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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 하나 예술이다. 우리나라가 미국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로 거리마다 넘실대는 이때, 기가 막히게 바로 그 얘기를 담은 영화가 개봉이 되다니? 타이밍 참 절묘하다.

미국 내 도축장의 위생 점검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아 우리의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간 바로 이때, 그들의 참혹하기만 한 도축장 이야기가 영화 속에서 말을 걸어온다.

어떤 부류의 영화는 눈을 뗄 수 없는 현란한 마력이 화면에 있다. 그러나 앤딩신을 보고 영화관에서 나오고 나면 도대체 무슨 영화를 봤는지 기억에 남지 않는 영화가 있다.

<패스트푸드 네이션>은 그 반대다. 그리 대단한 화면의 웅장함이나 미국 영화 특유의 현란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고 나서 '무엇인가 말하려고 하는 게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원래 <패스트푸드 네이션>은 에릭 슐로서의 논픽션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패스트푸드를 보며 태어나, 패스트푸드를 먹으며 자라고, 패스트푸드로 자식을 키우는 그야말로 패스트푸드의 왕국이 바로 미국이란 사회다. 겉보기와는 달리 이 패스트푸드가 안전한 먹을거리가 되지 못한다. 그 이야기를 하고자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메가폰을 잡았다.

진실 혹은 거짓 현실

'미키스'라는 패스트푸드 체인은 '빅 원'이란 제품으로 대히트를 한다. 이 일에 직접 관여한 이 회사 중역 돈 앤더슨(그렉 키니어) 또한 이로 인하여 승승가두를 달린다. 그러나 어느 날 자사 제품에 들어가는 쇠고기에 소똥이 검출됐으니 조사하라는 사장의 명령을 받는다. 앤더슨은 콜로라도로 즉시 달려가 목장과 도축장을 점검한다. 그러나 그가 본 것은 깨끗하고 극히 정상적인 것뿐이었다.

겉으로는 그럴싸하다. 그러나 쇠고기 중계상인 해리(브루스 윌리스)를 만나서 진실을 알게 된다. 도축장에서 기계가 너무 빨리 돌아가기 때문에 미처 소똥이 고기와 섞이는 것을 분리해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는 해리는 게걸스럽게 햄버거를 먹으며 익혀서 먹으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한다. 해리에게서 한 수 배운 양반들이 우리나라 정부에도 참 많다.

진실을 안 돈은 어떻게 했을까? 해리의 충고를 받아들여 그냥 묻어둔다. 영화는 '진실은 덮으라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패러독스다. 진실을 덮음으로 진실을 드러낸다. 돈은 덮었지만 관객은 다 안다. 보이는 것의 허울과 가면을…. 돈은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진실을 덮은 채 현실과 손을 잡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현대 사회는 바로 돈 앤더슨과 같이 현실과 손잡은 자들에 의해 유지된다고 말하면 거짓일까. 자신의 출세에 지장을 주는 진실을 밝히지 않는 돈 앤더슨은 현대의 너와 내가 아닐까. 진실을 모르고 저지르는 것과 진실을 거짓 뒤에 숨기고 행동하는 것은 다르다. 거짓 현실은 결코 진실 뒤에 숨을 수가 없다. 그분들도 빨리 이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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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의 링 안에 모두 세우긴 했는데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패스트푸드 체인의 문제점, 정육업자의 비위생적 도축처리문제, 아메리칸드림의 멕시칸 노동자들의 회한, 아르바이트생의 진실을 보는 저항적 현실 의식 등을 모두 끌어안고 가려고 한다. 그래서 결국 그들 모두를 스크린이라는 사각의 링에 세웠다.

그런데 그게 너무 많은 선수를 세워서 그런지 그리 실감나게 선수들이 싸워주질 않는 듯 보인다. 주제의 명확성, 소재의 압축성 등에서 심각한 흠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을 사각의 화면에 들여놓고 한 바탕 질펀한 싸움을 하도록 한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감독의 맘에 맞게 행동했는지는 의문이다.

이 영화에는 불법 입국한 멕시코인들의 인권과 아픔이 있다.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인하여 재해를 입고 장애자가 된다. 고기 분쇄기에 다리가 잘리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작업장에는 쥐가 득실거린다. 비위생적인 면과 인권사각지대임을 동시에 말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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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스'의 체인점에서 모범사원으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 앰버(애슐리 존슨)는 점장의 좋은 제안(승진과 급여인상)을 모두 거부한 채 같은 뜻을 가진 친구들과 목장의 소들을 몰래 풀어놓는 환경운동가로 변신한다.

우리에 갇혀있는데 익숙한 소들이 움직이지 않아 그의 대단한 운동은 실패하고 만다.

도축장에서 소 머리에 충격을 가해 도축하는 장면, 질펀하게 흘려진 소의 피와 배설물들, 소의 배설물들을 치울 때 등장하는 쥐떼들, 지배인의 종업원 농락, 체인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침을 뱉은 햄버거를 돈 앤더슨에게 주는 장면, 똥이 들었다면서도 어기적거리고 먹는 해리의 햄버거 식사, 분명히 조사를 통하여 비위생적으로 처리되는 것을 알고서도 예전으로 돌아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행동하는 돈….

모든 장면을 통하여 링클레이터는 많은 말을 하려고 한다. 그러다가 핵심을 놓쳤다. 아니 핵심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 그래서 심란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미국의 쇠고기가 아무 문제도 없다는 우리정부나 미국정부의 말은 거짓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미국의 식품산업 전반과 먹을거리 시스템에 건드릴 수 없는, 결코 건드리면 안 되는 불문율이 건재하지만 진실은 아니라고 말한다. 현실이긴 하지만 진실은 아니다. 거대한 거짓 현실의 골리앗과 작지만 진실의 다윗이 싸운다면 승리하는 쪽은 어느 쪽일까. 영화는 답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답을 안다.

덧붙이는 글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그렉 키니어, 윌머 발더라마 주연, BBC 필름스, 한웨이 필름 작품, 상영시간 112분
패스트푸드 네이션 개봉영화 미국산쇠고기 도축장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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