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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취임 100일을 넘긴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수입 강행 그리고 이에 항의하며 촛불집회를 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민주주의의 문제를 돌아보게 된다. 마침 읽게 된 <주권혁명>(저자 손석춘)은 인류의 보편 가치인 민주주의의 역사를 처음부터 다시 짚어 보고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포위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 나가야 할 것인가 생각해 보는 기회를 주었다.

 

<주권혁명>은 민주주의란 어떻게 지배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지배하느냐의 문제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다. 민주주의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1원 1표의 원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1인 1표의 원리를 어떻게 실현시켜 나가야 하는가 구체적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주권 혁명’을 통해 ‘민주 경제론’과 ‘통일 민족 경제’를 이루어나갈 것을 주장한다.

 

민주주를 통해 자본주의를, 다시 자본주의를 통해 민주주의를

 

대부분 민주주의를 다룬 책들과 이 책의 가장 큰 차이점은 민주주의를 통해 자본주의를 살피고 자본주의를 통해 다시 민주주의를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아주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경제 상황을 통하여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우리 사회의 토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정치와 경제가 아니라 정치·경제인 것이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서에는 경제 생활과 정치 생활이 분리되어 서술되어 있다. 다른 모든 영역에서는 시민들의 합의에 의한 합리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유독 경제 영역만 효율성이 합리성이라고 가르친다. 자본의 민주주의 지배 현상이 현실적 문제로 드러나고 있는데도 양자는 별개의 문제로 다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실존 사회주의가 몰락하면서 신자유주의가 주도하는 세계 질서의 성립, 그리고 그에 따른 민주주의의 위기로 설명할 수 있다.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으로 그 자리를 메운 신자유주의 속에서 민주주의는 부자들만의 부르주아 민주주의인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결국 주권자인 시민의 삶을 왜곡하면서 자본의 이해를 노골적으로 대변한다. ‘자본 독재’의 시대인 것이다. 진정한 주권자로 서기 위해서는 경제 논리에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 구조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주권 운동’과 ‘선거 혁명’이 필요한 이유다.

 

역사의 고비마다 우리 시민들은 목숨을 건 투쟁을 했다. 2002년에는 미선이 효순이를 위한 촛불, 2004년에는 탄핵 반대 촛불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2008년, 다시 쇠고기 수입 반대에 수만 명이 촛불을 들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시민들은 주권 운동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 했던 역사에서 이제 평범한 시민들이 자기 삶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면서 더 나은 삶을 창조해 나가는 민주주의의 역사가 시작되고 있다. 저자가 지적한 바로 ‘슬기’에 바탕한 민주주의가 시작된 것이다.

 

"만약 그런 정치인이 없다면 당신이 출마 하십시오."

 

처음 촛불을 밝힌 어린 학생들의 문제 제기 속에서 또한 선거 혁명도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왜 어른들이 무책임하게 대통령 뽑아놓고 모두가 고생하게 만드느냐는 아이들의 지적은 날카로우며 평범한 시민들에게 무한 책임을 통감하게 만든다. 이제 몇 년 후면 자신의 주권을 행사할 우리 아이들에게는 오늘의 촛불 집회는 소중한 경험의 바탕이 될 것이다.

 

그러나 선거 혁명보다 더 적극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불편한 진실'이라는 환경 관련 작품 속에서 인상적인 글귀를 보았다. 엔딩 장면에서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열거하면서 ‘환경을 생각하는 정치인에게 선거하기’라는 항목이 있었다.

 

그리고 뒤이어 ‘만약 그런 정치인이 없다면 당신이 출마 하십시오’라는 행동 지침이 소개되었다. 아이들과 한참을 웃으며 봤지만 민주주의의 핵심은 바로 그런 것 아닐까? 선거 혁명을 이루어나갈 좀더 적극적 세력은 바로 주권자인 모든 시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주권혁명>의 내용은 단순하고 명확하지만 책을 쉽게 읽어나가기에는 조금 진지하고 철학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다른 책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실존 사회주의에 대한 평가는 새롭고 흥미롭다.

 

우리 사회에 남겨진 과제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민주주의라는 큰 틀에서 분석한 점도 많은 생각거리를 남긴다. 이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새롭게 창조해 나가길 바라는 평범한 시민들, 그리고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모든 선생님들이 한번쯤 반드시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 최성은 기자는 대전성모여고 사회과 교사입니다. 이기사는 새사연(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주권혁명 - 피의 나무에서 슬기의 나무로, 우리가 직접 정치하고 직접 경영하는 즐거운 혁명

손석춘 지음, 시대의창(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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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주권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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