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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 현수막으로 만든 시원한 메뉴판. 다른 벽면에 다른 내용으로 2개가 더 붙어 있다.
▲ 메뉴판 현수막으로 만든 시원한 메뉴판. 다른 벽면에 다른 내용으로 2개가 더 붙어 있다.
ⓒ 이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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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햄버거나 피자에게 자리를 물려줬는지 몰라도 그래도 변함없이 스테디셀러의 상위권을 차지하는 음식은 자장면일 것이다. 길거리에 아무리 옛날 '짜장'이라고 현수막을 걸어 놓았어도 아직까지 간사스러운 나의 입맛을 충족시켜주는 화끈한 '짜장'을 보지 못했다.

사실 '옛날 맛이 안 난다'라고 하지만 음식은 단순히 맛만이 아닌 분위기가 많이 좌우한다. 자장면 한 그릇과 단무지와 양파 듬뿍에 배갈(백간(白干), 백건(白乾)이라는 상표에서 유래한 듯. 커다란 청주병에 든 고량주) 한 '도꾸리'(德利 청주를 데워 마시는 일본식 용기에서 유래한 말로 곡선이 아름다웠던 유리용기로 여기에 배갈을 따라서 팔았다)가 없으니 그 맛이 날 리 없다.

종로5가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골목을 기웃해보니 그럴듯한 중국집이 보인다. 집사람은 동창과 만나느라 늦는다 하니 집에 들어가 혼자 밥 차려먹기도 왠지 구질어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가정집 마당을 개조한 듯한 홀과 방이 있다. 벽에는 메뉴판 대신 시원하게 현수막으로 메뉴판을 대신하고 있다.

"간짜장 하나."
"간짜장은 2인분 이상만 되는데요."

주인 아줌마의 답변이다.

'원 1인분이 안 된다….'

뭘 먹을지 대책이 안 서는데 갑자기 간짜장을 해주겠단다. 옆자리에 혼자 왔던 사람도 간짜장이 먹고 싶다며 같이 온 사람은 아니지만 2인분을 만들어 준다 한다. 아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선생님 덕분에 맛있게 먹겠습니다."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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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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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그릇과 같은 크기의 그릇에 담겨 나오는 푸짐한 '간짜장'. 잘게 썰은 고기가 양념에 젖지 않고 재료들이 각각 살아 있다.
 면그릇과 같은 크기의 그릇에 담겨 나오는 푸짐한 '간짜장'. 잘게 썰은 고기가 양념에 젖지 않고 재료들이 각각 살아 있다.
ⓒ 이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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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 온 간짜장을 보며 놀란다. 보통 면그릇 하나와 프라스틱 밥그릇에 짜장이 나오는데 여기는 똑같은 크기의 면그릇에 짜장이 듬뿍 담겨 나온다. 섞으니 면 반, 짜장 반이다. 한 입 먹으니 느낌이 좋다. 고기는 잘게 썰어 한번 튀긴 다음 볶은 것처럼  재료 각각의 맛이 살아 있고 간도 알맞다. 보통은 젓가락으로 남은 짜장까지 걷어 먹고 일어서지만 이 집 간짜장은 반쯤 먹은 후엔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한다. 너무 맛이 좋아 끝까지 먹고 나니 뱃속이 든든하다.

"이 집에서 잘하는 요리가 뭐요?"
"전가복도 잘하고 다 잘해요."
"그건 다 못한다는 말과 같은건데…."

주인 아줌마가 씨익 웃는다.

 큰 피자만한 크기의 접시에 담겨 나오는 전가복. 동행한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어 돈내는 입장에서도 흐믓하다.
 큰 피자만한 크기의 접시에 담겨 나오는 전가복. 동행한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어 돈내는 입장에서도 흐믓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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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가복(全家福). 어떤 집은 가격에 비해 양이 너무 적어 우울해지는데 이 집은 양이 푸짐해 행복해진다.
 전가복(全家福). 어떤 집은 가격에 비해 양이 너무 적어 우울해지는데 이 집은 양이 푸짐해 행복해진다.
ⓒ 이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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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처남식구들이 치료받으러 와서 저녁을 먹기 위해 다시 들른다. 주인 아줌마 말이 맞는지 전가복을 하나 시킨다. 자연송이가 들어가는지 물론 다시 확인하고. 이윽고 커다란 피자만큼 큰 접시에 한가득 전가복이 나온다. 마치 '너 혼 좀 나봐라'하듯.

전가복은 양으로만 따진다면 실례지만 개밥(?)처럼 나온다. 양도 많은데 다 먹지 못하면 어쩌지, 값은 저기 적힌게 맞는거야 갑자기 걱정이 된다. 제일 먼저 자연송이가 들어갔는지 확인한다. 오우~ 향도 짙은 자연송이, 그럼 해물은 어떻게 썰었지? 제대로 꽃모양을 낸 해물, 두툼한 새우….  같이 간 처남식구들이 질리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흐뭇하다. 한참 먹는데 주방에서 주인 아저씨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나오더니 쓰윽 홀을 둘러보고 들어간다. 마치 '그 까이꺼 일도 아녀'하듯이.

 양장피. 해파리가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겨자의 탁 쏘는 향과 함께 여름에 먹기 좋은 음식이다.
 양장피. 해파리가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겨자의 탁 쏘는 향과 함께 여름에 먹기 좋은 음식이다.
ⓒ 이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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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는 요령이 생겼다. 네명이 가서 요리 하나 먹고 간짜장 먹으면 아깝게도 남겨 버리니 음식을 만든 사람에게 대한 예의가 아니다. 친구들과 저녁 약속 때 직원들까지 이끌고 가서 양장피 중짜리 하나 전가복 하나를 시킨다. 해파리가 거의 들어가지 않은 양장피. 겨자를 듬뿍 넣고 섞는다. 역시 양장피는 여름음식으로 권할 만 하다. 거의 다 먹을 무렵 예의 커다란 그릇에 담긴 전가복이 나온다. 앉은 사람 모두 엄청난 양에 놀랜다. 또 다시 흐뭇. '배는 부르지만 이 집 간짜장은 맛을 봐야 한다'며 2인분을 기어코 시키고야 만다. 자리에서 일어 설 무렵 모든 이의 입에서 한마디 나온다.

"아이쿠 자~알 먹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닥다리즈(연세56치과)포토갤러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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