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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판지가 멋진 예술품으로 변신해도 되는 것일까? 시화 공예작가 이준호(46)는 '된다' 라고 단정 짓는다. 8월6일 오후3시 30분 경기도 안양 석수2동 <해오름 공부방>에서 골판지가 대변신을 시도했다.

 

‘올망졸망’ 공부방 아이들은 골판지 변신이 신기한 듯 이 작가 손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드디어 골판지가 예술품으로 변신했다. 아이들 입에서는 탄성이 흘러 나왔다.

 

이날 수업은 ‘감상’ 이 아니라 ‘실습’ 이다. 이 작가는 아이들이 직접 솜씨를 발휘해 골판지를 작품으로 만들 것을 주문했다. 

 

천방지축 할 것 같은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다소곳하게 책상 앞에서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 드디어 아이들이 작품을 완성했다. 제법 그럴듯하다. 이 작가는 “솜씨가 제법” 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아이들은 으쓱해져서 연신 웃음을 보낸다. 이날 수업을 받은 열 한명 아이들 모두 작품을 완성했다.

 

 이 작가는 열 한명 중 수제자를 삼아도 될 만큼 소질 있는 아이가 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이날 수업은 해오름 공부방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시화공예’ 수업이었다.

 

"6학년 양법수 라는 아이인데 창의력이 장난이 아니 예요. 글재주 그림재주 다 좋아요. 이 아이를 수제자로 키우고 싶어요."

 

이 작가 눈이 띄는 모든 것이 작품 재료

 

시화공예 는 사람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 표현된 시나 글을 그 느낌이 잘 살아나도록 바탕이미지를 만들고 글씨를 새겨 넣어 다양한 예술품이나 생활소품으로 만드는 공예다. 또, 옛 선비들이나 화가들이 즐기던 문인화나 서화를 보다 현대감각에 어울리게 다양화한 감성표현 공예이기도 하다.

 

 재료는 다양하다. 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든 것이 소품이 된다. 컴퓨터 부품, 캔, 부서진 전등, 광주리, 저울 등. 이 작가 눈에 띄는 모든 것이 소품이 되는 것이다. 하고 많은 재료 중 이날 수업에 골판지를 사용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아이들이 좋아 할 것 같았어요. ‘꼴라쥬기법’ 이라고 하는 건데 찢고 구기고 붙여서 만드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대개 찢고 구기는 것을 좋아 하거든요. 그래서....폐자재 활용해서 창작 활동 했다는 것도 아이들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골판지는 느낌이 두껍고 입체감이 있어서 전부터 소품으로 자주 사용하고 있어요."

 

이 작가는 ‘시화공예’ 창시자다. 27 년 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던 소년 이준호가 멋진 시 옆에 삽화를 그려 넣은 것이 ‘시화공예’의 시초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약 200명이 시화공예를 하고 있다. 모두 이 작가가 뿌려놓은 씨앗이다.

 

“그동안 제자들 배출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지금은 인사동에 협회((사) 한국 시화아트공예 협회)도 있어요”

 

27년 동안 이 작가 손을 통해 세상에 나온 작품은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약 2000점 정도다. 문학단체 나 회사 학교 등에서 개최된 각종 시화전에서 이 작가 작품은 빛을 발했다.

 

찾아가는 시화전, 9월부터 시작

 

 

이 작가는 찾아가는 시화전을 계획하고 있다. 작품을 들고 거리로 나간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전시회 주제도 이미 정해져 있다.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옛 삶의 향기를’ 이라는 주제다. 이 작가는 이 계획을 “사고 좀 치려고 한다” 라고 표현했다.

 

“올 가을에 사고 좀 치려고요. 골동품과 생활 소품 그리고 골판지 같은 폐품을 활용해서 만든 작품을 전시할 계획입니다. 어른들은 그것을 보면서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게 될 것이고 아이들은 옛 사람들의 향기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또, 자원의 소증함도 느끼게 되고 창작의 다양성도 알게 될 것입니다. 세대 간 소통 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중요한 목적입니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 어린 시절을 만나는 것입니다. 시 공간을 뛰어 넘는 만남, 곧 소통 이지요”

 

이 작가가 시민들을 직접 찾아가기로 한 것은 바쁜 ‘요즘사람들’ 을 위한 배려다.

 

“요즘사람들 참 바쁩니다. 좋은 시 한편, 그림 한 점을 감상할 기회가 통 없어요. 그러다 보니 마음의 여유도 찾기가 어렵지요. 이런 분들에게 마음이 편해지는 시 한편 그림한 점 감상할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문화를 직접 체험하게 해 주는 것이지요”

 

이 작가는 작품 전시뿐만 아니라 사람들 이목을 끌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다. 전시회장에서 이 작가가 직접 글돌(예쁜 돌에 글씨 써 넣은 것) 도 만들어 주고 아이들을 위해 윷놀이, 제기차기 등, 전통 놀이판도 만들 계획이다. 

 

전시회는 9월부터 시작된다. 첫 번째 전시회 장소는 안양 석수동에 있는 'LG 빌리지'다. 가능하다면 장소를 옮겨가며 매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작가는 전시회를 통해 소통을 이루고 싶어한다.

 

"어른과 아이들이 소통하고 가족 간 사회 구성원 간 소통하기를 원합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소통의 장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소통만 잘 되면 세상 편안해 질 것 같아요."

 

작가 이준호가 말하는 예술은 어렵지 않은 것에 뿌리가 있다. 작품 설명을 듣지 않아도 무엇을 전달하는지를 알 수 있어야 진정한 대중예술이라 말한다. 때문에 이 작가 작품은 쉽다. 문외한이 보아도 쉽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예술에 문외한인 난 그가 사고를 치려하면 기대가 된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태그:#이준호 작가, #시화공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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