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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지난 5월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뤘고 6월~8월엔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란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가 변함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번엔 오마이뉴스 사무실 안에서 쓰레기 줄이기 실험을 한 결과를 공개합니다. [편집자말]
작업을 하지 않아도 전원이 꽂혀 있으면 대기전력이 생긴다. 이렇게 버려지는 전기가 총 소모량의 11% 가량 된다.
 작업을 하지 않아도 전원이 꽂혀 있으면 대기전력이 생긴다. 이렇게 버려지는 전기가 총 소모량의 11% 가량 된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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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을 꺼도 전기가 흐른다. 전기계량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이유는 콘센트에 꽂힌 전원코드를 통해 전류가 흐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새는 전기를 대기전력이라 한다. 아무 작업도 하지 않는데 전기를 잡아먹으니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니다.

그런데 그 양이 만만치 않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PC시스템(PC, 모니터, 프린터, 모뎀, PC스피커)의 대기전력 16.8W를 가정용 1300만대(2006년 통계)와 업무용 1천만대(추정)에 적용하면 하루 386MW의 전기가 샌다. 국내 태양광발전량이 연간 5474MW(2006년 기준)이니 26일 동안 태양광을 돌려서 얻는 전기에 해당한다.

에너지관리공단이 2003년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국내 대기전력이 총 전기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7%. 돈으로 따지면 5천억원 가량이다.

문제는 PC뿐이 아니란 점이다. TV·오디오·전자레인지 등 작업과 상관없이 전원코드가 꽂혀있는 전기제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나라 PC시스템(PC 모니터 프린터 모뎀 PC스피커)에서 나오는 하룻동안 나오는 대기전력은 국내 태양광발전 총량의 26일분에 해당한다. 사진은 모하비 사막에 세워질 태양광발전 상상도.
 우리나라 PC시스템(PC 모니터 프린터 모뎀 PC스피커)에서 나오는 하룻동안 나오는 대기전력은 국내 태양광발전 총량의 26일분에 해당한다. 사진은 모하비 사막에 세워질 태양광발전 상상도.
ⓒ 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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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해 8월 28일부터 대기전력을 1W 이하로 줄이는 '대기전력 경고 표시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대기전력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을 때 '이 제품은 대기전력 저감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다'는 경고 표시를 반드시 붙이게 한 제도다. 올해 TV 하나로 시작해 2009년 7월 1일엔 프린터·복합기·컴퓨터·모니터·전자레인지, 셋톱박스로 범위가 넓어진다.

대기전력을 막기 위해선 퇴근할 때마다 콘센트에서 플러그를 뽑아야 하지만 당장 직원들에게 그렇게 하자고 요구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콘센트 스위치를 내리면 간단하지만 작업하던 다른 누군가의 내용물이 날아갈 수 있다. 절전 콘센트로 한꺼번에 바꾸는 것도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다.

당장 현실 가능하고 직원들이 실천할 수 있는 것으로 퇴근할 때 사무실 PC 모니터 끄기가 좋겠다 싶었다. PC 모니터가 켜 있으면서 잡아먹는 전기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재시 모니터 끄기 설정 기능을 조절하면 꽤 많은 전기를 아낄 수 있다. 점심시간을 비롯해서 틈틈이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꽤 되기 때문이다.

7월 28일(월)부터 8월 3일(일)까지 <오마이뉴스> 사무실 PC 모니터 끄기 상태를 확인했다.

7월 28일부터 모니터 끄기 실험에 들어간다고 공지하고, 그 전에 사무실 모니터를 확인했다. 7월 25일(금) 확인한 결과 총 59대 중 20대가 켜져 있었다. 비율로 따지면 33.9%. 22일(화)에는 아예 컴퓨터를 켜놓고 퇴근한 직원도 네 명이나 됐다. 몇 사람을 확인한 결과 모니터 전원 끄기 설정 시간도 대부분 10분으로 돼 있었다. 권장시간은 5분이다.

실험에 들어가기 앞서 걱정이 앞선다.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까. 비록 사소한 것이긴 하지만 습관을 바꾸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오죽 습관 바꾸기가 힘들면 '산을 옮길 순 있어도 습관은 바꾸기 어렵고 바다는 메울 수 있어도 욕심은 채우기 어렵다'는 중국 속담이 있겠는가.

실험 첫 날 39%가 PC 모니터 켜고 가

모니터 전원 끄기
설정 바꾸기 방법
바탕화면에서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클릭한다→'속성'을 클릭한다->위 막대메뉴에서 '화면보호기'를 클릭한다→모니터 전원의 '전원'을 클릭한다→모니터 끄기 시간을 '5분'으로 설정한다.

* 컴퓨터를 켤 때 모니터를 먼저 켜고 본체를 켜는 경우가 있다. 본체가 완전히 켜질 때까지 모니터는 불필요하게 켜져 있는 셈이다. 본체 버튼을 먼저 누른 뒤 본체가 켜졌다는 신호음이 들리면 모니터 버튼을 누르는 습관을 들이자.

7월 29일(화) 아침 전날 퇴근자가 끄지 않고 간 모니터를 확인했다. 이미 출근한 사람을 빼고 총 41대 모니터 중 16대가 켜져 있었다. 39%가 모니터를 끄지 않고 퇴근했다.

결과가 좋지 않다. 다시 한 번 게시판에 공지했다.

7월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모니터 끄기 설정 시간을 확인했다. 20명 조사자 중 권장시간인 5분으로 해놓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10분이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15분 4명, 20분 2명, 900분 1명이었다. 설정이 '없음'으로 돼 있는 직원도 3명이나 됐다.

조사자 중에서 몇 명은 "점심 먹을 때는 꼭 모니터를 끄고 간다"고 말했다. 이는 좋은 습관이다. 단 잠깐잠깐 자리를 비울 때 낭비되는 전력을 막기 위해선 모니터 끄기 설정은 꼭 해놓는 게 좋다.

조사 대상자들의 모니터 화면 설정을 모두 '5분'으로 바꿨다. 조사대상자 중에선 1분이나 2분으로 해달라고 한 직원도 있었다. 모두 조사하진 않았지만, 다른 직원들 설정 시간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다. 직원 중에선 모니터 끄기 설정을 하면 작업 중이던 PC 자료까지 날아가는 줄 알고 화들짝 놀란 사람도 있었다. 이 기능에 대해 충분히 홍보가 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7월 30일(수) 아침에 확인해보니 컴퓨터 2대와 선풍기가 켜져 있다. 밤 작업을 하다가 선풍기를 켜놓고 그냥 퇴근한 모양이다. 확인해보니 이런 일이 여름에 들어오면서 종종 일어나고 있다.

손으로 버튼을 누르는 이 한 번의 습관 들이기가 쉽지 않다.
 손으로 버튼을 누르는 이 한 번의 습관 들이기가 쉽지 않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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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일(월) 아침 최종 확인했다. 이 중엔 금요일 퇴근자도 있을 것이니, 오래 켜진 모니터 중엔 3일 동안 깜빡인 것도 있을 것이다.

총 52대 컴퓨터 중 25대 컴퓨터가 켜져 있었다. 48.1%. 실험에 들어가기 전보다 더 나쁜 결과가 나왔다. 두 차례 공지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실험 완전 실패다. 습관 바꾸기가 어렵다는 옛 어르신들의 말씀이 하나도 다르지 않다.

1주일 만에 좋은 결과를 바랐다는 게 성급한 판단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다니는 곳곳에 공지글을 올리고, 이해하기 쉽도록 자료그림 등을 넣었어야 했던 게 아닐까 하는 반성이 들었다. 어쨌든 대기전력은커녕 기본 전력낭비도 막지 못했으니 마음을 가다듬고 다음을 준비해야겠다.

다음 실험 주제는 '양치질 할 때 컵쓰기'다. 역시 습관 바꾸기 실험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태그:#모니터, #쓰레기,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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