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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박명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이날 안건으로 상정된 'PD수첩' 광우병 편의 제재여부와 일부 보수성향 언론 광고주를 대상으로 진행중인 온라인 불매운동과 관련한 포털 다음 내 업무방해 및 권리침해 심의안을 상정하고 있다.
▲ 방송통신심의위 'PD수첩', '온라인 불매운동' 관련 심의 1일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박명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이날 안건으로 상정된 'PD수첩' 광우병 편의 제재여부와 일부 보수성향 언론 광고주를 대상으로 진행중인 온라인 불매운동과 관련한 포털 다음 내 업무방해 및 권리침해 심의안을 상정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황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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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광고 불매운동 게시글의 위법성 여부를 따져 '다음' 측에 삭제하라고 시정 요구한 결정을 놓고 위헌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과거에 이와 유사한 사례에 대해 위헌 판결한 적이 있어 주목된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방통심의위 결정 근거가 된 '정보통신윤리심의규정'의 위헌 여부다. 방통심의위는 정보통신윤리심의규정 제7조 4호와 제8조 4호에 근거해 광고불매운동 게시글 삭제 결정을 내렸다.

이 규정은 "기타 범죄 및 법령에 위반되는 위법행위를 조장하여 건전한 법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 "기타 정당한 권한 없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에 대해 "해당정보의 삭제"란 시정 요구를 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송호창 변호사는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이 불온통신, 불법 게시물이라고 판단하는 것을 못하게 돼 있어 이런 규정 자체가 위헌으로 볼 수도 있다"며 "만약 이 조항이 헌법재판소에 간다면 위헌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사례에 대한 위헌 청구소송이 있었고,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정한 판례도 있다.

송호창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에서 (국가 기관이) 불온 통신에 대해 통제하는 것, 검열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판단을 한 예가 있다"며 "표현 행위 여부를 국가 기관이 판단하게 하는 건 안 된다고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헌재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 불명확한" 전기통신법, 위헌 결정

실제 헌법재판소는 '불온통신의 단속'을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등에 대해 2002년 6월 27일 '위헌 확인'을 내렸다. 이 전기통신법이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침해하고, 적법절차 및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대학생 김아무개 씨가 제기한 위헌 청구소송이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는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자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의 대상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돼있다.

또 3항엔 "정보통신부장관은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통신에 대하여는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그 취급을 거부·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다"며,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대학생 김아무개씨는 1999년, 그 당시 PC통신 '나우누리' 동호회 게시판에 김씨가 올린 글이 삭제 당하고 PC통신 이용이 한 달 정지되자 위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나우콤'에서 운영하는 통신망 '나우누리' 이용자였다. 김씨는 1999년 6월 15일 '나우누리'의 '찬우물'이란 동호회 게시판에 "서해안 총격전, 어설프다 김대중!"이란 글을 올렸다. 하지만 '나우누리' 운영자는 6월 21일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에 따라 그가 쓴 게시물을 삭제했다. 또 김씨에게 한 달간 '나우누리' 이용을 중지시켰다.

그러자 김씨는 이 전기통신법이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침해하고, 적법절차 및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는 위헌 조항이라며 1999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논란은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금하는 전기통신사업법 53조 1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였다. 또 이런 통신의 대상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53조 2항이 '포괄위임 입법금지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였다.

헌법재판소는 이 전기통신법 53조 등에 대한 김씨의 위헌 청구소송에 '위헌 확인'을 내렸다.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금하는 이 전기통신법이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침해하고, 적법절차 및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당시 헌법재판소가 밝힌 '위헌' 결정 이유는 다음과 같다.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 명확성의 원칙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중략)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가 불명확한 경우에,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기본권주체는 대체로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해서 표현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

이어 헌법재판소는 "그런데,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이라는 불온통신의 개념은 너무나 불명확하고 애매하다"며 "어떠한 표현행위가 과연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불온통신 개념의 모호성, 추상성, 포괄성으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다함께 규제하게 되어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2항의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의 대상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조항이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판시 이유도 헌법재판소는 이렇게 밝혔다.

"행정입법자는 다분히 자신이 판단하는 또는 원하는 '안녕질서', '미풍양속'의 관념에 따라 헌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표현까지 얼마든지 규제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방통심의위의가 '다음'의 게시물 삭제 근거로 든 정보통신윤리심의규정 7조와 8조에 대한 위헌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일부 신문 광고불매운동 게시글에 대해 '다음' 측에 삭제를 시정 요구하기로 지난 1일 결정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일부 신문 광고불매운동 게시글에 대해 '다음' 측에 삭제를 시정 요구하기로 지난 1일 결정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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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결정은 사전검열" "네티즌 불복종 운동 벌이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다음' 광고 불매운동 게시글 삭제 결정을 놓고 사회단체들이 '불복종 운동'과 '위헌 소송'을 제안하며 반발하고 있다.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이하 '미디어행동')은 방통심의위 결정에 대해 "네티즌 불복종 운동을 제안한다"며, "표현의 자유 침해하는 정보통신망법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행동'은 "불법여부를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면서도 '광고주 이름이나 담당자 전화번호 홈페이지 등 구체적으로 적시하면서 적극적으로 불매 운동에 개입할 것을 권유, 지시하는 것'을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며, "심의위는 자신이 모든 위법행위를 판단할 권한이나 역량이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미디어행동'은 "이번에 게시글이 삭제된 네티즌들과 함께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현행 법률에 대한 위헌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조중동 불매운동 관련 게시글이 삭제된 네티즌들은 자신의 게시물을 캡처하여 이메일을 주시기 바란다(delete@jinbo.net)"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은 사전 검열 및 소비자권리 침해"라며 "포털사이트 다음은 사법적 판단 없이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지 말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방통심의위의 이 같은 심의 결정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뿐 아니라 인터넷상 자유로운 의견 표현에 대한 사실상의 사전검열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러운 결정이라고 본다"며, "소비자가 자신에게 용역과 재화를 제공하는 기업의 투자 행위나 경영 방법 등이 소비자의 윤리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때 이를 시정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소비자 주권의 당연하고 정당한 실현 방법이며,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태그:#방통심의위, #불매운동,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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