나 화려한 종류와 맛을 자랑하는 국수는, 입맛 없는 여름철에 더욱 생각나는 대표적인 음식(혹자는 냉면을 꼽을 테지만)이다. 국수는 서양보다는 동양권에서 훨씬 발달하였다. 서양에서는 스파게티로 대표되는 파스타가 국수 요리의 대표 격이다. 동양권에서는 희고 긴 모양 때문에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례음식으로 많이 쓰였다. 

"국수 언제 줄래?"

뜬금없는 얘기 같지만, 이 말은 경상도에서 결혼 언제 하느냐고 다그치는 말이다. 그만큼 국수는 결혼을 단정할 만큼 밀착된 음식이다. 요즘은 즉석식품 라면이 국수를 능가할 정도로 위세를 펼치고 있지만, 국수는 여전히 부담 없고,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나는 자다가도 국수라면 벌떡 일어난다

물국수, 냉국수, 멸치국수, 비빔국수, 다시국수, 어탕국수, 선지국수, 콩국수, 쌀국수, 회국수, 김치국수, 해물국수, 고기국수, 메밀국수, 동치미국수, 팥국수, 올챙이국수, 열무국수, 김치말이국수, 잔치국수(장터국수), 칼국수, 조랭이국수, 막국수, 다시마국수, 미역국수, 김 국수, 파래국수, 굴 국수, 새우국수, 검은콩국수, 들깨국수, 도토리국수, 표고버섯국수, 허브국수, 솔잎국수, 뽕잎국수, 쑥 국수, 오가피국수, 칼국수, 청경채새우국수, 볶은국수, 나박김치말이국수, 닭고기국수, 당근국수, 안동건지국수, 베트남 쌀국수, 우동, 라면, 파스타, 미소(일본된장)라면 등등 지금까지 한 번 이상은 섭렵했던 국수인데, 면에 따라, 재료에 따라 종류도 많다.

국수는 소금 한줌 집어넣고 끓는 물에 3분 정도 팔팔 끓이다가 차가운 물에 씻어 대소쿠리에 받혀 놓는다.
▲ 삶은 국수 대소쿠리에 받혀놨다 국수는 소금 한줌 집어넣고 끓는 물에 3분 정도 팔팔 끓이다가 차가운 물에 씻어 대소쿠리에 받혀 놓는다.
ⓒ 박종국

관련사진보기


그 많은 국수 중에서도 나는, 물국수와 비빔국수, 멸치다시국수와 김치말이국수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그보다도 더 좋아하는 국수는 열무국수다. 열무국수, 새콤하게 농익은 열무김치국물에다 국수를 담뿍 만다. 열무줄기를 함께 씹으면 사각거리는 그 맛이란 그 어떤 것도 대적하지 못하리라. 열무김치와 찰떡궁합은 열무국수다.

열무국수를 맛객으로 변심시키려면 열무김치를 맛깔스럽게 잘 담가야한다. 그게 최고의 비법이다. 흔히 열무김치는 여름 별미반찬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요즘과 같이 콩밭에 어우러진 열무 맛이 최고다. 그런 열무로 김치를 담으면 최상의 열무국수를 말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우리 집 식탁에는 열무김치가 빠지지 않는다. 열무국수와 열무비빔밥이 쉽다.

오늘 우리 집 요리는 열무김치와 열무국수

여름철 별미인 열무는 요즘 기능성 채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원래 여름에는 열무라는 채소를 가까이 하고 살았다. 더워서 입맛을 잃었을 때, 비빔밥으로 또는 국수나 냉면으로 열무김치는 다양하게 궁합을 맞춰 자칫 잃기 쉬운 여름 입맛을 지켜주었다. 자주 해먹는 면 요리에 얹어 고명으로 사용할 때 열무김치만한 게 또 있으랴.

열무김치를 맛있게 담그려면 무엇보다 싱싱한 열무를 골라야 한다. 열무는 연필 굵기가 딱 적당하다. 열무와 무의 차이, 그 효능이나 성분은 같은데, 꽃이 피기 전에 뿌리가 커지는 게 무고, 뿌리 무가 채 자라기도 전에 꽃이 피는 것이 열무(여린 무의 줄임말)다. 콩밭에서 자란 열무가 가장 맛있다. 콩이 열무 근처의 질소를 다 빨아들여서 열무가 노르스름한 색깔을 띠고, 열무대가 사각거리면서 풋내가 안 난다.

여름내 우리집에는 열무김치가 바닥나지 않는다. 더구나 요즘과 같이 소설한 바람이 불 때는 더욱 제격이다.
▲ 미리 담아 잘 익혀 둔 열무김치 여름내 우리집에는 열무김치가 바닥나지 않는다. 더구나 요즘과 같이 소설한 바람이 불 때는 더욱 제격이다.
ⓒ 박종국

관련사진보기


열무 잎에는 과일보다도 더 많은 비타민C가 들어 있다. 열무는 그 종류가 많다는 데, 지방마다 즐겨먹는 종류가 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경상도는 줄기가 짧고 털이 있는 열무를 좋아하고, 경기도는 부드러운 열무를 선호하는 편이다. 명품김치는 재료 선택서부터 좋은 산지에서 생산된 것이어야 한다.

이렇듯 열무에 따라 그 담그는 방법도 약간씩 다르다. 좀 억센 열무는 국물 없이 김치를 담으면 좋고, 부드러운 열무는 국물 잘박하니 부어 물김치로, 아니면 그 중간 형태로 반열무김치를 담는다. 여름 제철 김치로는 열무김치 버금가는 게 없다. 열무가 나오는 초가을까지  줄곧 열무김치를 담아 먹는다.

열무김치에다 국수를 말았다. 빨간 열무김치 국물이 군침을 돋군다.
▲ 열무김치국수말이 열무김치에다 국수를 말았다. 빨간 열무김치 국물이 군침을 돋군다.
ⓒ 박종국

관련사진보기


우리 집 열무김치는 한 여름 열무국수나 열무 냉면, 초가을 열무비빔밥을 겨냥하고 있다. 다른 집에 비해 특별한 재료를 장만하는 것은 아니나, 감자나 양파, 콩물(배를 넣을 때는 갈아서 넣지 않는다)도 갈아 넣는데, 날로도 넣고, 무는 냉면 무김치처럼 조금 납작하게 썰어서 열무와 함께 버무리고, 국물을 넉넉히 부어 자박하게 만든다.

열무 다듬기

열무의 뿌리는 떼어 내지 않고 가능한 그대로 손질한다. 그래야 열무김치의 맛을 더해 준다. 열무를 처음 다듬을 때 막상 어떤 걸 떼어 내고 어떤 걸 쓸 건지 몰라 망설여진다. 그러나 그저 건강치 못한 잎을 떼어 내면 된다. 겉잎이 제일 억세고 어쩌면 노랗게 변색이 되어있기도 하다.

싱싱하다면야 굳이 겉잎을 떼어낼 까닭이 없다. 다만 달팽이나 벌레나 없는지 잘 살펴보면 된다. 무의 잔뿌리가 있으면 잘라주고, 열무는 다듬어서 모래가 나갈 때까지 여러 번 씻어준다(열무를 다듬고 난 열무시래기는 삶아서 그대로 무쳐 먹어도 좋고 국거리로 사용해도 좋다).

열무 절이기

열무 한 단이면 소금 한 컵에 물 1리터 정도의 소금물에 절인다. 자박자박해야 열무가 잘 절여지기 때문이다. 절인 뒤 30분쯤 지나 어느 정도 숨이 죽으면 뒤적여 놓는데, 그냥 통째로 뒤집어 준다. 그렇지만 가능하면 자주 뒤집지 않는다. 여린 채소가 상처 나지 않게 살살 다룬다. 상처가 나게 되면 풋내가 나서 김치 맛이 쓰게 된다. 상온에서 한두 시간이면 적당하게 절여진다. 너무 푹 절이지 않는 게 좋다. 알맞게 절여진 열무는 맑은 물을 넉넉히 받아서 여러 번 살살 헹구어 건져 물을 뺀다.

양념 만들기

열무는 3단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래서 양념 레시피는 3단을 기준으로 정한다(약간의 가감은 있음). 열무 3단에 호염(절임용 굵은 소금) 3컵, 절임물 물 3L, 홍·청고추 300g, 고춧가루 반컵, 생강 70g, 간마늘(취향에 따라 가감), 찹쌀가루 1컵, 양파(취향에 따라 가감),  무 1/2 개, 감자 2개. 콩물 400g, 액젖1컵(액젖은 한지에 받혀 깨끗하게 거를 것이 좋다. 그래야 비린 맛이 안 난다), 물김치 국물로 쓸 물 2L, 파나 부추, 배(취향에 따라), 단 것을 좋아하면 감미당을 약간만 넣는다.

열무김치를 담글 때 설탕을 넣으면 국물이 지룩해진다. 저장 김치가 아닌 여름김치에는 마른 고춧가루보다 다진 청홍고추가 더 맛있다(믹서에 갈 때는 너무 곱게 갈지 않는다). 열무김치를 담글 때 배를 넣으면 시원하고(배는 갈지 않고 조각으로 넣는다. 갈아 넣으면 국물이 뻑뻑해진다), 감자를 넣으면 구수하다(날감자를 믹서에 갈아서 풀을 쑬 때 함께 넣어서 익힌다). 찹쌀풀이든 밀가루풀이든 상관없다.

열무김치를 담글 때 굳이 풀물을 끓여 넣는 이유는 곡류의 풀기가 우선 열무김치에서 나기 쉬운 풋내도 가시게 해줄 뿐만 아니라, 발효를 도와주기도 하고, 맛도 좋아지기 때문에 넣다.

물론 넣지 않아도 김치야 되지만, 특히 여름 열무김치는 그  잘박한  국물이 새콤하고, 시원해서 즐겨먹는 것인데 맹물만 넣으면 맛이 나지 않는다. 열무풀쑤기에는 예전부터 보리밥물을 넣기도 하고, 찹쌀가루, 밀가루, 삶은 콩물이나 감자를 삶아 으깨어 넣었다. 물론 풀물 종류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진다.

버무리기

열무김치를 버무리는 비법은 따로 없다. 손맛이 좌우할 뿐이다. 버무릴 때 아주 살살 조심하여야 한다. 간이 약하면 소금간으로 맞춘다. 다 담았으면 통에 담아 반나절 쯤 익힌 뒤 냉장고에 저장한다.

열무국수를 먹을 때는 별반 반찬이 소용없다. 풋고추 한접시와 양념하지 않은 막된장이면 충분하다.
▲ 열무국수에 곁들일 풋고추와 된장 열무국수를 먹을 때는 별반 반찬이 소용없다. 풋고추 한접시와 양념하지 않은 막된장이면 충분하다.
ⓒ 박종국

관련사진보기


국수 맛있게 삶기

이렇듯 며칠 숙성시킨 열무김치가 있다면 이제는 국수를 맛있게 삶을 때, 언제든 국수를  맛있게 삶으면 열무국수는 가능해진다. 국수를 맛있게 삶는 방법은, 면발 굵기에 따라 다른데, 소면일 경우, 물(소금을 한줌 정도 넣어)이 끓으면 국수를 넣는다.

좀 있다가 끓어오르면 찬물을 반 컵 넣고, 한소끔 더 끓어오르면 불을 줄여 조금 있다가 꺼낸다(면을 넣어서 익혀 꺼낼 때까지 약 3분 소요). 그리고 재빨리 찬물(헹구는 물은 차가울수록 좋다)에 세 번 헹군다. 마지막 헹구는 물에 식용유를 몇 방울 떨어뜨린다.

중면일 경우, 소면과 동일하나 한 번 더 끓어오르면 불을 줄여 그대로 1~2분 정도 둔다((국수 넣어서 나올 때까지 약4~5분). 우동 면은 소면과 동일하며, 양이 많아질 것을 대비해서 물을 충분히 잡고, 불을 한 단 줄여 그대로 3~4분 둔다(국수를 넣어서 나올 때까지 약 8분). 쫄깃쫄깃한 면발을 원한다면 얼음물에, 최대한 차가운 헹군다.

열무국수 만들기

국수는 삶아서 사리를 지어 건져 물기를 뺀다. 열무김치에 식초와 설탕, 겨자 갠 것을 풀어서 양념을 한다. 그릇에 국수사리에 담고 열무김치를 붓는다. 4인기준, 열무김치(열무김치는 한입크기로 썬다.), 오이, 소금 약간, 양념장은 열무김치국물 반 컵, 고추장 4큰술,  설탕 2큰술, 참기름 2큰술, 간장 3큰술, 김가루(넣지 않아도 됨), 참깨(원하는 만큼)

열무국수를 먹을 때 풋고추는 금상첨화, 젓가락은 수년째 사용하고 있는 대젓가락이다.
▲ 열무국수와 풋고추의 만남 열무국수를 먹을 때 풋고추는 금상첨화, 젓가락은 수년째 사용하고 있는 대젓가락이다.
ⓒ 박종국

관련사진보기


국수사리를 그릇에 담고 양념장 재료 합해서 삶은 면에다 넣고 조물조물 묻혀준다. 간이 좀 싱겁다싶으면 고추장과 간장으로 간을 한다. 국수 면발이 너무 되다 싶으면 열무김치국물 넣어준다. 계란 지단이나 불고기는 작게 썰어 구워갖고 넣어도 별미다. 열무국수는 새콤한 열무김치의 국물 맛이다. 그러나 별도의 고명을 취향에 따라 올리며 금상첨화다. 그래서 나는  자다가도 국수라면 벌떡 일어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미디어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열무김치, #열무국수, #고추, #국수, #된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