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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절'을 처음 공론화 한 사람은 서울대 경제사학과 이영훈 교수였다. 그가 2006년 7월 31일에 <동아일보>에 기고한 <[동아광장/이영훈]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라는 글을 살펴보자. 다음은, 그 글의 핵심부분이다.

"정부가 편찬한 중고등학교 역사책을 보면 '대한민국의 건국'이란 표현이 아예 없다. 대한민국의 건국은 민족의 통일 염원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남한만의 단독정부의 수립'이라는 불행한 사건으로 치부되어 있을 뿐이다. 콩 심은 데 콩 난다고 하였다. 젊은이들에게 언제 나라가 세워졌는지 바로 가르치지 않았으니 그들이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뿐만 아니라 해마다 반복되는 광복절의 기념식에도 대한민국의 건국을 기리는 국민적 기억은 없다. 광복절은 어디까지나 일제로부터 해방된 그날로 기억될 뿐이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은 모든 나라에 있는 건국절이 없는 나라이다. 나에게 1945년의 광복과 1948년의 제헌, 둘 중에 어느 쪽이 중요한가라고 물으면 단연코 후자이다."

2년 전, 서울대 이영훈 교수가 운 띄운 '건국절'

 2006년 7월31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의 글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
 2006년 7월31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의 글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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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은 우리의 힘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광복은 일제가 무리하게 제국의 판도를 확장하다가 미국과 충돌하여 미국에 의해 제국이 깨어지는 통에 이루어진 것이다. 또한 광복을 맞았다고 하나 어떠한 모양새의 근대국가를 세울지, 그에 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내가 통설적인 의미의 광복절에 별로 신명이 나지 않은 또 한 가지 이유는 일제에 의해 병탄되기 이전에 이 땅에 마치 광명한 빛과도 같은 문명이 있었던 것처럼 그 말이 착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듣기엔 그럴듯하지만 그것은 역사적 진실이 아니다. 대다수의 민초에게 조선왕조는 행복을 약속하는 문명이 아니었다."

"내후년이면 대한민국이 새 갑자를 맞는다. 그 해에 들어서는 새 정부는 아무쪼록 대한민국의 60년 건국사를 존중하는 인사들로 채워지면 좋겠다. 그해부터 지난 60년간의 '광복절'을 미래지향적인 '건국절'로 바꾸자…(중략)…누가 이 나라를 잘못 세워진 나라라고 하는가. 누가 이 자랑스러운 건국사를 분열주의자들의 책동이었다고 하는가. 그런 망령된 소릴랑 훠이훠이 밤하늘로 물리치자. 그런 참람한 자들이 다시는 활개 치지 못하도록 한목소리로 외치자.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대∼한민국.'"

대강 이 정도가 핵심인 것 같다. 하지만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최근 뉴라이트를 중심으로 유발되고 있는 '건국절 논란'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영훈 교수는 헌법에도 드러나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깡그리 부인하면서 그에 대한 단절을 시도했다.

역사란, 다양한 틀을 이루고 살아가는 인간의 기록 그 자체다. 거기엔 긍정도 있고 부정도 있다. 하지만 부정도 부정 나름대로 후세에게 이야기를 전한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를 배우기 전에 중요한 것은 바로 '역사관'이다.

이영훈 교수는 경제사학자다. 역사를 공부하며 가르치는 사람이다. 역사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해서는 안될 '지워버리기' 작업을 공개적인 언론지면을 통해 떡 하니 주장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그가, 그리고 그가 활약하는 뉴라이트가, 나아가 마찬가지로 친일 논란 속에서 늘 대중의 구설수에 오르곤 하는 보수정치권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1948년 8월 15일이 '시작'이라면, 그 이전의 역사는 지우개로 지워야 한다. 이영훈 교수가 '공창제' 운운했던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그 아픈 삶의 기록들, 그것도 지워버리자는 이야기다. 그리고, 남북한이 어떻게 단절됐는지의 기록도 지울 수 있다. 고로, 북한의 역사적 논의 자체를 막아버릴 상징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이영훈 신호탄에 뉴라이트, 한나라당 연이어 '건국절' 언급

이영훈 교수의 <동아일보> 기고문을 신호탄으로, 2006년 8월 무렵 당시에는 뉴라이트재단과 자유주의연대 등이 '건국절 바꾸기' 운동을 제안했던 적이 있다. 당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는 "지금까지는 해방을 기념하는 의미가 컸지만 앞으로는 건국을 기념하는 뜻을 더 부각시키자"는 주장에 대해 78.4%가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재미있는 것이 있다면, 당시 '한국 갤럽'의 회장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었다는 점이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사실을 거론해보려 한다. 이 '건국절' 논란은 2007년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서도 거론된 적이 있었다. 2007년 7월 31일과 8월 6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 비공개 부분 브리핑'에서 박계동 당시 전략기획본부장은 건국절을 언급했다. 8월 6일 회의내용을 보자.

 4.9총선 한나라당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박계동 의원이 17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항의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최고위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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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행사라는 용어부터 다시 생각해야할 것 같다. 언제부턴가 그냥 '8·15'라고 얘기하기 시작했고, 남북행사도 '8·15 경축행사'라고 얘기하고 있다. '8·15'는 1945년 8월 15일 해방의 뜻도 있고, 1948년 8월 15일 건국의 뜻도 있다. 저는 건국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는데 건국에 대한 용어사용을 그동안 우리는 너무 많이 회피해왔다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도 반사적으로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대한민국 역사는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오욕과 굴절에 대한 역사'라고 건국에 대한 '자학사관'을 피력한 바가 있는데 이는 정말 문제가 큰 '자학사관'이라고 생각한다.

…(중략)…사실 '8·15'보다는 '6·15'를 더 큰 행사로 생각하는 북쪽의 태도나 노 대통령의 인식도 문제이지만 한편 '8·15'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보면 '대한민국의 건국일을 잘 모른다'가 67.1%, '잘 알고 있다'가 32.9%, '8.15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해방'이 87.6%인데 반해 '분단'이 5.8%, '건국'이 5.1%밖에 안 된다. 그런데 '대한민국 건국일을 기념해야 한다'는 국민여론은 80%에 이르고 있다. 지금까지 '8.15'는 해방을 기념하는 의미가 컸지만 앞으로는 대한민국 건국을 기념하는 뜻을 더 부각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78.4%이다. 올해 59주년을 맞고, 내년에 60주년이 되는 당당한 대한민국의 건국절을 잘못된 역사를 다시 펼치는 원년으로 삼아 나라가 발전하는 원년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나라당도 또다른 건국의 의미를 갖는 8.15 건국절, 광복절 행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한나라당의 전매특허 '이게 다 노무현 때문'도 눈에 띈다. 박계동 당시 본부장은 또 북한과 건국의 이념을 거론하면서 색깔론을 가미했다. "북한이 '광복'을 중시하지 않는데, 우리가 왜 해야 하느냐"는 이야기다.

그로부터 약 두 달이 지나,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은 2007년 9월 27일 "8월 15일의 '광복절' 명칭을 '건국절'로 개칭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경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건국절' 논란, 정치적 의도 느껴진다

정당 및 특정정치세력을 평가할 때 중시되는 것은 '정체성'이다. 잇따라 친일 논란에 오르는 뉴라이트 세력으로서는 '친일'이라는 뚜렷하고도 선명한 기억이 대중에게 남아있어서는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그들의 지지를 업고, 뿌리를 함께 하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서도 마찬가지다. '색깔'은 남기고 '기억'은 지운다, 이것 아니겠는가.

결론은,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라는 것이다. 정치적 의도를 위해 수천만 사람들의 살아온 기록과 흔적 그 자체를 지우려 하는 것이다. 역사의 기본도 모르고 시도되고 있는 '건국절' 논란을 어떻게 바라봐야만 할까? 이명박 정부가 '건국 60주년 기념추진위원회 설립'으로써 그에 대한 입장을 제시했다는 것에서, 이명박 정부의 답을 느낄 수 있다. 더이상 '건국절' 논란은 뜬구름 속 이야기가 아닌 셈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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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로디프(http://www.lawdeep.co.kr)'의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