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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지난 5월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뤘고 6월~8월엔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란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가 변함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번엔 재활용 아이디어로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일본 도야마시를 다룹니다. [편집자말]
도야마시. 3천미터 안팎의 다테야마 설봉으로 유명하다.
 도야마시. 3천미터 안팎의 다테야마 설봉으로 유명하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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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부 서쪽해안 지방에 있는 도야마(富山)시는 땅 크기가 1241㎢로 서울(605㎢)의 두 배가 넘는다. 하지만 인구는 단 42만1239명. 게다가 20년 뒤엔 인구가 지금보다 3만여명 정도 적은 38만9510명이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도심 지역 인구밀도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1970년 ha당 59.9인이던 인구는 2000년 40.3인으로 줄었다. 현청소재지 중(우리나라 도청소재지에 해당) 인구밀도가 전국 최저다. 시가지 저밀도화는 빠르게 진행 중이다.

넓은 땅에 도심지 인구가 적으니 나타난 결과는 높은 승용차 소유율. 가구당 승용차 보유대수 1.73대로 전국 2위다. 1999년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 수단분담률은 전체 72.2%, 전차 1.4%, 철도 2.8%, 이륜차 10.1%, 도보 13.5%였다. 1974년엔 자동차가 42.5%, 전차 6.5%, 철도 5.6%, 이륜차 12.4%, 도보 33%였다.

공공교통이용자는 과거 15년간 67%가 줄어들었다. 승용차 이용자가 늘면서 자연스레 공공교통이 쇠퇴했다. 그와 비례해 도시활력이 줄면서 도시관리비용은 뛰었고, 세수는 줄었다. 시내 중심가에 사람이 모이도록 하기 위해선 깜짝 놀랄 대책이 필요했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2000년대 들면서부터. 교통 분야에서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방향은 다름 아닌 '재활용'이었다.

재활용 노선에 최신 전차, 일본 명물 '도야마 라이트 레일'

도야마시 명물 라이트 레일. 폐선을 재활용한 최신 노면전차다. 오른쪽은 도야마시 환경팀 주임.
 도야마시 명물 라이트 레일. 폐선을 재활용한 최신 노면전차다. 오른쪽은 도야마시 환경팀 주임.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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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마는 3000m 설봉이 이어지는 다테야마(立山)로 유명하지만, 최근 들어 도심 노면전차인 도야마 라이트 레일(Wright rails)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2006년 4월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진 이 최신 노면 전차는 80여년 동안 운행하다 폐쇄된 전철 도야마항선 철도를 재활용했다. 결과는 대성공. 항상 적자만 내던 도야마항선은 개통 첫해 200여만 엔 흑자를 내는 성과를 냈다.

2006년 4월 29일부터 2008년 4월 30일까지 733일간 약 343만1600명이 이용해 하루 약 4679명(평일 4798명, 휴일 4550명)이 이용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도야마 라이트 레일이 다니기 전 하루 이용인구는 1656명(평일 2266명, 휴일 1045명)이었다. 283% 증가였다.

결과는 아주 적은 수치지만 자동차 이용 감소로 나타났다. 도야마시 환경관리팀 팀장은 "라이트 레일은 주민 편리를 위해서 만든 것으로 환경을 고려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자연스레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도야마시를 찾아가 라이트 레일을 타봤다. 빠르진 않지만 아주 부드럽게 움직인다. 탑승구는 장애인이 휠체어를 탄 채로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차에 탄 학생 2명에게 말을 붙여봤다. 평소에 라이트 레일을 타고 통학한단다. 아침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타기 힘들 정도라고. 외국인도 몇 명 눈에 띄었다.

도야마 환수운하공원. 도야마시는 썩어서 도시 흉물이었던 운하를 되살려 공원으로 만들었다.
 도야마 환수운하공원. 도야마시는 썩어서 도시 흉물이었던 운하를 되살려 공원으로 만들었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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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마 환수운하 근처에서 일광욕을 하던 어르신. 운하공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도야마 환수운하 근처에서 일광욕을 하던 어르신. 운하공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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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 있는 도야마운하환수공원도 '재활용' 공원이다. 과거 수운교통이 중요하던 1901년 이곳에 운하가 만들어졌다. 길이는 5.1km. 세월이 흘러 육상교통으로 흐름이 바뀌면서 쓸모없어진 운하는 쓰레기가 떠다니는 등 도시 흉물로 변했다.

이 역시 재활용해서 공원으로 만들었다. 1985년 도야마역과 도야마운하 일대 재정비계획이 세워져 지금과 같은 모양으로 바뀌었다.

수많은 가족들이 운하환수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나들이를 즐기고 있었다. 한 어르신은 웃통을 벗은 채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운하환수공원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주민반응이 아주 좋아요. 잘 한다고 생각해요. 원래는 썩은 물이 넘치던 곳이었죠. 순환식으로 만들어서 바다로 이어지게 만들었어요. 이 운하가 보기엔 평평하게 보여도 경사를 줘서 바다로 흘러가게 만들었거든요."

근처에선 한 공무원이 공원에 흐르는 물을 퍼서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말을 붙였더니 '인터뷰 같은 건 하지 않는다'면서 묵묵히 제 할 일에 몰두했다. 쓰레기가 떠다니던 물은 이제 꽃을 피우는 데 쓰인다.

에코 포인트 제도, 뜻은 좋았으나...

폐식용유로 만든 재활용연료 BDF를 써서 움직이는 버스.
 폐식용유로 만든 재활용연료 BDF를 써서 움직이는 버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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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마시가 주민 참여 방식으로 추진한 재활용 정책 중 하나는 폐유 회수 시스템이다. 시가 도야마 시민들을 대상으로 폐유를 거두고, 거둔 만큼 포인트를 주는 제도다. 2006년 549리터, 2007년 603리터 등 2년간 1152리터의 폐유를 거둬들였다. 이 포인트로 박물관과 공원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이런 포인트 제도는 환경운동과 비닐 없애기 운동에도 쓰인다. 지난해 시가 지정한 환경관계 봉사활동 참가자와 5인 이상 시민단체로서 CO2 배출 삭감에 기여한 곳 대상으로 '에코 포인트' 실(seal)을 발행했다.

비닐 없애기 운동은 도야마현 전체가 대상이다. 장바구니를 들고 오면 포인트를 준다.

1포인트는 50엔으로 환산해 시의 시설을 이용하도록 했다. 에코 포인트는 패밀리 파크 등 12곳 시설에서 입장료 등으로 이용하거나 생태산업단지 교류추진센터의 친환경 상품 구입에 쓸 수 있다.

폐식용유 포인트 제도가 어느 정도 활성화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내를 돌아다녔다.

관광안내소부터 여관, 식당, 장터 등에 있던 시민들에게 '폐식용유 포인트 제도'에 대해 물었지만 아는 사람이 적었다. 포인트 제도를 알고 있는 시민들에 따르면 수거차는 주로 큰 식당을 돌았다. 작은 식당이나 가정은 충분한 폐식용유를 모으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인 듯했다. 포인트 제도를 알고 있는 시민들은 "시가 강력하게 한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과학박람관.
 과학박람관.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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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활용된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포인트를 쓸 수 있는 과학박람관에 갔다. 총무과 직원 나까이씨와 이야기를 했다. 포인트 제도는 올해 3월 31일 끝났다. 제도가 도입된 지 2년여만에 막을 내린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6개월 동안 박람관에 서비스권을 갖고 온 사람은 세 명가량. 나까이씨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지만, 참여가 적었다"며 아쉬워했다.

도야마시 환경과 주임은 "폐식용유 포인트 제도를 실시하기 위해선 예산이 필요한데, 시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면서 시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주임의 반응을 봐선 앞으로 이 제도가 부활한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았다.

도야마시는 라이트 레일과 환수공원 등 시설 재활용에선 큰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주민참여 정책에선 별 재미를 못봤다. 정부의 의지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환경운동에서 주민참여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태그:#도야마, #라이트레일, #도야마운하, #BDF, #폐식용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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