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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을 먹고있는 아이들 예전과 달리 요즘은 초등중 전체 학생들이 학교급식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의 경우 주문급식을 하는 학교도 있다. 학교급식을 실시하고 난 이후 학교의 점심시간 풍경은 삼사십년 전과 많이 달라졌다.

삼사십년 전의 점심시간, 팍팍 눌러 담은 양은도시락, 꽁보리밥에 무장아찌 콩자반, 삶은 고구마 두 뿌리 김치 서너 쪼가리, 그나마 실하게 담았어도 반찬그릇(그때 우리는 그것을 '도시락새끼'라고 불렀다)은 언제나 반쯤 담겨 있었다. 그만큼 그때 그 시절은 먹을거리도 부족했지만, 있는 집이나 없는 집 모두 찬거리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점심시간, 도시락 뚜껑을 여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지는 일이 벌어졌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는데, 도시락 안에는 달덩이만한 계란프라이 하나가 엎드려 있었다. 왕건이가 따로 없었다. 계란프라이 하나만으로 반 아이들 모두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수십 개의 눈을 의식하며 그것을 어찌 먹을 수 있을까. 짧은 생각 끝에 갈가리 조각을 내어 친구들과 나눠먹었다.

 

이미 사탕도 빨아먹고, 껌 하나도 같이 나눠 씹었던 사이라 손바닥만한 계란프라이를 친케 나눠 먹었다. 그땐 그게 우정이고 친함의 표식이었다.

 

도시락을 까먹는 모습도 학령에 따라 다 다르다.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때는 대개가 제자리를 지키고 앉아 조물거리며 얌전하게 먹는다. 더러 자리를 옮겨 다니며 맛난 반찬을 사냥하는 아이들도 있었으나, 근엄한 선생님이 같이 도시락을 먹으면서 버티고 있었으니 그럴만한 배짱을 가진 아이가 없었다. 다들 순덕이로 길들여졌기 때문이었다.

 

학교급식 배식장면 학교급식의 경우, 아직 초등학교는 자유급식이 이루어지지 않고, 급식 도우미가 배식을 도와주고 있다. 아이들은 학년 순차적으로 해당시간에 급식을 배식받는다.

하지만 머리가 조금 굵어진 중학교 때의 점심 풍경은 사뭇 달랐다. 거의 선생님 부재상태로 점심시간을 맞이했으니 그야말로 지상천국이 따로 없었다. 그땐 전국적으로 경제사정이 좀 나아져서 도시락을 챙겨오지 못하는 아이들도 드물었을 뿐만 아니라, 김치 쪼가리 일색이던 도시락 반찬도 변화무쌍하기 바뀌었다. 화려하고 먹음직스러웠다. 그저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았다.

 

근데도 나의 경우는 도시락 반찬이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예 밥만 싸가고 반찬은 가져가지 않았다. 친구들이 싸갖고 온 맛깔스런 반찬을 사냥해 먹었던 거다.(지금 고백하건데, 그 당신 반찬을 보시했던 친구들한테 감사한 말을 전한다. 하지만 절대로 빼앗아 먹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굳이 오해하지 마시라.)

 

고등학교 때 나의 반찬사냥 이력은 최고점에 다다랐다. 아예 도시락 자체를 싸가지 않고 젓가락 하나로 벗텄다. 지금도 동창들을 만나 소주 한 잔을 나누며 정담을 틀 때면 으레 그때의 이야기가 봇물 터진다. 그렇지만 괴로웠거나 싫었던 혹평보다는 재미있었다는 너그러운 추억들이 더 많다. 좀 어렵게 살았어도 네 것 내 것 따지지 않고 한통속으로 지냈던 참 행복한 점심시간이었다.

 

오늘 배식받은 급식 오늘 식단은 강남콩밥, 돈육김치찌개, 삼치엿장조림, 브로콜리초고추장, 깍두시였다. 총 열량은 541cal, 단백질27g, zkftba348g이다.

그러나 지금 학교의 점심시간 풍경은 판이하게 다르다. 학교급식 때문이다. 학교급식은 교육환경개선적인 차원에서, 바쁘게 사는 맞벌이부모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제도다. 물론 가정에서 신경 써서 챙겨주는 도시락반찬도 아이들 성장에 좋은 영양가를 발휘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학교급식을 실시한 이후 아이들의 몸집은 그전보다 많이 커졌다. 집에서 먹는 반찬보다는 다소 못하더라도 일정하게 계획된 식단에 의한 급식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나 옛 추억을 생각하면 지금 아이들은 급식으로 한솥밥을 먹되 식판으로 한정된 배식을 받아 자기가 받은 것을 자기가 다 먹는 먹는 지독히 ‘개인주의적 성향’을 갖는 식사형태로 바뀌어 버렸다. 그런 까닭에 서로 네 것 내 것 구분하지 않고 나눠먹던 따뜻한 인정미는 느껴볼 수 없는 것이다. 요즘 세상이 다 그런 것이니 더 이상 사족(蛇足)을 붙여 무엇할까.

 

원어민강사 캐빈 부곡초등학교 원어민강사 캐빈(맥코이)가 신문을 들여다 보며 식사를 하고 있다. 그는, 한국음식을 좋아하는 데, 매운음식도 잘 먹고, 특히 물국수와 잡채를 즐겨 먹는다, 그의 잡채만드릭 솜씨는 수준급이다.

오늘도 급식을 받으며 점심 먹는 아이들을 찬찬히 들여다 봤다. 다들 같이 앉았으나 밥 먹는 요량은 혼자였다. 우리 음식은 한자리에서 일습으로 차려지고, 함께 먹는다. 중국이나 서양처럼 순서에 따라 음식을 내놓는 '시간 전개형'인데 반해, 우리는 밥과 국, 반찬을 한꺼번에 제공하는 '공간 전개형'이다. 그런데도 학교급식은 이 둘을 몰(沒)개성화 시켜버렸다. 아이들은 그래도 점심이 참 맛있다고 하지만, 난 그 시간이 참 답답하다. 이게 세대차이일까.

    

5학년 여학생들의 식사장면 아이들 밥 먹는 모습을 공개적으로 찍었다. 식사 중에 살포시 웃는 모습이 천진스럽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미디어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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