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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찜통더위를 실감하는 요즘이다. 너무도 더운 날씨에 왕성한 나의 식욕은 어디로 갔는지 찾을 길이 없다. '시원한 물이 최고야' 하면서 냉수만 벌컥벌컥. 이에 놀란 내 위장은 트위스트를 추고 온몸으로 신호를 보내온다. 급기야 화장실행, 어흑.

입맛 없는 요즘에 입맛을 돋워줄 뭔가가 없을까 고민에 고민을 한다. 새콤달콤, 그리고 이열치열이라 했던가? 정신이 번쩍 나는 얼큰한 무언가를 쉴 새 없이 찾는다.

좋은 게 뭐 없을까? 아! 있다. 바로 그거야.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한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어디 맛난 음식 없을까 멀리서만 찾았으니. 생각만으로도 금방 입안에 침이 한가득 고인다.

 이름도 특별하지 않은 10평 남짓한 가게다.
 이름도 특별하지 않은 10평 남짓한 가게다.
ⓒ 임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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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바로, 20여 년 이상 홍어찜, 홍어무침, 홍어회 등 단 3가지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홍어횟집, 이름하여 우리 엄마표 가게(경기도 구리시 수택동 구리시장 내)에서 파는 아삭아삭한 홍어무침이다.

너무 평범하고 초라하기까지 한 엄마의 가게. 하지만 겉만 보면 큰 오산이다. 이제는 이름이 꽤 알려진 유명한 홍어횟집이니까.

엄마가 서울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홍어 맛을 알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80년대 중반 처음 홍어가게를 시작했을 때, 엄마는 홍어를 홍보하기 위해 백반에 반찬으로 홍어무침을 한 접시씩 꼭 놓으셨다. 그 당시 홍어회 한 접시에 3000원, 백반은 1200원이었으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그렇게 3년 정도 가정식 백반을 시키면 무료로 시식할 수 있게 홍어를 알리자 사람들이 점점 홍어의 맛에 중독돼 가게를 부지런히 찾기 시작했다. 까다로운 서울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홍어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엄마의 무료전략은 대성공, 그 뒤 엄마 가게에서 가정식 백반은 사라져갔다.

 보기만 해도 먹음직한 홍어무침. '난 홍어 못 먹어요' 하는 서울 토박이들도 홍어회무침 한 번 먹어 보면 젓가락을 멈추질 못한다. 새콤, 달콤, 아삭, 얼큰. 홍어의 달인 왈, "먹어봤어? 안 먹어봤으면 말을 하지 말어!"
 보기만 해도 먹음직한 홍어무침. '난 홍어 못 먹어요' 하는 서울 토박이들도 홍어회무침 한 번 먹어 보면 젓가락을 멈추질 못한다. 새콤, 달콤, 아삭, 얼큰. 홍어의 달인 왈, "먹어봤어? 안 먹어봤으면 말을 하지 말어!"
ⓒ 임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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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뭔 냄새야?"

20년 전 중학교 시절, 겨울 방학을 하고 크리스마스 즈음 친구들과 교회에 모여 행사 준비를 할 때였다. 한 친구가 코를 벌름거렸다.

"야, 뭔 오징어 냄새 같은 거 나지 않냐?"
"그러게. 이거 뭔 냄새야?"
"야, 네 옷에서 나는 것 같아."

갑자기 친구들의 따가운 시선이 내게로 쏟아졌다. 나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급히 옷에 코를 갖다 대고 맡아 보니 정말 내게서 오징어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닌가! 순간 스치는 생각이 엄마 가게였다.

그랬다. 당시 나를 당황스럽게 했던, 바로 그 냄새의 주인공은 홍어였다. 홍어는 겨울이 되면 유독 더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발효시켜서 먹는 음식인 홍어는 발효를 시킬수록 암모니아 향이 강해진다.

홍어찜은 싱싱한 것보다 좀 삭은 것이 더 감칠맛이 난다. 삭은 홍어는 코를 톡 쏘는 특유의 향이 있는데, 추운 겨울이면 문을 열어 놓지 않기에 냄새가 더욱 고약해지는 것이다. 엄마 가게가 있는 동네 어귀에 들어서면 홍어 냄새가 풍겨온다. 그러니 엄마 가게에 있으면 옷에 냄새가 배는 건 당연하다.

그 뒤로 나는 엄마가게에 잘 가지 않았고, 한때이지만 어린 마음에 엄마가 가게 하는 것이
창피했던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엄마에겐 한 번도 가게 하시는 게 창피하다고 말하진 않았지만, 그런 생각을 했었다는 자체가 참으로 죄송스럽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한다. "우리 엄마 홍어횟집 하세요"라고. 청국장 냄새가 고약하지만 맛은 일품인 것처럼, 삭은 홍어가 바로 그렇다. 옛날엔 홍어를 항아리에 넣고 볏짚을 넣어서 삭혔다고 하는데, 엄마 가게에선 엄마 특수한 방법으로 홍어를 삭힌다. 그건 며느리도 모르는 비밀이다.

삼합은 안 팔아~~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싱싱한 것과 삭은 것을 고루 쓴다. 홍어를 놓고 양념 간장소스를 바르고 푹 찐 다음 상에 내기 바로 전 싱싱한 채소를 살짝 얹어 뜨거운 김 한 번 씌어주면, 홍어찜 완성. 인심 좋은 우리 엄마는 홍어찜을 시키면 홍어무침을 서비스로 한 접시 내주신다. 이런 걸 바로 일석이조라고 하지 않을까.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싱싱한 것과 삭은 것을 고루 쓴다. 홍어를 놓고 양념 간장소스를 바르고 푹 찐 다음 상에 내기 바로 전 싱싱한 채소를 살짝 얹어 뜨거운 김 한 번 씌어주면, 홍어찜 완성. 인심 좋은 우리 엄마는 홍어찜을 시키면 홍어무침을 서비스로 한 접시 내주신다. 이런 걸 바로 일석이조라고 하지 않을까.
ⓒ 임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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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홍어 하면 삼합을 얘기한다. 잘 삭은 홍어, 삶은 돼지고기와 묵은 김치와 함께 싸 먹는 걸 삼합이라 한다. 그러나 엄마 가게엔 없다.

사실 삼합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메뉴에 없고 팔지 않는다. 그러나 정말 팔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맛나는 안주엔 술이 한 잔 곁들여야 제맛. 여러 명의 손님이 올 경우 술을 좀 더 많이 마시게 되는데, 엄마는 소주나 막걸리의 경우 일인당 1병밖에 안 준다고 못을 박는다. 그래야 말썽 없이 즐겁게 드시고 간다.

 소금과 고춧가루를 섞은 소금장에 한 점 찍어 먹어 보면 입안 가득 향이 화하게 퍼진다. 흑산도 홍어는 귀해 서울에선 거의 없다. 칠레산 수입홍어다.
 소금과 고춧가루를 섞은 소금장에 한 점 찍어 먹어 보면 입안 가득 향이 화하게 퍼진다. 흑산도 홍어는 귀해 서울에선 거의 없다. 칠레산 수입홍어다.
ⓒ 임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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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가게가 작아서 바깥에서 기다리는 손님을 위해 빨리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엄마만의 노하우기도 하다. 그래서 '1인당 소주 1병 이상 안 팔아~~'. 이쯤 되면 엄마의 배짱도 보통
은 아니다. 손님들은 "배짱 장사 하냐"며 투덜대면서도 순순히 드시고 가신다.

"술도 맘대로 못 먹고, 빨리 먹고 가라며 내쫓는 가게가 어디 있어?"

 20년 이상 쓰여 있는 글이다.
 20년 이상 쓰여 있는 글이다.
ⓒ 임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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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지만 참으로 배짱 좋게 장사를 하신다. 근데 그 배짱이 영업시간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엄마는 낮 12시에 가게 문을 열고, 밤 9시가 되면 절대로 손님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밤 10시가 되면 엄마는 어김없이 가게 문을 닫는다.

"자 갑시다. 10시 다 되어가네."

그렇게 20여 년 이상을 문을 닫다 보니 지금은 밤 10시가 되기 전에 손님들이 알아서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밤 9시가 조금 넘어 멀리서 물어물어 왔다고 손님이 사정사정을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신데렐라에게 '밤 12시' 통행금지가 있다면, 엄마 가게에는 밤 9시 문턱을 향해 달려왔다가 끝내 홍어 맛을 보지 못하고 돌아서게 만드는 밤 10시 영업금지가 있다. 하지만 문전박대에도 잊지 않고 나중에 다시 발걸음을 해주는 손님들 때문에 엄마가 그 철칙을 지킬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 엄마다.
 우리 엄마다.
ⓒ 임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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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초반에 가족의 생계를 위해 시작한 엄마 가게가 한창 입소문이 나고 나서는 짝퉁 홍어횟집이 많이 생겨났다. 가게 간판도 똑같이 하고, 메뉴도 똑같이 하고. 어떤 이들은 엄마의 홍어무침을 가져다가 팔기까지 했다. 그러나 감히 그 맛은 아무도 따라 하지 못했다.

 [왼쪽사진] 제주산 묵은 무우다. 물기가 없어 무침용으로 안성맞춤이다. [오른쪽 사진] 끓는 물에 살짝 데쳐진 미나리.
 [왼쪽사진] 제주산 묵은 무우다. 물기가 없어 무침용으로 안성맞춤이다. [오른쪽 사진] 끓는 물에 살짝 데쳐진 미나리.
ⓒ 임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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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우리 엄마가 간직한 홍어무침 제조비법 한 가지. 우선 제주도 산 묵은 무를 쓰는 것이다. 무침은 금방 물이 생기기 때문에 언제나 먹기 직전에 바로 무쳐야 한다. 그리고 미나리는 끓는 물에 살짝 데치고, 마지막 회무침의 빨갛고 고운 색을 내는 고춧가루는 순수 국내산 태양초를 사용한다. 싱싱한 회무침은 이렇게 완성이 된다.

이 무더운 여름 보양식으로도 홍어가 어떨까 싶다. 이제는 홍어의 효능에 대해서 많은 방송사가 언급해서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삭힌 홍어는 강 알칼리성 식품으로 우리 몸을 알칼리성으로 바꿔주고, 또한 지방이 적어서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적당하다.

한 번은 TV에서 다이어트식품으로 방송이 되자, 홍어가 순식간에 동이 나고 말았던 적도 있었다. 홍어무침은 또 혈액순환에 좋은 미나리가 듬뿍 들어 있지 않은가!

더위에 지쳐 땀 흘리지 말고 홍어무침의 얼얼한 매운맛으로 땀 한번 제대로 내 보시라.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이 맛은 찾을 수가 없음을 장담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우리 엄마표 홍어찜, 홍어회, 홍어무침. 그래서 내가 비록 딸이지만 우리 엄마의 단골손님이고, 엄마 가게는 나의 단골가게다.

덧붙이는 글 | 임정화 기자는 제4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기초강좌 수강생이며, 이 기사는 기초강좌 과정에서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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