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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을 호일로 말아서 숯불속에 넣은뒤 그위에 다시 이글이글한 숯불을
덮어 줍니다.
 삼겹살을 호일로 말아서 숯불속에 넣은뒤 그위에 다시 이글이글한 숯불을 덮어 줍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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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첫째 주 토요일은 친정어머니 생신을 축하해 드리기 위해 온 가족이 모이기로 한날입니다. 올해 어머니 생신은 마음이 무겁습니다. 어머니께서 병원에 입원하신 후 처음 맞는 생신이시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알츠하이머, 파킨슨(노인성 치매) 질환으로 8개월 전부터 노인전문요양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친정집은 형제들이 많습니다. 3대독자였던 아버지께서 자식 욕심이 많으셨던 지라 자식 농사를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셨나봅니다.

3남 6녀, 9남매가 모두 모이기로 하였습니다. 요즈음 각기 다른 생활전선에서 열심히 일하다보니 온 가족이 모두 모이기는 참 어렵습니다. 형제들이 많다보니 더욱 그렇습니다. 어머니 덕분에 온 가족이 모이게 되니 기쁘기도 하지만 건강이 좋지 않으신 어머니 때문에 마음은 무겁습니다. 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어머니를 외출 허가를 받아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어머니와 즐거운 하루를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8번째 제부가 가족들을 위해 삼겹살 호일말이 숯불구이를 만들기 위해 준비중입니다.
 8번째 제부가 가족들을 위해 삼겹살 호일말이 숯불구이를 만들기 위해 준비중입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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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과 마늘 고추등을 얹어 호일을 잘 막아줍니다.
 삼겹살과 마늘 고추등을 얹어 호일을 잘 막아줍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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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말아진 삼겹살을 이글거리는 숯불위로 올립니다.
 잘 말아진 삼겹살을 이글거리는 숯불위로 올립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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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우리 집 형제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제각기 재주도 참 다양합니다.  몰랐던 숨은 실력이 나옵니다. 모두다 재주를 말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고 9번째 막내 제부는 10월이면 목사 안수를 받는 예비 목사이고. 서열상 8번째인 제부는 화방을 합니다.

가족 모임이 있을라치면 가끔 이벤트를 벌이는 제부가 이번에는 예전에 몰랐던 숨은 실력을 발휘하는 8번째 제부 얘기를 할까 합니다. 짬짬이 그림을 그려 전시회도 하곤 하는 제부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서인지 손재주도 참 많습니다. 제부 손을 거치면 뭐든지 안되는 게 없습니다.

처가 행사 때면 아이들을 위해 봉사를 열심히 하는 제부가 오늘은 ‘삼겹살 호일 말이 숯불구이’를 해 주겠다며 장작불을 피워 숯불을 만드느라 부산을 떱니다. 이열치열 한 여름밤의 야식을 준비하는 제부가 참 대단해 보입니다.

숯불을 만든 자리에는 모기를 쫓기 위해 쑥을 베어다 모닥불을 피웁니다. 쑥 향이 가득합니다. 모기는 얼씬도 못합니다. 그야말로 어릴 적 추억을 회상하며 평상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니 별이 반짝입니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오랜만에 보는 별입니다.

별 사이로 하얀 구름이 지나갑니다. 하늘이 어찌나 맑은지 구름까지 모두 보입니다. 조카 녀석이 그럽니다. 구름이 움직이자 별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니 “별이 쏜살같이 달려가요 “라며 큰 소리로 외칩니다.  그사이 제부는 ‘삼겹살 호일 말이 숯불구이’를 하느라 분주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형제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제부는 호일을 펴고 그 위에 소금을 뿌리고 삼겹살을 얹은 다음 마늘 고추를 넣고 호일을 말아 숯불 속에  넣어두며 10분만 기다리라 합니다.  우리는 요리가 완성될 때를 기다리며 그동안 지내온 이야기와 옛날 추억들을 더듬으며 대화를 합니다.

완성된 삼겹살 호일말이구이를 시식하기 위해 준비중입니다.
 완성된 삼겹살 호일말이구이를 시식하기 위해 준비중입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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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삼겹살 호일말이구이를 시식하기뉘해 조카녀석이 호호불며 식기를 기다립니다.
 완성된 삼겹살 호일말이구이를 시식하기뉘해 조카녀석이 호호불며 식기를 기다립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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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향이 가득한 모닥불입니다. 모기들은 얼씬도 못합니다.
 쑥향이 가득한 모닥불입니다. 모기들은 얼씬도 못합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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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삼겹살 호일 말이 숯불구이’가 완성되었습니다. 모두들 기대하며 호일을 벗겨내자 고기가 야들야들하니 잘 익었습니다. 호일을 베껴내자 호일 사이로 기름이 빠져나와 호호 불어 한입 먹어보니 고소하면서도 쫄깃하고 담백하면서도 짝짝 앵기는 맛이 둘이 먹다 한 사람 사라져도 모를 지경입니다. 삼겹살에 맥주 한잔을 하니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쑥 향이 진동하며 모닥불이 타오릅니다. 물론 모기들은 얼씬도 하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계시기에 온 가족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이런 추억도 만들고 있지 하는 생각에 다시 한 번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밤을 꼬박 새워 이야기꽃을 피우고  다음날 도착한 가족들과 점심을 하기위해 미리 예약해 두었던 음식점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향합니다. 기억을 자꾸 잃어버리시는 병을 앓고 계시는 어머니께서 가족들을 모두 알아보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어머니는 점점 기억을 잃어 가십니다.

어머니가 보시는 가운데 자식들은 행복한 모습을 보여드립니다. 형제들은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음식점 잔디밭에 물을 뿌리는 호수를 이용하여 즉석 족구장을 만들고 족구 시합을 합니다. 족구장은 음식점 잔디마당에 물 뿌리는 호수로 선을 그리고 주위에 있는 의자를 이용하여 코트를 만듭니다. 임시족구장을 만들고 정식인원이 은 아니지만 편을 나눠 시합을 합니다. 뜨거운 햇살아래 흐르는 땀을 훔치며 모두들 열심히 합니다.

임시로 만들어진 족구장에서 어머니께 보여 드리기 위해 가족들은 게임을 합니다.
 정식 인원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합니다.
 임시로 만들어진 족구장에서 어머니께 보여 드리기 위해 가족들은 게임을 합니다. 정식 인원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합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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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구게임을 하는 가족들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동생도 게임을 합니다. 제법 잘 합니다.
 족구게임을 하는 가족들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동생도 게임을 합니다. 제법 잘 합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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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는 무표정해 보이시지만  출가시켜야할 장성한 아이들을 둔 나이가 되어버린 자식들이 어머니 앞에서 재롱떠는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해 하십니다. 단란한 한때를 기억하기 위해 가족사진을 찍습니다. 어머니와의 하루 나들이가 아쉽게도 너무 빨리 지나갑니다. 어머니께서 오래오래 사시기를 기도합니다.


태그:#삼겹살 호일말이 숯불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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