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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미혼 여성에게 가장 큰 관심이 있다면 바로 ‘결혼’이다. 한평생을 동고동락할 상대를 찾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20대의 풋풋했던 시절을 지나 결혼적령기를 넘어선 그들이기 때문이다.

결혼이 점점 늦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사회적인 인식을 볼 때 결혼적령기의 나이대가 28 정도이니, 30대 미혼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결혼이 늦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주위에서 “시집은 언제 갈거야?”, “주위에 사람은 있니?”라는 질문을 받는 순간, “내가 결혼이 늦었나?”라는 생각을 강요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30대 여성들은 더욱더 결혼의 상대를 쉽게 선택하지 못한다. 사랑만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이 결혼임을, 결혼은 현실임을 자각한 지 오래이기에. 우리는 어린시절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백마 탄 왕자와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꿔왔지만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음을 부딪치고 깨지는 사이 결혼이 현실임을 자각한다.

그리고 곧 이러한 딜레마가 찾아온다. 결혼상대를 찾을 때 외모보다 능력을 중시하기 시작하고, ‘연애 따로, 결혼 따로’라는 말에 십분 공감할 터. 그리고 외모는 훌륭하지만 변변한 직업이 없는 남자와 외모는 평범하지만 능력 있는 남자를 동시에 만났을 때 30대 미혼여성들은 행복한 고민을 시작한다.

그것은 30대 미혼여성의 로망이다. 우리나라 현실 상 30대의 여성이 동시에 그런 멋진 남자를 만나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기 때문. 이러한 여성들의 로망을 대변해주는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를 보면 30대 미혼 여성들의 심리를 잘 읽어낼 수 있다.

은수는 알고 있다. 분식 하나로 모든 것이 핑크빛이 될 수 없음을.
 은수는 알고 있다. 분식 하나로 모든 것이 핑크빛이 될 수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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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연하남과는 역시 연애만!

극중 주인공 은수(최강희)는 연하남 태오(지현우)와 영수(이선균)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극중에서 은수의 대사를 빌리지만 그녀는 제8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사랑하던 남자는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해버리고 초라한 싱글이라고 느낄 쯤 찾아온 두 남자.

영수보다 먼저 만난 풋풋한 그녀보다 6살 어린 태오와 금세 사랑에 빠져버린다. 어린 태오의 순수와 열정이 그녀를 자석처럼 끌어당겼던 것이다. 원 나잇 스탠드를 했지만 당연히 그녀와 연애를 하리라 생각했던 태오와 달리 은수는 원 나잇 스탠드를 말 그대로 생각했던 차에 찾아온 연애.

당연히 달콤할 수밖에 없으며 그 사랑의 속도에는 가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는 법. 하지만 은수는 태오에게 스스로 벽을 만들어 놓고, 태오를 남자로 보기보다는 어린 아이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을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삐그덕 거린다.

그녀의 말처럼 8,90년대 식 개그를 하면 태오는 그 개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스스로 나이 차이를 인정하며 태오와의 사랑은 언제 끝이 날 수도 있음 가정한 채 시작한 덕분이다. 극중 태오는 그런 은수의 태도에 단호하게 말한다.

“예쁨 받는 거 말고 사랑 받고 싶어요. 귀여운 어린애가 아니라 남자로서.”

은수는 그 말에 아프지만 자신은 태오를 남자로 받아들이기엔 그의 미래가 먼저 눈앞에 다가오고, 변변한 직업 하나 없는 그의 미래에 동참을 스스로 거부한다. 마음이 아닌 머리로. 그래서 은수는 태오와 이별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태오는 그리 어린애만은 아니다. 은수를 배려할 줄 아는 배려심도 있고, 자신이 어른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한 인물이다. 오히려 태오를 어리다고 생각하며 언젠가 끝이 날 연애라고 생각한 것은 은수이다.

이러한 은수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이는 공감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그녀를 향해 “못됐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30대 미혼여성들은 십분 공감할 것이다. 연하남이 좋다고 덥석 물기엔, 자신의 삶을 헤쳐 나가기도 버거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30대 미혼여성이 억대 연봉자이거나, 집안의 배경이 탄탄하다면 태오의 달콤한 사랑을 결혼으로 이어가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30대 미혼여성은 결혼할 적령기에 달콤한 연애만을 치중할 수 없다. 극중 은수는 말했다.

“난 있지, 항상 마음이 두 개다. 사랑하면서도 사랑이 맞나? 갖고 싶으면서 가져도 되나? 사랑하면서도 도망치고, 도망치면서도 잡혀 있고. 맞아. 다 좋기만 했던 건 아니야. 네가 24살이 아님 좋겠단 생각도 했었고, 네가 그냥 평범하게 회사나 다님 좋겠다 생각도 했었고, 너 때문에 내가 늙은 여자 같을 때도 있었고, 나만 혼자 세상사 때 국물에 찌든 인간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어. 사람들이 뭐라 그럴까봐 무섭고, 친구들은 뭐라 그럴까, 부모님은 뭐라 그럴까, 그러다가 내가 뭐 땜에 이런 생각을 해야 하나, 너만 아니면.. 왜 하필 너니.. 그럴 때도 있었어.”

은수의 대사는 30대 미혼 여성, 특히 어린 연하의 남자와 사랑에 빠졌을 때 심리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그래서 은수는 태오를 어리게 볼 수밖에 없고, 그와의 사랑이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를 무조건 사랑하기엔 태오의 열정을 따라 갈수 없기에 말이다. 어쩌면 슬픈 현실일지도 모른다. 달콤한 환상같은 연애를 꿈꾸지만 몸도 마음도, 머리도 이젠 그런 달콤한 사랑을 쫒기엔 지쳐버린 현대 여성들이다.

현실적으로 결혼적령기라는 은근한 강요를 받고, 회사에서는 이리저리 치이는 상황에서 결혼은 어쩔 수 없이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기에 말이다.

30대 중반의 남자가 건네는 아이스크림. 이외로 순수한 면을 발견했을 때 30대 미혼여성은 환희의 소리를 외친다.
 30대 중반의 남자가 건네는 아이스크림. 이외로 순수한 면을 발견했을 때 30대 미혼여성은 환희의 소리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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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싶은 남자는 따로 있다!

그것이 여성 스스로의 가치를 비하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제껏 그렇게 교육받은 30대 미혼여성들이 태오를 스스럼없이 담백하게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은수와 태오의 사랑과 이별은 역으로 현실적으로 결혼하고 싶은 남자는 따로 있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바로 태오와의 사랑을 떠나보내고 그쯤에서 찾아온 훈남 영수. 물론 단번에 훈남으로부터 사랑 고백을 받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은수는 훈남 영수로부터 사랑 고백을 받는다.

태오처럼 열정적이거나 급속도로 사랑에 빠지지는 않지만 은근한 사랑이 오히려 은수에게는 현실적으로 다가와 그와의 사랑을 언젠가는 끝날 사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게대가 친환경 먹을거리 사업을 하는 어느 정도의 재력을 갖춘 서른 여섯의 영수는 은근히 소년 같은 구석이 있고, 깊은 배려심까지.

사실상 30대 여성들이 꿈꾸는 모든 조건을 갖춘 남자가 바로 영수이다. 극중에서는 미스터리적인 부분이 있어 은수와의 사랑이 결실을 맺지 못할 가능성이 엿보이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영수는 30대 미혼여성이 꿈꾸는 이상형이다. 여성들이 바라는 모든 이상형적인 요수를 갖추고 있다.

30대 미혼여성들이 달콤한 사랑보다 편안한 사랑을 꿈꾼다. 그래서 열정적인 태오도 좋지만 세월 속에서 느껴지는 남자의 여유가 좋다. 그 여유가 자신을 편안하게 해줌을 여성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태오는 평범한 회사원이 아니어서 갈팡질팡하게 만들었지만 영수는 어엿한 CEO다. 그러면서도 배려심이 깊고, 자상하며 낮은 목소리로 여성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렇다고 돈이 있다고, CEO라고 잘난 척을 하기는커녕 겸손하기 까지 하다.

심리적인 불안한 여성의 손을 지그시 잡아주고 눈을 감으라며, 길을 안내하며 탁 트인 남산으로 데려가주는 센스까지. 그야말로 영수는 30대 미혼여성들이 꿈꾸는 로망이다. 극중에서도 은수는 말했다.

“‘가끔씩 낮은 목소리로 얘기할 때 이 사람이 깊은 바닥의 이야기를 내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그렇다. 영수에게서 은수는 평온을 찾고, 자신이 바라는 결혼을 꿈꾸기 시작하는 것이다. 30대 미혼여성들은 연애를 하고 싶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은 남자를 따로 두고 있다. 은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음이 두 개가 있기 때문이다.

열정적인 달콤한 사랑이 그립지만 결혼에 있어 열정과 사랑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음을 불행히도 잘 알고 있는 탓이다. 이러한 여성들의 심리를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는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이같은 사실을 제대로 모르는 남자들은 “여자들 원래 저래?”라고 반문할 지도 모른다. 그럴 때 여자들은 “응!”이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밖에 없다. 원초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심리구조는 다르기에, 여성들이 좀 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구조에서 볼 때 은수의 마음을 30대 미혼 여성들은 적어도 “맞아!”라고 외치며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태그:#달콤한나의도시, #칙릿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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