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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제 나이 열일곱.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 어느 추운날 고등학교 1학년일 때 생애 처음 아르바이트라는걸 해 봤습니다. 지역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하는 일이였지요.

한참 사춘기일때 사람들 많이 다니는 시내 한복판에서 목이 터져라 외치며 모금함을 들고 서있는다는게 쉬운일은 아니더군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종일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불우이웃을 도웁시다.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 부탁드립니다"라고 외쳐댔습니다.

시작한지 한 시간이 지나도록 모금함엔 단 한 명도 돈을 넣지 않았습니다. 참 너무하다 싶더군요.

한번도 힘든 일을 해보지 않았던지라 한시간동안 추운 곳에 서있노라니 다리는 아파오고 목소리는 점점 작아져갔습니다. 얼굴과 귀, 손, 발이 얼어붙으면서 빨리 끝내고 따뜻한 방에 눕고만 싶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아무도 관심갖지않던, 아니 애써 외면하며 지나치는 사람들 틈에서 아저씨 한분이 종종걸음으로 다가오셨습니다.

환경미화원 복장을 하신 아저씨께서는 겸언쩍은듯 "이거 얼마안돼요" 하시며 모금함에 1만원짜리 지폐를 쑥 넣고는 돌아서시더군요.

전 아저씨를 붙잡고 "이거 가져가세요"하며 성금을 해주시는 분들께 나눠드리는 작은 책자를 건넸습니다.

아저씨는 손사레를 치시며 "아이고, 됐어요. 조금밖에 못넣어서 너무 부끄럽네요"하시며 한사코 책자를 거부하셨습니다. 그 아저씨가 성금을 넣어주신뒤 한사람 두사람 모금함에 돈을 넣어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더군요.

꼬마 아이 손으로 넣어준 동전부터 학생들, 아주머니들, 아저씨들께서 넣어주신 1000원, 5000원 지폐들.

점점 제 마음이 따뜻해지더군요. 빨리 끝내고 가고 싶은 생각뿐이였던 제 가슴이 설레면서 더 열심히 외쳤습니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성금을 해주시는 분들 대부분이 정말 평범한 옷차림의 시민들이더군요.

사실 어린 마음에 모피코트를 입고 지나가는 아주머니나 멋진 정장을 잘 차려입은 아저씨들이 지나갈때면 잘 사는 분들로 보여 더 크게 외쳤는데 눈길 한번 주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성금해주시는 분들께 나눠드리는 작은 책자를 그냥 좀 주면 안되냐고 하시는분들도 종종 계셔서 적잖이 실망을 하기도 했답니다.

그렇게 생전 처음 힘들게 일해서 받은 아르바이트비 1만원. 아침에는 아르바이트비를 받으면 뭘할까 기대에 부풀어있었는데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나서는 어느 누군가에게 따뜻한 겨울이되길 바라며 모금함에 넣었답니다.

몇년이 흐른 지금, 해마다 겨울이면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을 하잖아요. 전 그때마다 떨리는 손으로 제일 먼저 성금을 넣어주신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생각난답니다.

덧붙이는 글 | '아르바이트, 그 달콤 쌉싸래한 기억' 응모글



태그:#불우이웃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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