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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통으로 수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여학생들에게 결석을 인정해주는 ‘생리공결제’. 2006년 중앙대, 성신여대를 시작으로 2007년 경희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등 생리공결제도를 도입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생리통을 사회가 보호해야 할 '모권보호' 차원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생리공결제는 생리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기 힘들어 제도를 사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었고 남학생들로부터 '역차별'이라는 반발이 이는 등 도입할 때 진통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 대학에서 생리공결제를 제대로 운영하는지 알아봤다.

경희대에서 지난해 생리공결제를 시작할 때 사용했던 안내 현수막
 경희대에서 지난해 생리공결제를 시작할 때 사용했던 안내 현수막
ⓒ 최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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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공결제 시행, 교수 재량 맡겨... 제도가 있어도 쓰지 못하는 학생

생리공결제를 도입하는 대학들은 늘어났으나 제대로 시행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학 본부 차원에서 제도를 시행하고는 있지만 세부적인 것은 담당 교수 재량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측은 교수들에게 생리공결제가 있음을 통보했지만 교수들이 생리공결제를 인정하지 않아 제도가 있어도 쓰지 못하는 여학생들이 많다.

경희대 공대에 재학 중인 K양은 생리통이 심해 생리를 하는 날이면 움직이기 힘들 정도다. 생리공결제 도입 후 생리공결제 신청서를 담당 교수에게 제출한 K양은 "네가 그날 생리통이 심했는지 내가 알 수 없다.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이 신청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이에 K양은 "생리공결제도는 제도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정말 아파서 의자에 앉아 있을 수 없었습니다"라고 울먹이며 호소했지만 교수의 태도는 완강했고 "생리공결제도는 학교에서 만든 제도일 뿐 나는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끝까지 출석 인정을 거부했다.

생리공결제 악용도 늘어나... 남학생들 '역차별' 항의도

반면 생리공결제를 악용하는 여학생들도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앙대에 재학 중인 J양은 "늦잠을 잔 적이 있었는데 성적 때문에 결석처리되는 게 싫어 생리공결제로 대체한 적이 몇 번 있다"고 고백했다.

다른 학생도 "사실 몇 번 결석했을 때 생리공결제도를 사용한 건 사실이다. 양심에 찔리긴 했지만 나 말고도 다른 학생들도 대부분 그렇게 한다"라고 말해 생리공결제를 악용하는 학생들이 있음을 시인했다.

이러한 일부 학생들 때문에 생리공결제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일기도 한다. 각 대학 게시판이나 총여학생회 게시판에는 생리공결제에 대해 비판하거나 항의하는 글을 남기는 남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생리공결제 폐지 논란보다 바른 사용 위한 제도 개선 시급

최근 2년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생리공결제. 정말 생리공결제는 또 하나의 역차별이고 없어져야 하는 걸까. 논란 없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리공결제는 당연히 시행해야 할 제도다. 생리라는 것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인정하고 보호해야 할 소중한 모권이다. 따라서 그에 따라 생기는 생리통도 당연히 이 사회가 함께 보호해 줘야 한다.

생리공결제도의 존폐를 논하기보다는 문제점을 보완해 제대로 시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교수들의 재량에 맡겨놓은 생리공결제 시행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생리공결제에 대한 인식 개선과 올바른 사용을 위한 교육도 필요한 과제다.

박은영 경희대 총여학생회장은 “제도 개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의식 개선”이라며 “여학우들은 제도의 취지에 맞도록 올바르게 사용하고 남학우들은 생리공결제의 취지를 바르게 이해하고 모성보호의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대화의 장이나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여성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생리공결제도, #생리공결제, #생리통, #경희대, #총여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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