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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딱지 게딱지 속을 살살 긁어내어 뜨끈한 밥 한술에 쓱싹 비벼 먹는 그 맛을 무엇에 비길까. “세상에 이런 맛도 있구나!” 감탄하게 된다.
▲ 게딱지 게딱지 속을 살살 긁어내어 뜨끈한 밥 한술에 쓱싹 비벼 먹는 그 맛을 무엇에 비길까. “세상에 이런 맛도 있구나!” 감탄하게 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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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사람이 이리도 많아."
"글쎄! 무슨 잔칫날인가."
"결혼 피로연이라도 하는 모양이지!"

지난 27일 오후 7시경 찾아간 여수의 황소식당. 입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성대고 있다. 식당 안은 손님들로 꽉 들어차 앉을자리가 없었다. 식당은 어찌나 손님들이 많은지 결혼 피로연을 하는 결혼식장의 식당을 방불케 했다.

게장백반을 먹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게장백반 가격이 6000원이다. 모든 물가 다 올라도 그래도 꿋꿋하게 착한 가격으로 잘도 버텨내더니, 언제 올렸을까.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10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6월 초에 1000원을 인상했다고 한다. 오래도록 착하게 잘도 버티더니, 고물가에 어쩔 수 없이 게장백반 너도 무너졌구나.

게딱지 안에 가득한 노란 속살, 군침고이네

간장게장 서민들의 친구, 푸짐하고 맛깔난 간장게장
▲ 간장게장 서민들의 친구, 푸짐하고 맛깔난 간장게장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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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게장  맛이 유별난 간장게장의  속살이 꽉 찼다.
▲ 간장게장 맛이 유별난 간장게장의 속살이 꽉 찼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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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무슨 사람이 이리도 많아“
▲ 손님 “무슨 사람이 이리도 많아“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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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푸짐한 밥상, 게장백반의 인상 소식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나보다. 그나저나 그건 그렇고, 맛과 푸짐함, 인심은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어 가격이 올랐네요?"
"10년 만에 처음 올렸어요. 우리 집이 게장백반을 제일 먼저 했거든요."

게장백반은 이제 여수 대표음식중의 하나다. 새콤한 감칠맛의 서대회, 얼큰한 아귀탕, 힘이 넘치는 장어탕과 참장어구이, 알싸하고 톡 쏘는 돌산갓김치 등과 함께 여수의 대표브랜드다.

게장백반을 주문하고 조바심으로 기다렸다. 상이 차려졌다. 역시 푸짐하고 그 맛 또한 변함이 없다. 분위기 탓이었을까. 시장이 반찬이라고 오랜 기다림이 이어졌고, 또한 주변의 잔칫집 같은 분위기 탓 이였는지 아무튼 간장게장 맛이 유별나게 맛있었다.

밥도둑 뜨끈한 밥 한술 뜨고 나서 알이 통통한 간장게장을 아작 한입 깨무니 상큼하고 달큼한 바다의 향기가 깊게 베어난다.
▲ 밥도둑 뜨끈한 밥 한술 뜨고 나서 알이 통통한 간장게장을 아작 한입 깨무니 상큼하고 달큼한 바다의 향기가 깊게 베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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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 수북하게 담았다. 뜨끈한 밥 한술 뜨고 나서 알이 통통한 간장게장을 아작 한입 깨무니 상큼하고 달큼한 바다의 향기가 깊게 베어난다. 그 달큼함이 너무 좋다. 이내 입안에 맴도는 매콤함도 좋다.

간장게장은 부드러운 속살도 맛이 그만이지만 게딱지 안에 가득한 노란 속살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고인다. 게딱지 속을 살살 긁어내어 뜨끈한 밥 한술에 쓱싹 비벼 먹는 그 맛을 무엇에 비길까. "세상에 이런 맛도 있구나!" 감탄하게 된다. 여기에 게장의 참맛이 다 담겨 있다.

간장게장은 예전보다 맛이 더 좋아진 느낌이다. 손님들은 쉼 없이 밀물인 듯 밀려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아무튼 분위기 탓 때문인지는 몰라도 간장게장 맛이 너무 좋다. 양념게장은 간장게장의 탁월한 맛에 주눅이 들어있지만 나름대로의 맛을 지녔다. 얼큰하고 깨끗한 맛이다.

열무김치 "아~ 맛 제대로다, 그 옛날 고향의 맛"

열무김치 고향 어머님이 문득 그리워지는 맛이다.
▲ 열무김치 고향 어머님이 문득 그리워지는 맛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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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잘나가는 집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찬이 하나같이 돋보인다. 대접에 내온 열무김치는 부드러움은 기본이고 열무 본연의 맛에 충실하다. 그 옛날 목화밭 사이에 심은 열무를 뽑아다 확독에 양념을 갈아 담그던 열무김치의 참맛을 잘 살려냈다. 고향 어머님이 문득 그리워지는 맛이다.

이게 주 메뉴가 아닌가 할 정도로 푸짐한 조기매운탕 맛도 두드러진다. 독특한 향의 멍게젓갈, 곰삭은 멸치젓갈도 한몫 거든다. 제 역할을 단단히 한다. 무얼 먹을까. 참 진기한 것도 많다. 왕새우 젓은 부드러운 속살이 감미롭다. 청각무침, 향이 돋보이는 파릇한 미나리무침, 김자반도 안 먹어보면 나중에 후회할 맛이다.

미나리무침 향이 돋보이는 파릇한 미나리무침
▲ 미나리무침 향이 돋보이는 파릇한 미나리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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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새우 젓 왕새우 젓은 부드러운 속살이 감미롭다.
▲ 왕새우 젓 왕새우 젓은 부드러운 속살이 감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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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게젓갈 독특한 향의 멍게젓갈, 안 먹어보면 나중에 후회할 맛이다.
▲ 멍게젓갈 독특한 향의 멍게젓갈, 안 먹어보면 나중에 후회할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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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한다더니 어느새 밥 한 그릇 뚝딱이다. 나도 모르게 '공기 하나 더'를 추가 주문하게 된다. 이곳에 찾아가면 공기 밥 하나 더 달라고 힘차게 소리칠 일이다.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역시 간장게장은 밥도둑이다. 아참, 게장은 리필(refill)이 된다.

"간장게장 하나 더, 공기 하나 더 주세요!"

게장백반을 먹을 때는 체면치레가 필요 없다. 손으로 게의 집게발을 잡고 "아작아작! 아드득아드득~" 마구 먹어도 탓할 사람 아무도 없다. 마음껏 드시라. 최근에 가격이 올라 좀 거시기 하지만, 그래도 1인분에 6000원이면 푸짐함과 맛깔스러움에 비하면 가격도 아직은 착한편이니까.

간장게장을 먹다보면 지영환님의 시 <간장게장>에 나오는 어머님이 떠오르곤 한다. '간장처럼 짠 새벽을 끓여 게장을 만드는 어머니'의 모습이, 방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대청마루에서 옆으로만 누워 주무시는 어머님이.

간장 게장
 - 지 영 환
1
간장처럼 짠 새벽을 끓여
게장을 만드는 어머니
나는 그 어머니의 단지를 쉽사리 열어 보지 못한다
나는 간장처럼 캄캄한 아랫목에서
어린 게처럼 뒤척거리고

2
게들이 모두 잠수하는 정오
대청마루에 어머니는 왜 옆으로만,
주무시나 방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햇볕에
등은 딱딱하게 말라가고
뼛속이 비어 가는 시간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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