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충북 괴산이 친정인 지인이 올갱이를 사라고 할 때만 해도 난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아, 올갱이가 뭐냐구요? 강원도나 충청도에서 다슬기를 일컫는 사투리이지요.) 내가 올갱이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은 조그만 알맹이를 꺼낼 엄두조차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청도에서는 ‘벼’를 ‘베’라고 발음하곤 하는데, 올갱이가 벼톨만큼 작다고 해서 ‘베톨올갱이’라고 불리니 그 사정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그러고 보니 평소에 살림 잘 하는 분들만 올갱이에 관심을 두고 쳐다보는 눈치다. 그러면 그렇지 '살림 잘 하시는 분들은 어디가 달라도 다르단 말야' 혼잣말로 '성질 급한 나는 언감생심 생각도 말아야지' 하며 눈길조차 주지 않았었다.

요즈음 어떤 농수산물이라도 수입이 아닐까 의심을 하며 한 번 더 살펴보게 되는 현실이기에 지인의 고향 동네서 갓 잡아 온 것이라 그런지 꽤 인기가 높은가 보다. ‘모자라서 못 샀다’는 말들을 하며 안타까워 하니 말이다.

며칠 후 검게 그을린 두 내외가 작은 아이스박스에 검정 비닐봉지에 1킬로그램씩 포장한 올갱이를 몇 봉지 더 가져왔다는 이야길 들으며 지나치는데, 아는 분이 "한 봉지 안사세요?" 한다. 내가 ‘손질할 자신이 없다’고 하자 쉽게 손질하는 방법을 알려 준단다.

남들도 다 사니까 나도 한 번 사볼까 하며 그제야 관심을 두며 아이스박스 안을 들여다보니 세 봉지 정도 남아 있었다. 난 아는 분과 함께 각각 한 봉지씩 사서 살림의 고수들에게 올갱이국 끓이는 비법을 배웠다.

집집마다 방식은 다소 달랐지만 그 중에서 알기 쉽고 하기 쉬운 방법으로 골라 난생 처음 끓여봤다. 요즈음 말 많은 소고기 보다 올갱이가 간에도 좋고 숙취해소에도 좋다고 하니 큰 맘 먹고 도전을 해볼 요량이었다. 더군다나 다슬기는 일급수에서만 산다니 우리 몸에 좋지 않을까? 어렸을 적 엄마가 끓여주시던 구수한 맛도 생각이 났고, 큰 옷핀을 들고 식구들이 모여앉아 올갱이 속을 꺼내던 기억에 친정생각도 났다.

속살이 나올 때 까지 기다렸다 끓는 물에 데쳐야 딱지를 쉽게 떼어 낼 수 있답니다.
▲ 해금을 마친 후 반짝이는 올갱이들 속살이 나올 때 까지 기다렸다 끓는 물에 데쳐야 딱지를 쉽게 떼어 낼 수 있답니다.
ⓒ 허선행

관련사진보기


바늘이나 옷핀 기타 도구를 이용하여 알맹이를 빼면 비교적 쉽게 속살이 드러난다.
▲ 파란 빛깔의 올갱이 속살 바늘이나 옷핀 기타 도구를 이용하여 알맹이를 빼면 비교적 쉽게 속살이 드러난다.
ⓒ 허선행

관련사진보기


집에 들어서자마자 올갱이를 꺼내 보니 손질할 일이 까마득하다. 생각보다 크기가 너무 잘았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베톨올갱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아무튼 배운 대로 우선 물에 담가 두었다. 해감을 여러 차례 토하게 해야 모래처럼 씹히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서너 번 물을 갈아주고 난 후,서로 살겠다고 머리를 내미는 놈들을 소쿠리에 건져 놓고 물을 끓였다. "머리가 나왔을 때 재빨리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내야지 까만 딱지처럼 생긴 것이 떨어져 먹기가 좋다"는 살림 고수들의 조언에 따르기 위해서다.

"미안하다." 난 눈을 질끈 감고 소쿠리의 올갱이를 살며시 들어 끓는 물에 집어넣었다. 이제 알맹이만 빼면 될 일이다. 어떻게 하면 쉽게 뺄 수 있을까 궁리를 하던 중에 내 눈에 띈 도구는 다름 아닌 손톱 손질하는 도구였다. 어떻게 사용하는 도구인지 몰라 사용하지 않았던 것인데 이럴 때 쓰게 될 줄이야. 세모 모양의 뾰족한 윗부분과 튼튼한 손잡이까지 되어있어 옷핀보다 훨씬 수월하게 빠졌다. 이 도구 덕분에 생각보다 일이 빨리 진행됐다.

단백질, 지방, 회분, 비타민A의 함량이 높고 강장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 함께 준비된 부추 단백질, 지방, 회분, 비타민A의 함량이 높고 강장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 허선행

관련사진보기

올갱이에 밀가루를 살짝 뿌린 후 계란을 풀어 준비해 둔다.
▲ 계란도 빠질 수 없다 올갱이에 밀가루를 살짝 뿌린 후 계란을 풀어 준비해 둔다.
ⓒ 허선행

관련사진보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올갱이국이 드디어 완성된 모습이다.
▲ 올갱이국 완성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올갱이국이 드디어 완성된 모습이다.
ⓒ 허선행

관련사진보기


된장을 풀어 올려놓은 냄비에서는 벌써 끓는지 구수한 냄새가 난다. 손은 더욱 빨라졌고 결국 난 해냈다. 깨끗이 씻어 두었던 부추를 썰어 된장국에 넣고 올갱이 알맹이에 밀가루를 솔솔 뿌렸다. 계란 한 개를 그 위에 깨트려 살살 저어 된장에 부추까지 넣은 냄비에 부으니 근사한 요리가 되었다.

거의 초록에 가까울 정도의 푸른 빛을 띤 된장국은 부추와 궁합이 맞는다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올갱이국이 예쁘기까지 하다. 조미료 하나 넣지 않았는데도 남편에게 맛있다는 칭찬의 말까지 들으니 음식은 역시 정성을 들여야 되나 보다. 그 작은 알맹이를 꺼내느라 허리도 아프고 눈도 아팠지만 그 맛은 일품이었다.

덧붙이는 글 | 7월 26일부터 이틀 간 충북 괴산군 칠성면 둔율리 괴강 일대에서는 제1회 '올갱이축제'가 열린다. 직접 올갱이를 잡아볼 수 있고 다채로운 먹을거리 체험과 공연 등 가족들이 참여하는 테마형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휴가철을 맞아 가족 나들이로도 좋을 듯하다. 자세한 내용은 괴산군 홈페이지(www.goesan.go.kr)를 참조하기 바람.



태그:#올갱이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