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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는 말야… 동네 5일장가면 천국이었지. 뻥튀기도 먹고, 엿장수한테 엿도 얻어먹고….'

재래시장에 얽힌 부모님의 이런 추억어린 말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재래시장 보다는 100원 넣고 카트 밀면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대형마트에 익숙한 세대. 어른들이 말하는 추억 가득한 재래시장이 어떤 곳일까 궁금해진 우리는, 수도권 최대 재래시장인 성남 모란시장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분당선 모란역 5번 출구에서 내리자, 매달 4일과 9일, 전국 최대 규모 5일장이 열리는 모란시장 입구가 바로 나왔다. 해질녘인데도 불구하고 시장으로 들어가는 골목은 마치 유명가수 공연장처럼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해질 무렵에도 모란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해질 무렵에도 모란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 하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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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부터 커튼까지…없는 것이 없다!

모란장으로 향하는 많은 사람들의 행렬을 따라 시장 입구로 들어섰다. 모란장에는 말 그대로 없는 것이 없었다. 다른 재래시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채소나 생선, 옷, 먹거리 뿐만 아니라 황소개구리, 새, 멧돼지, 커튼 등 재래시장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팔고 있었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것들을 파는 모란장에는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아이쇼핑'하러 온 사람들도 많았다. 옥수수 등 채소를 파는 한 아저씨는 "모란시장에는 고양이 뿔만 빼고 다 있다"며 "볼거리가 많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모란시장을 찾은 김에 우리도 옥수수 5000원 어치를 샀다. 옥수수를 건네받고 있는 편은지 인턴기자.
 모란시장을 찾은 김에 우리도 옥수수 5000원 어치를 샀다. 옥수수를 건네받고 있는 편은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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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세 살 배기 아들을 데리고 모란장을 찾은 김경수(33)씨는 "아이에게 평소에 자주 볼 수 없는 것들을 보여줄 수 있어 좋고, 아이도 재밌어 하는 것 같아 즐겁다"며 "재래시장은 살아있는 교육현장이다"고 말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모란시장 구경을 왔다는 이현주(23)씨는 "평소 강아지를 사고 싶었는데,  강아지 가격이 비싸지 않아 한 마리를 사게 됐다"며 "시장이 크고 구경할 것이 많아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찾아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모란장에서 팔고 있는 거북이들.
 모란장에서 팔고 있는 거북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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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란시장에서는 커튼도 팔고 있었다.
 모란시장에서는 커튼도 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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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란시장에서 장난감을 고르고 있는 사람들.
 모란시장에서 장난감을 고르고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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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물건을 파는 모란시장에는 현재 약 1000여 명의 상인들이 각자의 구역에서 자리를 잡고 장사를 하고 있다. 3300여 평 규모의 장터는 주차장처럼 흰 페인트로 촘촘하게 구획이 나눠져 있었다. 1990년 9월 24일 장터를 옮길 당시 장날에 출시하던 상인들과 성남지역 노점상들을 대상으로 약 850명을 추첨하여 구획된 공간에 자리가 배정된 것이라고 한다. 모란장은, 장이 서는 매달 4일과 9일을 제외하고는 공영주차장으로 사용 되며 성남시 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 운영하고 있다.

 장사를 끝마치고 자리를 정리하고 있는 상인들.
 장사를 끝마치고 자리를 정리하고 있는 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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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장에서 과일과 채소를 파는 정봉연(53)씨는 "우리에게는 이 자리가, 지붕만 없다 뿐이지 가게와 다름없다"며 자신의 자리를 깨끗이 청소하고 있었다. 정씨는 모란시장 근처에서 노점상을 하다가, 모란장이 들어설 때 지금 장사를 하는 자리를 갖게 됐다고 한다. 모란장이 서지 않는 날에는 다른 장에 가서 물건을 판단다.

정씨에게 오늘 장사가 잘 됐는지를 묻자, "더워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아 장사가 잘 안됐다"며 "사람들이 모란장으로 피서를 좀 왔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의류를 판매하는 김 아무개(48)씨는 "늘 같은 장소에서 장사를 하다 보니 매번 장이 설 때마다 찾아오는 단골손님도 있고, 가까이 있는 곳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과는 친구처럼 지낸다"고 말했다.

 식용견을 파는 모란시장의 가게. 가게 안에서는 도축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식용견을 파는 모란시장의 가게. 가게 안에서는 도축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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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용견을 파는 가게들 맞은 편에는 애완견을 팔고 있다.
 식용견을 파는 가게들 맞은 편에는 애완견을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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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견 판매점 건너편엔 애완견을 팔고…

모란시장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시장 한쪽 길가에 줄지어 있는 식용견 취급업소들이었다. 낮에는 전국에서 개고기를 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는 이곳은, 해가 지면서 손님들의 발걸음이 조금 뜸해진 것 같았다.

주로 'OO건강원'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가게들 앞에는 개, 닭, 오리, 흑염소들이 들어있는 철장들이 즐비했다. 털을 뽑아 불에 그슬린 개를 통째로 진열해 놓은 가게도 있었다. 식용견 취급업소들이 위치한 거리 끝 쪽과 모란시장의 골목골목에는 보신탕을 파는 음식점들이 있다.

가게 앞에는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지키고 서 있었다. 우리나라의 주요 개고기 유통처인 모란시장에서는 지난 2004년부터 초복이나 중복이 되면 동물보호단체가 주로 주최하는 개고기 식용반대 집회가 열린다. 그래서인지 가게 주인들은 사진을 찍거나 취재하는 것에 민감해 보였다.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근처에 있던 한 상인은 "찍지 마, 개 찍으면 욕먹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식용견을 파는 가게 앞에서 애완견을 파는 상인들도 있었다. 작은 길목 하나를 두고, 곧 도살당할 개들과,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개들이 공존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모란시장에는 파장 뒤에도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많다.
 모란시장에는 파장 뒤에도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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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 파한 후에도 불 밝힌 포장마차

밤 9시쯤이 되자, 대부분의 장이 파하고 상인들도 모란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장사를 하던 곳에 불이 꺼지고, 모란장은 점점 어두워졌다. 그러나 늦은 시간까지 여전히 불이 환하게 밝혀 있는 곳이 있었다. 국수, 가오리찜, 녹두전 등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포장마차 안에는, 전대를 아직 풀지 않은 상인들부터 양복을 입은 직장인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섞여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기다란 나무 의자에 사람들이 나란히 앉도록 되어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은 처음 만난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회사를 마치고 동료들과 소주 한 잔하러 모란시장을 찾았다는 윤영호(42)씨는 "다른 술집에 갈 수도 있지만, 이곳에 오면 안주도 싸고 여러 사람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자주 찾는다"며 "모란시장의 소박한 분위기가 좋고, 어린 시절 생각이 많이 난다"고 말했다.

시장에 도착한 이후 내내 시장구경 하느라 출출했던 우리도 잔치국수를 파는 포장마차에 앉았다. 국수를 먹는 우리 옆에는 하루 장사를 마친 아저씨가 전대를 차고 막걸리에 열무김치를 안주 삼아 혼자 술을 드시고 계셨다.

"장사를 마친 후에 늘 이곳에 들러 막걸리를 한잔 하고 간다"는 아저씨는 국수집 아주머니와도 가족 같이 친근하게 얘기를 나누었다. 아저씨는 혼자 막걸리를 따라 드시고, 아주머니는 그릇들을 설거지 하면서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아저씨가 내고 간 돈은 3000원. 막걸리 한 병 값이었다.

우리를 마지막 손님으로 받으신 아주머니는 "매일 새벽 5시에 나와서 손님이 없을 때까지 장사하기 때문에 끝나는 시간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며 오늘의 장사를 모두 끝내셨다. "다음에 또 놀러오라"며 웃으시는 아주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우리는 모란장을 떠났다. 하루 종일 분주했던 모란장의 하루는, 나흘 뒤에 다시 시작될 것을 기약하며 평온한 밤을 맞았다.

 하루의 장사를 끝내고, 남은 물건들을 가지고 모란시장을 떠나는 상인의 뒷모습.
 하루의 장사를 끝내고, 남은 물건들을 가지고 모란시장을 떠나는 상인의 뒷모습.
ⓒ 하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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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하민지, 편은지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모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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