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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백병규 미디어평론가
대담 정리 : 장윤선 송주민 기자
사진 : 권우성 기자

정연주 KBS사장 해임 등 최근 KBS사태와 관련해서 '정권의 방송장악 시나리오, 실체와 대응' 죄담회가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미디어비평가 백병규씨의 사회로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 최문순 민주당 의원, 김현석 KBS기자협회장,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정연주 KBS사장 해임 등 최근 KBS사태와 관련해서 '정권의 방송장악 시나리오, 실체와 대응' 죄담회가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미디어비평가 백병규씨의 사회로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 최문순 민주당 의원, 김현석 KBS기자협회장,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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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싸움에서 지는 건 역사적 범죄다. 언론 후배들에 대한 범죄고, 국민에 대한 범죄다. 공영방송의 역할을 할 것인가, 관영방송으로 전락할 것인가 기로에 있다. 같이 싸우자."

김현석  KBS 기자협회장의 말이다. 그는 정연주 전 KBS 사장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검찰에 긴급체포됐다는 말을 듣고 이같이 밝혔다. 현재 정 전 사장은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언론 전체에 대한 인격파괴이자 모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12일 최근 벌어진 정연주 KBS 사장 해임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점을 짚어보는 좌담을 마련했다. 이날 좌담은 백병규 미디어평론가의 사회로, 김현석  KBS 기자협회장,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최문순 민주당 국회의원,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이뤄졌다.

이들은 이번 정 사장 해임과정에서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고 진단하고, 민주주의 후퇴를 막기 위한 국민적 노력이 필요한 때가 됐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이번 좌담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집권 전부터 방송장악 구상... 촛불 보며 조급함 느꼈을 것"

김현석 KBS기자협회장.
 김현석 KBS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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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사장 해임 과정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보자. 이명박정부는 언제부터 준비한 것일까.
김현석 "우선 이번 사태에 대한 KBS 구성원들의 분위기부터 전달하겠다. KBS인들은 대통령이 공영방송 수장을 마음대로 해임한 것에 대해 참담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앞으로 KBS가 어떻게 권력을 비판할 수 있을까? 대통령에게 해임권이 있으면 그냥 해임하면 되는데, 왜 국가기구를 총동원해서 난리를 쳤는지 알 수가 없다.

정 사장 해임 시나리오가 처음 드러난 것은 지난 5월 12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김금수 전 KBS 이사장을 만났을 때다. 당시 최 위원장은 'KBS 때문에 촛불집회에 불이 붙었고,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졌다, 이는 다 정연주 사장 때문'이라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 이 발언을 시점으로 이 정권의 KBS 장악음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후 6월 11일 속전속결로 감사원 감사가 시작됐지만, 내부에서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 이유는 아무리 털어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며 안심한 측면도 있다. 결과적으로도 아무 것도 밝히질 못했다.

7월 말, 갑자기 KBS 적자 문제가 화두가 됐고, 신재민 차관, 박재완 수석이 '대통령에게 KBS 사장 해임권이 있다', 'KBS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 구현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그 뒤, 해임 절차를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졌다. 결국 감사원이 지난 5일 이사회에 해임을 요구했고, 이사회가 청와대에 해임안을 제청하면서 결국 이 대통령의 최종 결정이 이뤄졌다." 

-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부터 정 사장을 몰아내기 위한 시나리오가 준비되고 있다는 말이 돌았다. 촛불집회 이전부터 방송장악 움직임이 있었다고 보나?
김유진 "큰 틀에서의 방송장악 구상은 집권 전부터 갖고 있었을 게다. 또 취임 전부터 나타났던 민심 이반, 광우병 정국의 촛불을 보며 방송장악에 대한 조급함을 느꼈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출범 조건이 환상적이었다. 의회와 지자체의 장악, 조중동 등 주류 기득권 세력의 지지도 있었다. 이 상황에서 유독 방송과 인터넷을 통제하지 못한 강박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99개를 가진 부자가 1개를 못 채우면 다 잃을지도 모른다는 강박증에서 이번 사태가 비롯된다고 본다."

정치적 독립성으로 오랜 국영시대 넘은 KBS의 향후 전망은?

- 방송에 대한 권력의 집착은 뿌리가 깊다. 이명박 정부는 과거 정권 못지않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무리하게 방송장악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는 뭐겠나.
최영묵  "권력의 속성상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방송법에서 대통령이 해임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한 것은 오랜 노력의 결과다. 방송은 공적 영역으로서 대통령이 관장하는 게 아니라는 걸 확정지은 게다. 이런 법이 있는데도 KBS 이사회와 대통령이 탈법적인 방법으로 정 사장 해임을 관철시켰다.

KBS는 오랜 국영방송 시대를 넘어 공영방송 시기를 거치며 가장 영향력 있고, 신뢰도 있는 매체가 됐다. 이것의 바탕에는 정치적 독립성이 깔려 있다. 그런데 다시 정치권력이 KBS를 국가정치 시스템의 한 부분으로 편입시키려 하고 있다. KBS가 이것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이는 스스로 쌓은 성과를 부정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 지난 8일 KBS 안으로 대대적인 경찰력이 투입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최문순 "명확하게 정리하면 합법을 가장한 언론 쿠데타다. 자세히 보면 80년 5·17에서 12·12에 이르는 과정과 비슷하다. 현 상황이 정 사장 개인의 문제인가? 'PD수첩' 한 프로그램의 문제인가? 이것은 개개의 문제가 아니다. 정 사장과 'PD수첩'은 희생양이었다. 이것을 희생 삼아 언론쿠데타를 진행한 것이다. 언론뿐만이 아니다. 법 해석을 자의적으로 함으로서 입법권에 대한 도전을 했으며 나아가 민주주의, 국민 전체에 대해 도전하고 있다."

- KBS노조도 정 사장의 경영실적 등을 지적하며 퇴진을 요구했다. 일반 시민들로서는 혼란스러운 부분이다. KBS 내부는 어떻게 정리되고 있나.
김현석 "11일 정 사장이 '사원에게 드리는 글'을 남기고 떠났다. 떠나는 정 사장에게 승자의 모습을 느꼈다. 더 큰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일단 물러나는 승자의 느낌을 받았다. 한 사람을 밀어내기 위해 국가기관을 총동원했는데 결국 비위 하나를 못 찾아내고, 되지도 않는 구실을 내세워 해임했다. 정 사장은 법정에서 싸우겠다고 했다. 법정에서 명확한 진실이 가려지길 바란다." 

- 한나라당 등은 KBS가 편파적·좌파적이라는 것이었다. 실제 그랬나?
김유진 "코드방송·편파방송이라는 주장은 조중동·뉴라이트·한나라당 등이 했다. 그러나, KBS의 몇몇 시사프로그램, 교양프로를 제외한 일반 보도프로그램은 대단히 기계적 중립에 치우쳐 사안의 본질을 짚지 못했다고 본다. 그런데 이를 두고 편파적이다 좌파다 하는 것은 자기들한테 유리한 방송이 아니면 다 편파라는 말밖에는 안 된다.

노조의 책임도 있다. KBS의 편파방송과 무능경영 등이 정 사장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몰아가는데 노조가 일조한 바 크다.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보장 문제를 정 사장 개인의 문제로 몰고간 것도 그렇다. 방송 독립성이라는 추상적 주장은 노조도 한나라당도 다 한다. 지금은 방송 독립성이 어떻게 구현되는 것이냐를 두고 구체적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노조는 겉으로는 방송독립을 외치지만, 그 방법으로 정 사장 공격에 매진했다."

"정 사장 이후 사장실로 '9시뉴스' 큐시트 가는 일이 사라졌다"

- 정 사장 재임 시절, 프로그램의 제작 자율성 측면에서는 괜찮은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정 사장 시절 KBS의 보도 과정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김현석 "보도본부 내에도 정 사장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그럼에도 다들 동의하는 부분은 5년간 사장이 보도에 개입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보도본부에서 '9시뉴스' 큐시트를 사장실로 보내고, 빼달라는 게 있으면 빼고 그랬는데, 정 사장 이후에는 보도본부에서 사장실로 큐시트를 보내는 것 자체가 없어졌다. 보도본부장이 모든 것을 결정했다. 뉴스·아이템 제작 등에 있어서 간섭은 없었다는 걸 KBS인들은 다 동의한다."

최영묵 "박권상 사장 시절에는 기계적 중립이 가장 큰 문제였다. '어떻게 공영방송이 사회적인 큰 이슈에 대해 기계적으로만 대하나', 이런 문제제기가 많았다. 그러나 정 사장 체제에서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기자들의 양심과 자율성에 근거해 소신껏 제작하는 풍토가 늘었다는 것은 높이 살만하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
 최문순 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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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사장 해임의 결정적인 사유인 경영문제, 인사권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최문순 "정 사장 이전의 사장들은 보도를 다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정 사장이나 나나 보도를 미리 볼 수 없도록 스스로 차단했다. 사장이 보게 되면 현장 기자들이 스스로 코드를 맞추게 되고, 이사나 국장한테 물어보고 취재할 가능성이 크다. 현장 기자들이 양심에 따라 취재하는 것을 철저히 보장해 준 것이다.

또한 사장이 외부 압력을 방어해주는 역할을 했다. 경영진이 외부의 압력에 맞서 공영방송을 보호하는 풍토가 확실해진 것이 정 사장 체제에서였다. 경영·인사·편집·편성의 독립성이 확보돼야 언론의 구체적 독립성이 확립된다."

"KBS 이사회는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집단"

- 13일 KBS 임시 이사회가 예정돼 있고, 청와대는 이달 안에 신임 사장 인선을 마무리짓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공영방송 사수 KBS사원행동'은 어떤 입장과 계획을 갖고 있나?
김현석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 중 2가지가 주목된다. 하나는 이달 안에 마무리짓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KBS 출신 사장을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두 가지를 종합하면 이미 내부적으로는 새 사장을 김인규씨(이명박 대선후보 방송전략실장)로 결정한 느낌이 든다. 중립적 사장이라면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뽑아야 한다. 또 낙하산 사장의 고리를 끊겠다고 하면서 이달 안에 끝내겠다는 것은 내정된 누가 있다는 것과 같다.

사원행동은 이사회가 최소한의 양심은 있을 줄 알았다. 여론을 의식해 쇼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경찰을 동원해 무리하게 정 사장 해임 제청을 강행해버렸다. 이사회는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집단이다. 정권의 지침을 충실하게 수행할 것인가를 최우선에 두고 활동하는 이사회이기 때문에 우리는 현 이사회가 사장을 제청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한다.

또한 경영적자 등이 정 사장 해임의 문제라면 이는 이사회의 공동책임 아닌가? 회사의 중요 사안은 의결기관인 이사회가 의결을 해줘야 결정된다. 따라서 집행한 사장뿐 아니라 의결한 이사회도 당연히 사표내고 물러나야 한다. 우리는 현 이사회를 사퇴시키고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하기 위한 투쟁에 들어갈 것이다."

- 정 사장의 해임 제청 무효소송 등은 어떤 결과가 나올까. 언론자유의 중요 판례가 될 것 같다.
최영묵 "신속한 결정을 하진 않을 것 같다. 국세청·감사원·검찰의 조치는 신속하게 이뤄졌으나 이 소송은 빨리 할 까닭이 없다. 법원에서는 KBS 사장의 해임권을 가지지 않은 이사회와 대통령의 밀어붙이기식 해임을 합법적이고 정당하게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다."

- 그렇다면 법원이 신속하게 판단하지 않을까?
최영묵 "그러나 현재 감사원·검찰 등의 모습을 봤을 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독립적인 기관들이 하나같이 정치적 결정을 하는 시점에서 법원이 혼자 독자적인 결정을 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 법원은 다르지 않을까?
김현석 "신태섭 전 이사의 사례를 보자. 누가 보더라도 말이 안 되는 해임 사유가 아니었나? 그는 곧바로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아직도 심리조차 하지 않고 있다.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은 신속한 판단을 위해서다. 아마 정 사장 소송건도 비슷하게 처리될 것 같다."

김유진 "회의적이긴 하나 기대는 접지 않고 있다. 그나마 독자성을 가진 기관이 사법부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현재 공안탄압정국을 대하는 경찰·검찰·법원의 모습을 보면 그나마 법원이 덜 탄압적이다. 일말의 기대는 있다. 그러나 전향적인 평가를 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법원, 헌법과 언론자유 지키는 마지막 보루 되기를"

- 법원도 이 사건으로 인해 시험대에 서는 듯하다.
최문순 "법원이 마지막 남은 보루다. 정 사장 해임에 관련된 기관이 모두 헌법상 독립기구였다. 그럼에도 자신의 정통성을 훼손한 조치를 내린 것이다. 법원이 헌법과 언론자유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되길 간곡히 부탁한다."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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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장악·네티즌탄압 저지 범국민행동'의 활동도 정 사장 강제 해임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향후 활동계획은?
김유진 "우리가 할 부분은 다 할 것이다. 핵심은 역시 KBS 내부다. 공익을 위해 자신을 버리고 나서는 것은 굉장한 정치의식이 필요하다. 광우병 정국에서의 촛불은 개개인의 건강문제와 직결된 사안이었으나 KBS 문제는 조금 다르다. KBS 내부가 치열하게 싸우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먼저 나서서 싸우지 않을 것이다. 불을 지필 사람들은 KBS 구성원들이다. 가능하면 내부에서 국민들과 만나는 접촉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김현석 "크게 공감한다. KBS는 국민의 것이고, 우리는 어찌 보면 대행을 맡아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영혼을 팔아 보도하고 싶지 않다는 글이 내부에서도 많이 올라오고 있다. KBS 앞 촛불집회도 두 달이 넘고 있다. 국민여러분께서 많이 지원해주고 격려해 달라.  KBS구성원들은 정말 열심히 싸울 것이다."

- 지식인들의 역할은?
최영묵 "법원이 판단을 어떻게 하는가에 대해서는 목을 매고 싶지 않다.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결국 최종 결정은 국민들이 하는 거다. KBS는 이번 싸움에서 지면 언론사 스스로의 역할을 부정하는 결과가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KBS가 이렇게 되면 소위 주류언론(조중동)을 제외하고 모든 언론기관이 봉쇄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MBC와 인터넷 공간에서의 탄압도 공공연하지 않나. KBS는 싸울 수밖에 없다. 또한 시민들은 스스로의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한다. 학계에서는 언론공공성 포럼 등을 꾸준히 개최할 예정이고, 다양한 논리를 준비하며 싸움에 임할 것이다."

- 정치권에서는 제대로 다뤄지고 있나?
최문순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설마 이렇게까지 하겠느냐는 안일한 의식이 있었다. 정말 죄송스러운 부분이다. 이 문제는 특정 정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문제다. KBS는 국민이 직접 소유하고 있는 방송사다. 수신료에 의해 운영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국민들도 KBS직원들과 정치권에만 맡기지 말고 직접적인 행동을 보여주셔야 한다. 지금 KBS는 정권이냐 국민이냐의 기로에 섰다. 국민들께서 KBS를 끌어올려주는 노력을 해 주시길 바란다."

- 이사회나 청와대에서는 향후 정해진 수순을 밟아나갈 가능성이 크다. KBS 내부와 시민사회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김유진 "KBS는 총파업도 불사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국면을 얼마나 제대로 보도할 것인가 매우 중요하다. 보도국에서 방송장악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 대단히 기계적 중립에 매몰돼있고, 소극적이다. 방송을 장악하려는 사람과 막겠다는 사람 사이에서 중립은 있을 수 없다. 현 KBS 보도는 아쉬운 점이 많다."

김현석 "정권을 무서워하는 KBS가 아니라 정권이 무서워하는 KBS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기자로서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노조가 투쟁의 구심점이 돼야 함에 동의한다. 하지만 현 노조가 주장하듯 고립된 싸움으로 가서는 쉽지 않다. KBS 직원이 행사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총파업이나 이것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다. 고립된 파업이 아니라 방송사 총파업을 이끌어내야 한다. 같은 언론 동료로서 MBC, YTN, SBS 등하고의 최초 연대파업을 이끌어 볼 생각이나 노조는 이런 말을 안 하고 있다."

- YTN에 구본홍씨를 사장으로 앉히는 등 특보 출신 인사를 내려 보내는 것 못지않게 방송 상업화 등을 촉진하는 일도 많이 벌이고 있다는 말도 있다.
최문순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 중 하나는 사유화다. 각 언론사에 죄다 언론특보를 앉히고 있다. 이것은 언론을 사유화하고 있는 것이다. KBS까지도 언론특보가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편으로는 민영화 압박도 가해지고 있다. YTN 민영화 압박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유화와 민영화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것이 이 정부 언론정책의 모습이다."  

"KBS 사장 긴급체포는 언론 전체에 대한 인격파괴이자 모독"

- 방금 들어온 소식이다. 정 사장이 경찰에 체포돼 경찰청사로 이송중이라고 한다.  
김현석 "이 정권이 너무 천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나리오가 나오면 그대로 다 벌인다. 생각하는 수준이 너무나 낮은 것 아닌가. 5년 전 노 전 대통령 언론고문을 지낸 서동구씨가 KBS에 들어오려다 극렬한 저항에 직면해 물러난 사례가 있는데 5년 뒤 이번에는 강도를 더해 방송전략실장을 했던 정권의 핵심 관계자를 KBS에 밀어 넣으려 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 이 정권이 사실상 민간독재의 길로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다. 이 사안과 더불어 마무리 말씀을 부탁드린다.
최문순 "BBC 사장이 검찰에 연행된다는 소식을 듣는다고 생각해보면 이 일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있다. KBS 사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해 소환한다는 것은 언론 전체에 대한 인격파괴이자 모독이다. 우리는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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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묵 "정 사장을 체포함으로 언론탄압 시나리오가 마무리됐다. 이는 굉장히 상징성이 커서 이 사건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이명박 정권은 결국 우리 사회의 조기경보시스템을 해체함으로써 민영화 등의 다양한 정책을 밀어붙이려는 노골적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온 국민의 문제다. 여기서 물러서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80년대 수준으로 후퇴할 것이다."

김유진 "현 상황은 높은 철학적 수준에서의 이념적 논쟁이 아니다. 이 정부는 모든 절차와 관행을 짓밟고 있다. 이제는 영역과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각자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키워드는 내부 구성원이다. 그 외의 시민사회와 지식인, 국회 등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서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아야 한다."

김현석 "이 싸움의 패배는 역사적 범죄다. 이번 싸움에서 지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후배들에 대한 범죄고, 넓게는 국민에 대한 범죄다. 이는 본질적인 가치를 논하는 싸움이다. 공영방송의 역할을 이어갈 것인가, 관영방송으로 전락할 것인가의 본질이 걸린 싸움인 것이다. 지면 안 된다. 시민들의 지지도 크고, KBS 구성원들의 싸움 의지도 충분한 만큼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다."


태그:#정연주,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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