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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사계곡의 제7폭포, 연산폭포.  
▲ 보경사계곡의 제7폭포, 연산폭포.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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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우니까 여름이다. 문득 축 늘어진 내 삶의 나태함을 벗어던지고 한여름의 무더위 속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여름 산행을 즐기기로 마음먹고 마창교차로 산행 알림판을 쭉 훑어보았다. 마침 포항 내연산 산행 코스를 잡아 놓은 산악회 이름에 내 눈길이 쏠렸다.

내연산은 여름 산행지로 인기가 있는 산이다. 하산길에 청하골이라 부르기도 하는 보경사계곡에서 은폭포, 연산폭포, 관음폭포, 상생폭포 등 12개의 시원한 폭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3년 전 음악을 하는 직장 동료 덕분에 2시간 정도 보경사 계곡에 머무른 적이 있는데, 아마 그때부터 '언젠가 내연산 산행을 한 번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지난 29일 아침 8시에 마산서 출발한 우리 일행이 보경사(경북 포항시 송라면 중산리) 입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11시께. 식당가를 거쳐 10분 정도 걸어가면 보경사 매표소가 나오는데, 내연산은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한다.

보경사 왼쪽으로 나 있는 길로 걸어가고 있는 등산객들.  
▲ 보경사 왼쪽으로 나 있는 길로 걸어가고 있는 등산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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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산 보경사(寶鏡寺)의 절집 이름에는 보배로운 거울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602년에 진나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지명법사가 신라 제26대 왕인 진평왕에게 동해안 명산에서 명당을 찾아 자신이 진나라의 도인에게서 받은 팔면보경을 묻고 그 위에 불당을 세우면 이웃 나라의 침략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는 거다.

왕이 기뻐하여 그와 함께 동해안 해안을 올라가다 해아현 내연산 아래에 있는 큰 못을 발견하여 못 속에 팔면보경을 묻은 뒤 못을 메우고 그 위에 금당을 세우게 되면서 보경사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문수봉 정상.  
▲ 문수봉 정상.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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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사 왼쪽으로 나 있는 길로 들어서 갈림길에서 오르막으로 한참 올라가니 문수암 입구가 나왔다. 초록빛 그늘도 찜통더위에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절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등산복이 금세 땀에 절어 버렸다. 문수암 입구를 지나서도 계속 오르막길인데다 바람 한 점 없어 몸이 더욱 무거웠다. 걷다 쉬다를 되풀이하다 낮 1시께 문수봉(622m) 정상에 도착했다.

같이 올라간 일행과 도시락을 꺼내 먹었다. 너무 더워서 산행 전날 밤에 냉동실에 얼려 둔 맥주 캔을 벌컥벌컥 들이켜며 밥을 먹었다. 내가 더위를 먹어서 삼지봉(710m) 정상까지 가려고 했던 계획을 어쩔 수 없이 취소하고 우리는 수리더미 코스로 해서 계곡으로 바로 하산하기로 했다. 하산길은 꽤 지루했지만 내리막이라 훨씬 수월했다.

내연산 산행의 백미는 청하골 폭포의 아름다운 풍경

보경사계곡의 제6폭포, 관음폭포.  
▲ 보경사계곡의 제6폭포, 관음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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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산(內延山)은 본디 종남산(終南山)이라 부르다 신라 제51대 왕인 진성여왕이 그 산에서 견훤의 난을 피한 뒤로 내연산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내연산 산행의 백미는 역시 청하골 하산길에서 맛보는 폭포의 아름다운 풍경일 것이다.

그런데 아름다움에는 늘 위험이 따르는 것일까. 관음폭포로 내려가는 길에 세 개의 추모비를 볼 수 있었다. 산을 좋아하던 사람들이 그곳에 말없이 묻혀 있었다. 이따금 산행을 하다 추모비들을 보게 되면 왠지 두려움 같은 게 느껴진다.

관음폭포로 내려가는 길에 있던 추모비들. '빙방사'라는 푯말이 있는 바위로 올라가면 볼 수 있다.
▲ 관음폭포로 내려가는 길에 있던 추모비들. '빙방사'라는 푯말이 있는 바위로 올라가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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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폭포에 닿는 구름다리.  관음폭포 위로 세워져 있다.  
▲ 연산폭포에 닿는 구름다리. 관음폭포 위로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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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휴식하고 싶은 곳, 시원함을 마음속까지 느끼면서 가까운 친구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누고 싶은 곳이 제6폭포인 관음폭포이다. 관음굴, 층암절벽과 어우러져 자연의 신비함이 물씬 느껴지는 관음폭포에 이르렀을 때의 그 설렘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더위 먹은 무거운 몸과 지친 마음을 한 방에 날려 버리는 듯한 통쾌한 기분이 들었으니까.

관음폭포 위로 구름처럼 떠 있는 듯한 다리를 건너면 제7폭포인 연산폭포가 나온다. 연산폭포의 위용을 어떻게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우렁찬 소리를 내지르며 산산이 부서지듯 하얗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의 아름다움 앞에서는 아무런 말도 필요 없었다. 그저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환히 웃는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만이 있을 뿐이었다.

보경사계곡의 제1폭포, 상생폭포.  
▲ 보경사계곡의 제1폭포, 상생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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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계곡을 따라 보경사 쪽으로 계속 내려갔다. 어느새 제1폭포인 정겨운 상생폭포에 이르렀다. 그것은 보경사에 가까워졌다는 말이기도 하다. 보경사에서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보경사 앞에는 계곡물이 흘러갈 수 있게 인위적으로 물길을 만들어 놓았다. 산악회 회원 몇몇이 그 물에 지친 발을 담그고 잠시 쉬고 있는 모습이 참 편안하게 보였다.

보경사 앞을 흘러가는 수로(水路)에 발을 담그고 잠시 쉬고 있는 등산객들.  
▲ 보경사 앞을 흘러가는 수로(水路)에 발을 담그고 잠시 쉬고 있는 등산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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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산 보경사의 대웅전.  
▲ 내연산 보경사의 대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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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경사의 감로수를 마시고 절 안을 좀 거닐었다. 더위 탓인지 보경사에도 고요함이 내려앉은 듯했다. 물은 골짜기를 타고 흐르다 크고 작은 폭포가 되고 맑은 용소를 이루기도 한다. 사람들이 모이는 시원한 물가에는 편안한 휴식이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있다. 무더운 한여름, 내연산 12폭포의 달콤한 유혹에 한번 빠지고 싶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 승용차는 포항과 영덕 간 7번 국도 이용.
* 버스는 포항터미널 건너편 버스 정류장에서 보경사라고 적힌 500번 버스 이용(1시간 소요).
*문화재 관람료는 어른 2000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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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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