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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지난 5월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뤘고 6월~8월엔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란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도 변함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번엔 이번엔 깨끗한 나라로 알려진 싱가포르를 찾아가봅니다. [편집자말]
싱가포르는 일본과 함께 바다 매립장을 갖고 있다. 사진은 싱가포르에 있는세마카우 매립장. 현재 절반 정도 매립한 상태다.
 싱가포르는 일본과 함께 바다 매립장을 갖고 있다. 사진은 싱가포르에 있는세마카우 매립장. 현재 절반 정도 매립한 상태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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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해양수산부(현 국토해양부)는 쓰레기 인공섬 건설이 담긴 '2007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환경단체들은 반발했다. 땅에서도 침출수 문제가 불거지는데, 감시가 불가능한 섬에 쓰레기를 버리면 관리 부실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었다.

그런 비판에 정부는 일본과 싱가포르에 이미 바다 쓰레기 매립장이 있다면서 반박했다. 일본은 1977년 이후 오사카만에 고베·니사키·오사카·이즈미오쓰 등 네 개 매립장을, 싱가포르는 1999년 쓰레기 매립섬을 만들었다.

싱가포르가 만든 쓰레기섬은 350ha(350만㎡) 크기 바다에 만들어졌으며, 수용량은 630만㎥다. 여의도(298ha)보다 크다. 일본 쓰레기섬의 수용량은 1398만~3080㎥로 싱가포르보다 더 크다.

쓰레기섬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는 침출수 문제와 이로 인한 바다오염 때문이다. 바다는 땅과 달라 한 번 흘러나오면 걷잡을 수가 없다. 마침 싱가포르에 갔을 때 운좋게 섬쓰레기장을 볼 수 있었다.

[매립] 매립장까지 배를 타고 30분을 달리다

파시르 판장 터미널. 세마카우 매립장으로 가려면 여기서 배를 타야 한다.
 파시르 판장 터미널. 세마카우 매립장으로 가려면 여기서 배를 타야 한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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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시내에서 해상터미널인 파시르 판장 터미널(PASIR PANJANG) 근처까지는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입구에서 터미널까지 30분 가까이 헤맸다. 근처에 해상터미널로 들어가는 변변한 표지판 하나 보이지 않았고, 보이는 건 온통 다세대주택 뿐.

주민들에게 물어봐도 뚜렷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이곳저곳 길을 헤매다 겨우 해상터미널을 찾았다. 안내를 맡기로 한 싱가포르 국립환경청 선임행정관(Senior Executive)인 마리 친(Mary Chin)이 잠시 뒤 도착했다.

해상터미널에서 매립장까지 거리가 8㎞. 배를 타고 30분을 달렸다. 바다엔 화물선이 가득했다. 싱가포르는 섬나라지만 해수욕장이 거의 없다. 무역업으로 먹고 사는 이 나라에서 해변은 화물선이 들고나는 목적으로 쓰이는 게 가장 이득이다.

마침 매립장에 재를 싣고 온 배가 머물러 있었다. 하역장으로 갔다. 매립장 담당자는 "냄새가 없다, 오염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런 호언장담과 달리 하역장에선 냄새가 많이 났다. 미세 먼지도 많을 것 같다.

세마카우매립장에서 매일 처리하는 평균 쓰레기 소각재는 1500톤. 배가 하루에 두 번 다녀간다. 배에서 내려진 소각재를 매립장에 붓고 그 위에 흙을 붓는다. 식물을 심은 뒤 다시 한 번 흙을 덮는다. 그러면 끝이다.

"수질 검사, 대기 측정 하긴 하는데..."

매립장 하역장.
 매립장 하역장.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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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타고 매립장을 한 바퀴 둘러봤다. 둘레는 7㎞. 이미 매립을 끝낸, 절반 정도 되는 땅엔 각종 풀을 심었고, 나머지 절반은 여전히 바닷물 상태다. 매립을 끝낸 땅에 자란 식물들은 대부분 잎이 마른 상태다.

보기에도 누렇게 뜬 게 잘 자라는 느낌은 아니지만, 직사광선 때문인지, 흙이 모자라서인지 아니면 쓰레기 성분에 영양가가 부족해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세마카우 매립장은 작은 섬 두 개를 이어서 만들었다. 작은 섬 두 개가 있던 곳 생태계는 아주 울창하다. 매립장 지역과 눈에 띄게 비교가 된다. 매립장 관계자는 울창한 숲의 생태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궁금한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이 조금씩 빗나간다.

- 수질 검사는 정기적으로 하나? 대기측정은?
"수질 검사는 한다. 기간을 정해놓고 정기적으로 하진 않는다. 대기측정 또한 하지만 언제 하는지는 모른다."

- 매립장 주변은 3중으로 완벽하게 막았다고 들었다. 만에 하나 틈이 생겨 쓰레기가 바다로 나온다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에 대한 대책이 있나?
"그럴 가능성은 없지만 만약 외벽에 틈이 생겨서 오염물질이 바다쪽으로 빠져나온다면 철로 단단히 막을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나라 최초의 해상매립장에 대해 나쁜 인상이 생기지 않도록 많은 공을 들였다. 이 곳에선 각종 여가행위가 이뤄진다. 낚시·갯벌체험·조류관람·산호구경·달과 별 보기 등이 대표적이다. 2007년 방문객이 8000명. 그 중 교육목적이 6500명, 휴양목적이 1500명이었다. 마라톤 대회도 개최했다.

세마카우 매립장 바깥쪽에서 이뤄지고 있는 갯벌 체험. 매립장에서 이뤄지는 여가활동이라고 해서 CNN이 보도한 적 있다.
 세마카우 매립장 바깥쪽에서 이뤄지고 있는 갯벌 체험. 매립장에서 이뤄지는 여가활동이라고 해서 CNN이 보도한 적 있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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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유람선이 있는 것은 아니고, 각자 배를 구해서 타고 들어온다. 인근 바다에선 돌고래와 철새도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놀러오는 해상매립지'인 세마카우는 CNN 등 외국언론에도 소개됐다. 둘러본 바에 따르면 원래 있던 작은 섬쪽 생태계는 훌륭했지만, 매립지 쪽 생태계는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유를 결국 들을 순 없었다.

- 세마카우를 제대로 관광지로 만들 계획은 없나?
"아직 매립이 진행 중이라 상업용도로 개발할 계획은 없다. 물론 편의시설 설치 계획도 없다."

-싱가포르는 땅이 부족한 나라다. 세마카우 매립장 건설을 계기로 매립장 설치 방향이 땅에서 바다(또는 섬)로 바뀌는 것인가?
"그 얘기는 우리가 해 줄 수 없다. 땅은 건설부(URA) 소관이다. 결정은 URA가 한다. 개발계획은 그 쪽에서 짤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태그:#싱가포르, #쓰레기, #매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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