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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제25회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종합 7위의 성적을 올리고 귀국한 한국 선수단이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자료사진)
 1992년 제25회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종합 7위의 성적을 올리고 귀국한 한국 선수단이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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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특수'를 연장시키기 위한 노력은 지극하고도 눈물겹습니다. 금메달감이네요. 블루하우스(청와대)에 금메달 줘야 합니다." - (ID : blowtorch)

대한체육회가 베이징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이 귀국하는 25일 대규모 도보 퍼레이드를 추진하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도 참석을 긍정 검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 사이에서 "이명박판 '3S'(스포츠·섹스·스크린) 정책의 결정판"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게다가 수영의 박태환 선수 등 이미 시합이 끝난 일부 선수들이 이날 퍼레이드 참석을 위해 귀국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누리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올림픽선수단 퍼레이드는 '사상 처음'... 박태환은 '반감금' 상태?

<세계일보>에 따르면, 대한체육회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했던 대한민국 선수들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귀국일인 25일 인천공항에서 서울 청계광장 인근까지 카퍼레이드를 벌인 뒤 일정 거리를 도보로 퍼레이드를 벌이는 방안을 확정하고 관련단체들과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그동안 올림픽 선수단은 귀국 직후 공항에서 해단식을 진행했다. 올림픽 선수단의 카퍼레이드는 지난 1932년 LA올림픽을 시작으로 17차례 참가한 이래 처음이다. 물론 올림픽이 아닌, 특정 종목 차원의 카퍼레이드는 있었다. 특히 박정희 정권 시절,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 1967년 여자농구대표팀이 체코슬로바키아 프라하에서 벌어진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하고 김포국제공항을 출발해 김포가도와 신촌, 서소문을 거쳐 서울시청 앞까지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1970년에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메르데카배 국제축구대회에서 처음으로 단독 우승한 축구대표팀이 같은 코스를 따라 카퍼레이드를 했다.

그러나 이는 특정 종목 차원이어서, 선수단 전체 규모로 카퍼레이드가 이뤄지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퍼레이드에는 선수단 270~280명 전원이 참석하게 된다.

이 때문에 대한체육회는 한국수영 사상 올림픽 첫 금메달을 따낸 박태환 등 메달리스트를 중심으로 일정이 끝난 선수들의 입국을 막고 있다. 지난 아테네 올림픽의 경우 이원희 선수 등 금메달 수상자들도 일찍 귀국했다. 때문에 일부 선수들은 대한체육회의 조치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박태환 선수의 코치인 노민상 코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태환이가 3일 베이징에 와서 현재 심적, 체력적으로 많이 지친 상황"이라며 "하루빨리 돌아가 휴식을 취해야 하는 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선수는 현재 코감기를 앓고 있는데다 안전상 이유로 선수촌에 '반감금' 상태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 "과거 군부독재 '3S 정책' 연상" 반발

지난 15일 경복궁 앞 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건국60년 중앙경축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청소년들과 함께 태극기를 앞세우고 시청 앞까지 행진하고 있다.
 지난 15일 경복궁 앞 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건국60년 중앙경축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청소년들과 함께 태극기를 앞세우고 시청 앞까지 행진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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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측은 "선수단의 사기 진작과 대한체육회의 위상 강화"를 이번 퍼레이드의 목적으로 내세웠지만, 그 배경에는 그동안 쇠고기 정국으로 곤궁에 처했던 정권 차원의 '분위기 전환용 이벤트'가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이번 퍼레이드와 관련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가 끝난 상태"라고 말했고, 퍼레이드 준비 소식이 알려진 뒤 곧바로 청와대 측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또한, 카퍼레이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일 오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채 1킬로미터도 되지 않은 거리를 굳이 도보 퍼레이드로 이어가겠다는 것도 의문이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을 위해 선수단 전원을 들러리 세우는 꼴"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도보 퍼레이드를 시작하는 청계광장은 쇠고기 파동 때 '촛불집회'의 명소로 자리잡은 곳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 때처럼 구청 공무원과 인근 주민, 초등학생 등을 강제 동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스포츠를 이용해 정치적인 국면 전환을 꾀한다는 의혹 때문에 일부 누리꾼들은 "과거 군부독재 시절의 '3S 정책'이 연상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3S 정책'은 1982년 5공화국이 출범하고 신군부의 독재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가라앉히기 위해 썼던 정책기조를 말한다. 당시 5공화국은 정치로부터 국민들의 관심을 가라앉히기 위해 프로야구단을 출범시키는 등 스포츠와 섹스, 영화 분야 등에 부흥정책을 폈다.

이명박 정부도 '쇠고기 정국'으로 인해 바닥을 친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현 정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상쇄시키기 위해 국민들의 시선을 올림픽으로 돌리거나, 스타급 선수들을 정권 홍보용으로 희생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누리꾼(ID : 강백양)은 "올림픽의 성과를 자기 치적에 끼워넣으려는 건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예전에 히딩크 감독 명예 서울시민증 수여식 때 자기 아들, 사위 불렀었는데, 이번에도 가족을 부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한 블로거(ID : 이스트라)는 "지금이 무슨 군부 독재시설도 아니고, 대통령 인기몰이에 보탬이 되기 위해 힘들게 고생한 선수단 전원이 들러리서는 이런 꼴... 이게 무슨 국가적인 망신이냐"고 한탄했다.

민주당 "청와대는 고독강요죄, 가족상봉방해죄"

이와 관련 민주당은 "대한체육회과 청와대가 충분히 의논한 흔적이 있는 만큼 이런 발상을 하고 집행을 하게 된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는지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최재성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독재는 권력집단의 생각에 모든 현상과 사물, 국민들의 행위를 꿰맞추는 경직성에서 비롯된다"며 "이런 발상이야말로 권위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대한체육회의 방침은 청와대와의 교신이 있었기 때문에 이 대통령의 퍼레이드 참석도 검토된 것 아니겠느냐"며 "청와대는 선수들의 귀국을 사실상 강압해서 보고 싶어하는 지인과 가족을 보지 못하게 하는 고독강요죄와 가족상봉방해죄 등 웃지 못할 죄를 지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그:#베이징올림픽, #이명박 대통령, #박태환 선부, #3S 정책, #선수단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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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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