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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의 금요 '프리미엄 드라마'가 당분간 휴업에 들어간다. SBS는 29일부터 방송될 <신의 저울>(연출 홍창욱, 극본 유현미)을 끝으로 '프리미엄 드라마'를 6개월간 중단하기로 했다. 구본근 SBS 드라마국장은 "시간을 벌어 새롭게 기획하자는 뜻"이라며 "(휴식기가) 6개월이 될지 그 이상이 될지 장담할 수 없지만, 폐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눈앞의 이익만 챙기려는 단기 처방"이란 지적도 제기돼 SBS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첫 주자 <달콤한 나의 도시>의 성공, 그러나...

 

SBS는 지난 6월 <달콤한 나의 도시>(연출 박흥식, 극본 송혜진)를 선보이면서 처음으로 '프리미엄 드라마'란 타이틀을 달았다. 당시 SBS측은 "금요 드라마 시대는 막을 내리고, 프리미엄 드라마 시대를 열겠다"면서 "질 좋고 세련된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제작비도 수목드라마 못지않게 투자했다. 구본근 국장은 "기존의 금요드라마가 30~50대 여성 시청자를 타깃으로 한 불륜 드라마로 집중되다 보니 피로현상이 나타났고, 더 이상 새로운 소재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가족드라마로 전환했지만, 주말드라마와 차별성이 없어 '프리미엄 드라마'로 기획을 바꿨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영화 <인어공주>의 박흥식 감독과 송혜진 작가 등 영화계 인사들이 제작에 대거 투입된 <달콤한 나의 도시>는 섬세한 감성과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며 호평을 받았다. 40~50대에 집중됐던 금요드라마 주요 시청자 연령층도 20~30대까지 낮춰졌다. 시청률은 평균 9.9%(TNS미디어코리아 집계, 수도권 기준) 수준에 그쳤지만, 방송 중반을 넘어서면서 광고가 대부분 '완판'되는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SBS 내부에선 한숨도 새어나왔다. '프리미엄 드라마'란 타이틀을 붙이긴 했지만, 매번 <달콤한 나의 도시>와 같은 수준의 작품을 제작하기엔 힘이 부쳤다. '프리미엄 드라마'의 높은 제작비 때문이다.

 

실제로 <달콤한 나의 도시>의 경우 미니시리즈보다도 많은 제작비가 투입됐다. SBS의 '투자'와 제작사인 CJ엔터테인먼트의 힘이 컸다. 덕분에 <달콤한 나의 도시>는 영화계 출신 스태프들이 만든 '영화 같은 드라마'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SBS 일각에선 "CJ엔터테인먼트 같은 대기업이 아니면, '프리미엄 드라마'의 제작비를 누가 감당이나 할 수 있겠나"라는 회의감을 나타냈다.

 

문제는 제작비만이 아니었다. 소재 개발과 기획도 고민거리였다. 구본근 국장은 "'프리미엄 드라마'란 타이틀에 걸맞게 기획이나 완성도가 새로워야 하는데, 현실적인 여건상 계속 해나가기 힘들어 당분간 쉬고 다시 기획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노조 "눈 앞의 이익 위한 단기처방"

 

그러나 SBS의 이번 결정은 시청자와의 약속을 저버린 단기처방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SBS 노조(위원장 심석태)는 지난 19일자 노보를 통해 "'프리미엄 드라마' 폐지는 당장 시청률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드라마를 폐지해서 단기적으로 수지를 개선해 보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기자회견까지 열고 '프리미엄 드라마'라는 이름의 품격 있는 드라마로 승부를 걸겠다고 선언해 놓고 첫 작품이 끝나기도 전에 폐지 결정을 내리는 신속성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라며 "이래서는 앞으로 SBS가 시청자들에게 뭐라고 약속해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두 번째 '프리미엄 드라마' 타이틀을 단 <신의 저울>이 '법정 드라마'라는 장르 드라마를 꾀하며 29일 첫 전파를 탄다. <신의 저울>이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프리미엄 드라마'의 부활 여부가 결정될 수 있어 주목된다.

 

완성도나 시청률 면에서 저조한 성적을 낼 경우, '금요일 밤 드라마' 자체를 재고할 가능성도 있다. 2004년 10월 첫 방송 이래 SBS의 금요드라마는 중장년층 여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올해 들어 <우리집에 왜 왔니>, <비천무> 등이 고배를 마신 탓이다.

 

주5일제 시행 이후 시청 패턴이 달라져, 연속성이 있는 드라마보다 예능프로그램이 금요일 밤에 적절하다는 분석도 있다. 전체 가구 TV 시청률을 나타내는 HUT(House Using TV)가 금요일 밤 10시대엔 월요일~목요일에 비해 7~10%p가량 낮다. 밤 11시대는 5%p가량 낮게 나타난다. 같은 시간, 케이블TV 시청 비율은 월요일~목요일에 비해 3~5%p 정도 높은 편이다. 금요일 밤, 지상파 TV에 대한 시청 충성도가 높지 않은 만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SBS는 <신의 저울> 후속으로 6개월간 일시적으로 편성될 프로그램을 가을 부분조정 시기에 맞춰 확정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을 편성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PD저널'(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태그:#프리미엄 드라마,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 #신의 저울,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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