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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지난 5월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뤘고 6월~8월엔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란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가 변함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편집자주>
의외의 결과였다.
 
매주 <오마이뉴스> 사무실을 대상으로 한 가지씩 환경주제를 정해 실천하는데, 여섯 번째 주제는 '휴가철(장거리 이동)시 대중교통 이용'이었다.

 

애초 이 주제를 정하고 몇 사람을 통해 물어보았을 때 '승용차파'가 크게 이기리라 보았다. 몇 사람을 통해 들어본 이야기가 그랬거니와 '휴가철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공지글 반응도 시큰둥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그게 아니었다. 최근 휴가를 다녀왔거나 멀리 여행한 경험이 있는 직원 28명을 대상으로 물어본 결과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는 사람이 15명으로 나왔다. 전체 53.6%.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한국교통연구원 이훈기 연구원이 2007년 1월 발표한 '지역간 여가통행수요 조사 및 모형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에 보면 우리나라 국민은 1인 평균 한 해 동안 국내여행을 5.87회 한다. 그 중 자가용을 70%, 버스를 11.7%, 열차를 7.4% 이용했다.

 

<오마이뉴스> 직원들은 대한민국 평균에서 벗어나 있었다.

 

승용차 몰던 고참, 무궁화호에 몸 싣고 지리산으로

 

면접에 들어갔다. 가장 눈에 띄는 일은 한 고참직원이 이번에 일부러 대중교통 여행을 했다는 점이다. 6일간 휴가를 받아서 2박3일은 가족과 함께, 2박3일은 후배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가족여행지는 태안, 후배들과 함께 간 여행지는 지리산이었다.

 

가족과 함께 갈 때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태안까지 버스(편도 7800원)를 타고 다녀왔다. 지리산에 갈 때는 서울역에서 무궁화열차(편도 2만원)를 타고 간 뒤, 백무동에서 동서울터미널까지 버스(편도 1만9800원)를 타고 올라왔다.

 

그 직원은 "기차를 타고 갈 때는 몰랐는데, 올 때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니 편리하고 기분 좋았다"며 "앞으로도 종종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직원은 이번 추석 때 서울에서 경남에 있는 집까지 300㎞ 넘는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내려갈 생각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그 직원은 평소에도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한다.

 

휴가나 장거리 여행시 대중교통을 이용했다고 밝힌 15명 중 2명은 '아직 가족이 없기 때문에(가족이 생기면 승용차 이용할 뜻 있음)', 1명은 '승용차를 살 형편이 안돼서'라고 답했다. 즉 앞으로 '승용차 여행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나머지 '대중교통파'들에게 앞으로 승용차 이용 가능성을 물어봤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잘랐다. 대중교통 충성도가 높은 셈이다.

 

비록 '대중교통파'는 아니지만 대중교통과 승용차를 함께 탄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모두 다섯 명. '가족이 있을 때' '대중교통편이 없는 지역에 갈 때'를 빼면 거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밝힌 사람들이다.

 

이 쪽에 응답한 이들은 승용차를 탈 때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가 많다. 출퇴근은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하고 있었고, 그나마 두 명은 승용차가 경차였다. 이들까지 더하면 '범대중교통파'는 71.4%다.

 

'대부분 승용차를 탄다'고 답한 이는 8명이었다. 이들은 여행뿐만 아니라 장거리 이동, 출퇴근 등 대부분 생활에서 승용차를 이용했다. 여행 목적지, 가족, 장비와 같은 이유를 든 이들이 많았다.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곳에 주로 가기 때문에' '어린 가족이 많아서' '항상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니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여행할 때가 많아서'라는 이유였다.

 

한 직원은 일부러 버스를 타고 휴가를 갔다가 현지에서 바가지 택시 요금을 겪은 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났다고 고백했다. 현지에서 당한 나쁜 경험이 그를 완전히 '승용차족'으로 돌아서게 만든 것이다.

 

이 중에는 대중교통족이었다가 승용차족으로 '전향'한 이도 있다. 어린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단 단서를 달았다. 아이들이 커서 짐을 스스로 들고 다닐 나이가 되면 그 때는 대중교통을 타고 여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승용차파' 중에도 앞으로 '대중교통파'로 소속을 옮길 사람이 있었다.

 

그렇다면 직원들은 대중교통과 승용차 여행에 대해 각각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편리성' '비용' '재미와 즐거움' 등 몇 가지 항목별로 나눠봤다.

 

[비교 포인트① 편리성] "운전은 하기 싫지만 아기가 있어서"

 

양쪽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 모두 "편리하기 때문에 이용한다"고 답했다. 똑같은 이유를 갖고 있지만, 결과는 다르다는 점이 재미있다.

 

'대중교통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차 막히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승용차가 지겨워졌다. 대중교통이 편하다."

"운전 걱정 없어 홀가분하다. 자유롭고 좋았다."

"길치다. 승용차를 운전하면 불안하다."

 

심지어 한 대중교통 지지자는 "승용차가 왜 좋은 줄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승용차파'는 어떻게 생각할까.

 

"승용차는 시간계획을 여행자들이 할 수 있다. 목적지도 쉽게 바꿀 수 있다."

"아기가 있으니 승용차가 편리하다."

"갑자기 다음 행선지를 정할 때가 많다. 외진 곳을 찾다 보니 승용차가 없으면 불편하다."

 

한 직원은 "나는 운전하기 싫지만, 남 승용차에 타고 다니는 것은 솔직히 편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운전하는 재미를 모르기 때문에 앞으로 운전면허를 따거나 승용차를 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승용차가 편리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직원도 있었다. 그 직원은 "솔직히 승용차가 편하지만 사실은 좀 불편한 방식이 몸과 마음에 더 좋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편리함에 대해선 쉽게 승부를 가를 수 없다. 대중교통파 쪽에서도 "승용차가 편리하지만, 버스나 기차를 탄다"고 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승용차파 쪽에서도 "지역에 따라선 대중교통이 편리할 때가 있다"고 답한 이가 있기 때문이다.

 

[비교 포인트② 경제성] 지역따라 동행자 따라 천차만별... 계산 복잡하네

 

이 질문은 경우에 따라 답이 달랐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일 경우 "사람이 3명 이상일 경우는 무조건 승용차가 싸다"고 답했다. 2명이어도 승용차가 싸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중교통이 싸다고 한 측은 "교통이 편리하고 사람이 1~2명일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한 명이라도 KTX 같은 경우는 오히려 승용차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직원은 "부부가 전북 고창에 다녀왔는데, 승용차를 타고 다녀온 것과 대중교통을 이용한 게 큰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승용차를 타고 다녀왔을 때 나온 기름값은 10만원. 고속버스를 탔을 때는 편도요금이 1만3500원. 두 명이 왕복했다면 5만4000원이 나온다. 읍내에서 목적지까지 택시 타고 들어간 비용을 더했을 때 10만원 가까이 나왔다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통행료를 포함한 기름값은 대략 8만~9만원선.(한국교통연구원의 '승용차 연료절약 기법 개발 보고서' 참고, 2000㏄ 기준) KTX(일반실/어른)가 4만7900원(평일기준), 고속버스(우등) 2만9400원이다. 3명이라면 고속버스와 비슷한 수준이고, KTX보다는 오히려 싸다. 부산은 우리나라에서 교통이 가장 편리한 도시 가운데 하나다. 소도시로 갈수록 승용차에 비해 대중교통 요금이 비싸질 가능성은 커진다.

 

이 항목은 상당히 변수가 많다. 승용차의 경우 연비, 평균속도, 타이어공기압 등 여러 요인에 따라 기름사용량이 들쑥날쑥이었고, 대중교통 또한 거리, 지역, 사람수에 따라서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비교 포인트③ 재미] 자유롭게 떠날까, 지역 들여다 볼까

 

승용차파들은 승용차의 장점으로 '자유로움'을 꼽았다. 원할 때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떠나고 싶을 때, 차편이 있는지 빈 자리는 있는지 확인할 필요도 없다. 승용차는 계획을 바꾸기도 쉽다.

 

"기분 내킬 때 갈 수 있다. 갑자기 어딘가 가고 싶다고 느낄 때가 있다. 대중교통은 못 들어가는 곳이다. 대중교통이 있더라도 시간상 못갈 수도 있고…. 승용차는 그렇지 않다."

 

또 한 직원은 "아이들 학습여행에 좋다"고 장점을 꼽았다.

 

"쉬러 가는 여행이 아니라 전국을 돌아다니며 이곳저곳 많이 보여주는 여행을 하기 때문에 승용차가 필요하다. 텐트를 들고 가 야영을 하는 경우도 많다. 대중교통으로 그런 여행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대중교통파들은 버스나 기차를 타면 승용차와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면서 대중교통의 손을 들었다.

 

"승용차 몰고 다니다 팔고 난 뒤, 버스 여행하면서 여행의 참맛을 알아 버렸다. 몇 달 간격을 두고 각각 승용차와 버스를 타고 사진 여행을 한 적 있다. 사진 양은 승용차를 찍었을 때 훨씬 많았는데, 마음에 드는 사진이 적었다. 버스로 여행할 땐 목적지에 가기 위해 걷다가 멈춰 서서 찍은 사진이 꽤 많았다. 그렇게 찍은 사진 중에 좋은 사진이 많았다."

 

"그 지역 문화나 사람들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과 이것저것 알아보면서 더 친해질 수도 있고."

 

환경단체 간부도 "대중교통 이용 솔직히 어려워요"

 

환경단체는 승용차를 대기오염과 지구온난화' 등의 주범으로 꼽는다. 그러나 그런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 자리에 종종 직원이나 회원들이 승용차를 몰고 온다.

 

최근 한 환경단체 간부로부터도 "멀리 갈 때는 무조건 승용차를 이용한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 그 간부는 "전국회의가 열릴 때는 시간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강원도가 고향인 그 간부는 친가에 갈 때도 승용차를 몰고 간다. 부모의 농사일을 거들기 위해서다. 그는 "승용차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사실상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기차 등 원거리 대중교통이 취약한 상황에서 무조건 대중교통 타자고 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 40년간(1962-2004) 도로와 철도의 시설비용을 비교해 보면 도로 연장은 3.7배(2만7169㎞에서 현재 10만278㎞) 증가했으나, 철도 연장은 1.1배(3032㎞→3377㎞)로 거의 늘지 않았다.

 

그에 반해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연합 국가들은 90년대 말 중장기교통투자정책(1998~2005)을 세워, 도로투자액의 2배 이상을 철도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도로연장/철도연장 비율이 프랑스는 1.2, 독일 1.5로 거의 균형을 맞춘 데 비해, 한국은 5.4다.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제 확대 시행 등 장거리 버스 환경이 늘고 있지만, 목적지에 도착한 뒤 연계 교통 측면에서 여전히 약점이 많다.

 

원거리 대중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에 "승용차를 탈 수밖에 없다"는 승용차족들의 비판은 옳다. 문제는 이러한 문제가 쉽게 고쳐질 가능성이 지금으로선 적다는 점이다.

 

희망은 오히려 여기서 시작될 수 있다. '델리스파이스'의 멤버 윤준호씨는 공연 다닐 때 승용차를 타지 않는다. 지방 공연을 다닐 때가 많지만 아주 큰 악기가 없을 때는 멤버들이 각자 악기를 메고 기차를 탄다. 그는 "대중교통을 타면 갈아탈 일이 많다. 처음엔 불편했지만 익숙해지니까 괜찮았다"고 말했다.

 

'메가쇼킹'이란 필명으로 활동하는 만화가 고필헌씨는 "불편에 대한 생각을 바꾸자"고 제안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여행하려면 며칠 전부터 계획을 잘 짜야 한다. 그렇게 계획을 짜는 게 또한 재미다. 나는 계획 짜면서 여행가는 상상하면 흥분되고 짜릿하다. 조금씩 불편함을 느끼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게 여행의 묘미 아닌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태그:#대중교통, #승용차,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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