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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김치'가 브랜드 김치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가족 맛'은 '외식 맛'으로 바뀌고 있다. 그만큼 서민들이 접할 수 있는 손맛 가짓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상대적으로 인간미(人間味)에 대한 그리움도 커지고 있다. 꺼벙이, 고인돌, 맹꽁이 서당 등 추억의 만화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는 사람이 적지 않은 현상도 그 중 한 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만화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작품에 나타난 인간미의 소중함을 재확인하고, '맛'의 현재적 의미를 모색하는 기획시리즈 '만화미(味)담 오미공감'을 마련했다.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편집자말]
 태권브이와 황금날개(blog.naver.com/yang3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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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이의 날자 우리만화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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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무척이나 잘 어울려 다녔던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과의 추억을 회상하면, 꼭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 있다. 서로 각자 만든 만화책(?)을 돌려보던 기억이다. 이십 페이지나 됐을까. A4지 만한 크기의 종이 반을 접어 스테이플러로 찍은 각자의 '작품'을 심각한 표정으로 평가까지 했었다.

주요 소재는 공상과학 분야였다. 우주비행기, 우주함대, 우주로봇 그리고 많은 무기들…. 물론 거의 기존 만화책을 베낀 그림이었다. 그리고 그 출처는 김형배 만화가의 작품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김형배, 우주나 무기에 대한 로망을 채워준 이름

 20세기 기사단 표지(blog.naver.com/yang3965)
 20세기 기사단 표지(blog.naver.com/yang3965)
ⓒ 진이의 날자 우리만화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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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추억의 만화'에서 김형배 만화가의 작품은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우선 작품 소재 자체가 남자아이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을 만했다. 1980년대를 대표하는 SF만화가 그리고 군사만화가. 그 때 그 시절, '김형배'는 남자아이들이 갖게 마련인 우주나 무기에 대한 '로망'을 채워준 이름이었다.
공상과학만화 중에서는 <태권브이> 시리즈가 먼저 떠오른다. 물론 <황금날개>의 포스도 만만치 않다. 황금날개 2호 검은 표범 그리고 3호 청동거인. 참 많은 남자아이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캐릭터들이다. 아직도 인터넷 상에는 <태권브이>와 <황금날개>의 전설이 꽤 떠돌고 있다.

군사만화 중에서는 1979년부터 1982년까지 어린이 잡지 <새소년>에 연재됐던 <20세기 기사단>이 먼저 떠오른다. 특히 어문각에서 출판하고 클로버문고를 통해 나왔던 단행본 시리즈는 남자아이들 사이에서는 '필독서'라 할 만큼 인기가 높았다.

이분법적 구도로 '맛'이 달아나는 듯하지만

"20년이 지난 요즘도 나는 가끔, 당시 이 만화를 읽었던 독자들을 거리나 술집, 강의실, 사인회장 등에서 만나고는 했다. 물론, 그들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각자의 몫을 훌륭하게 담당하고 있는 성년이 된 지 오래지만, 나에게 말을 건네 올 때면 한결같이 20여 년 전의 그 동심 어린 미소를 띄운다.

훈이와 보라는 아직도 잘 있나요? 그때 자스민은 왜 죽게 내버려두셨나요? 라든가 혹은, 이 만화를 보고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을 했다든가 하며…그럴 때면, 나 역시 기억 저편에 아스라이 자리잡고 있던 장면을 떠올려 화답하며, 만화라는 매체가 갖고 있는 힘이 참으로 대단함을 새삼 느끼곤 한다. - 2002년 7월 3일 김형배, 20세기 기사단 복간에 붙이는 글

그러나 마냥 "동심 어린 미소"를 띨 수 없는 대목도 있다. "1900년대 말쯤 지구상에서 공산주의자들이 완전히 멸망했을 때, 그 분신들이 범죄 단체 스펙터를 조직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자유국가들이 함께 설립한 20세기 기사단"이란 도입부에서 엄혹했던 냉전시대가 곱씹힌다.

김형배 만화가의 작품을 두고 "냉전적 세계관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거나 베트남전을 그린 만화 <투이호아 블루스> 등에 대해서도 "비판 대상은 막연한 전쟁의 참혹함이지 미국의 패권주의 같은 것이 아니다"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도 김형배 만화가의 작품이 그리운 이유

 김형배 만화가
 김형배 만화가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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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배 만화가도 굳이 부정하려 하지 않는다. 태권브이 복원 열풍이 뜨거웠던 2002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30대 때 그린 작품을 다시 보면, 내가 이런 유치한 생각으로 작품을 했었나 싶다"면서 "부끄럽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김형배 만화가의 작품이 '밉지 않다'. 이상한 일이다. 그래도 <20세기 기사단>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불쑥 고개를 쳐드니 말이다. 김형배 만화가 본인이 말한 대로 "변한 세상 속에 나온 변하지 않은 책을 보며 감회에 젖는 것은 작가나 독자나 똑같기 때문"이라 그럴까.

그 이유 하나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지금 다시 봐도, 김형배 만화가의 그림체는 깔끔하고 세련됐다. '스태이플러 만화책'이 친구들 사이에서 떠돌던 시절, 그의 만화체는 그 자체가 구경거리였다. 그 시절 다른 만화들에서 풍겨났던 '구수함'과는 또 다른 맛, 그 맛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덧붙이는 글 | 김형배 만화가의 두번째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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