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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후보'를 자청했던 주경복 서울시교육감 후보, 자신의 당선을 위해 지난 13일간 불철주야로 뛰었던 선거 운동원들 앞에 그가 섰다. 공정택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31일 자정 무렵이었다.

 

"부족한 저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준 서울 시민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선거기간 동안 서울 교육의 개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나는 낙선을 했다."

 

'민주 교육감'을 외치며 주 후보를 도왔던 운동원들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눈시울도 벌겋게 달아올랐다.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장시기 동국대 교수는 목이 메어 말을 잊지 못했다. 장임원 전 중앙대 교수도 "민주화의 역정이 참으로 가파르다"며 갑갑한 심정을 드러냈다.

 

'촛불 교육감'의 꿈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공정택 후보 당선됐다. 주경복 후보는 38.31%를 얻어 2만2천여표 차이로 공정택 후보(40.09%)에 결국 패했다. 13일간 목이 터져라 "주경복"을 외쳤던 운동원들은 한동안 입을 굳게 다문 채 말을 잊지 못했다.   

 

"'전교조 색깔공세'에 무너진 현실, 너무도 안타깝다"

 

주 후보는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다. 모든 운동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상기된 얼굴의 지지자들을 다독거렸다.

 

그러나 지지자들의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지난 선거 운동기간 동안 자신들의 자택처럼 오갔던 선거사무실 한 가운데서 연거푸 뜨거운 눈물을 뿌렸다. 

 

이들은 '전교조에 휘둘리면 교육이 무너집니다'란 문구 하나에 맥없이 무너진 현실이 너무도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아직도 색깔론 앞에서 눈물을 흘려야만 하는 모습이 한탄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2008년의 한국사회, 3달여 동안 촛불이 일렁였던 서울에서는 자신들이 내세운 '어울림의 교육'이 '빨간색 이념공세'를 넘어설 수 있을 거라 여겼다고 말했다.

 

서울 시민들은 결국 주 후보의 '촛불' 대신 공 후보가 내세운 '전교조 색깔공세'에 손을 들어 줬다. 개표 전 "선거 막판이 갈수록 색깔론 공격이 심해져 승부를 낙관하긴 어렵다"는 운동원들의 말이 결국 현실이 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지자는 "기대가 컸기에 상심이 너무나도 크다"며 "특히 주 후보는 모든 후보로부터 '전교조 후보'라는 색깔공세를 받았는데, 이런 낡은 방식이 아직까지도 큰 반대급부 형성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힘들다"고 울먹이듯 말했다. 

 

선본 대변인 역할을 했던 박범이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장도 "민주화됐다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반공 이데올로기적인 색깔론이 횡횡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했던 선거였다"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는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색깔의 벽'을 어떤 방식으로 뛰어 넘을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비록 졌지만 국민들의 교육 개혁 열망 확인했다"

 

'민주 교육감'을 외치며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던 주 후보가 얻어낸 성과도 분명히 많았다. 그는 '이명박식 경쟁만능교육 심판'과 '대안형 협동교육'을 전면에 내걸고 막강 조직력을 자랑하는 현 교육감 공정택 후보와 2%p내의 초 접전 승부를 벌였다.

 

또한 주 후보는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벨트'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근소하게나마 공 후보를 압도했다. '강남벨트'의 계급적 몰표에 맞서 이 정도 득표를 보인 것은 사실 매우 고무적인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박범이 대변인은 "4년 동안 교육감을 하며 온갖 방법을 통해 표를 조직한 공 후보의 기득권에 맞서 불과 두 달 정도 선거를 준비한 주 후보가 이렇게 당당하게 싸웠다는 것은 큰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비록 졌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교육 개혁에 대한 열망을 온 몸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주 후보도 "오늘은 비록 낙선했지만 앞으로도 교육 개혁을 위한 움직임은 많은 시민사회단체와 시민 여러분과 함께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서울 시민들의 소중한 지지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우리 교육이 경쟁만능·입시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진정한 인간중심교육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 하겠다"고 강조했다.

 

주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장임원 전 중앙대 교수도 다음과 같이 말하며 앞을 바라봤다. 

 

"오늘 우리는 선거에서 졌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가고 있는 민주화의 길은 앞으로도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여기서 희망을 잃지 말자. 계속해서 민주화를 향한 산을 넘고 또 넘도록 하자." 


태그:#주경복, #서울시 교육감, #공정택,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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