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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

 

 “자기가 모르던 시도 읽다 보면 스며들어요.” 하는 말로 일곱 번째 ‘배다리 시가 있는 작은 책길, 일곱 번째 시 낭송회’가 열렸습니다. 이날(5월 29일)은 부부 시인인 정송화ㆍ김구연 두 분이 함께 자리했습니다. 정송화 님은 시를 쓰다가 아이를 낳고 기르게 되면서 시와 멀어진 채 지냈으나, 아이들이 모두 크고 난 뒤에 다시 붓을 들었습니다. 김구연 님은 동화를 쓰다가 동시도 쓰게 되었으나, 오랜 세월 동시 쓰기 한길을 걷고 있습니다.

 

 김구연 님은 “지금 ‘인생의 종착역’이라고 하시지만, 아직 20년은 더 남았거든요. 이제 막 하는 사람하고 다르거든요.”라고 하는 말로 인사말을 갈음합니다. 두 분 모두 1942년에 태어났으니 예순하고도 일곱입니다. 곧 일흔이지요. 그러나 앞으로 스무 해가 더 남았다면, 아흔 가까운 나이까지도 시를 곁에 두고 살아갈 수 있다는 소리입니다.

 

 어머니께서 발을 옮기실 때면

 피어난다는

 그 장미꽃 위

 제가 손을 얹으면 어떻습니까

 당신의 발에서 흐르는

 아픔을 위하여서

 제 손은 거칠고 마디가 굵지만

 어머니를 위하여서

 장미를 지키고 싶습니다.

 

 다시는 옛날처럼 살 수 없는

 한 사람의 슬픈 이야기 그 눈물 위에

 제 마음을 얹은 기도는 어떻습니까

 당신의 가슴으로 흘러가는

 아픔을 위하여서

 마음은 거칠고 비어 있지만

 그런 인생의 향기도 지키고 싶습니다.

 

 어머니여 저는 살고 있습니다

 카인의 감정 제물로 남아

 맹목의 돌을 던지고

 아벨의 정성은 타버린 꽃으로

 그 맹목의 힘에 꺾입니다

 당신의 장미가시에서 솟아나는

 생명의 씨앗

 어머니여, 저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정송화-그 장미꽃 위에)

 

 

 시맛을 모른다고 해도, 또 시를 쓴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고 해도, 또 여느 때에 문학을 가까이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가만가만 시 하나 들여다보고 소리내어 읽는 동안 시 한 줄에 담긴 이야기가 마음으로 파고듭니다. 눈으로 읽는 시와 입으로 읽는 시가 다릅니다. 머리로 쓰는 시와 몸으로 쓰는 시가 다르듯, 혼자 소리없이 읽는 시와 여럿이 소리내어 함께 듣고 읽는 시는 다릅니다. 더욱이, 시를 쓴 분들을 앞에 모시고서 시를 읽는다면. 그리고 시를 쓴 분들이 당신 살아온 발자국을 하나하나 풀어놓는 이야기를 함께 듣는다면.

 

 “누가 그런 얘기해요. 두 사람(김구연ㆍ정송화) 다 글을 쓰면 불편하지 않느냐고. 불편해요. 하지만 써서 의향을 물어 봐서 좋기도 한데, 역시 정신적 활동이다 보니까, 자연히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이 사람(정송화)과 저는 동갑, 육십칠인데, 거진 종착역을 가고 있는데, 젊은 사람이라면, 문학하는 사람은 같이 안 살면 좋겠다, 힘들어요.” “같이 살면 좋아요. 한 사람이 힘들면 다른 한 사람이 맡아야 하잖아요. 살기 나름이고,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똑같은 제목으로 시를 써도 다른 맛이거든요. 날마다 같은 제목으로 시를 써도 저한테는 새롭다는 거죠. 오늘 아기 엄마들 많이 오셨는데, 아이들한테 가장 좋은 선생은 엄마예요. 제 어릴 적에 …… 애들한테 엄마는 법으로도 통하고 사랑으로도 통해야 해요. 엄마들이 좋은 엄마이고 덕 있는 엄마이면 좋은 것 같아요.”

 

 밤비 내리는 밤

 어이어이 외치며

 어부가 부두로

 배를 끌어올리고

 도깨비불은 산등을 건너고

 처마물

 떨어지는 소리

 나도 망령이 되어

 어이어이

 너를 부르고 싶은 밤. (정송화-밤비 내리는 밤)

 

 

 부부 시인이 함께한 터라, 한 분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뒤이어 옆지기가 이런저런 이야기로 받아 줍니다. 부부가 시를 함께 쓰면 ‘힘들다기보다 굶기 알맞다’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꺼내기도 합니다. 온갖 고달픔을 겪어내었을 지난 세월에는 좀처럼 꺼내기 어려웠을 수 있지만, 이제는 홀가분하게 털어낼 수 있는 이야기일까 싶습니다.

 

 염소가

 누나의 국어책을

 몽땅 먹어 버렸다.

 그러고는 매일

 매애애 매애애……

 국어책 외운다. (김구연-국어공부)

 

 

 - 2 -

 

 모여앉은 사람들이 하나둘 돌려가면서 시를 읽으면서 시인한테 한 말씀 여쭙기도 하고, 시인 스스로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동화를 써서 등단을 하다가, 하도 청탁이 안 와서 짧은 글을 쓰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이제는 동화는 어디 가고 동시 쓰는 사람으로만 남았는데, 아동문학이라는 게 어른들이 보기에 할 일이 없고 우스꽝스럽게 느껴지지요. 하지만,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가장 행복한 문학이 아동문학이에요. 좋은 것 한 편 쓰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고 …… 주변에 어른문학 하는 사람도 많은데, 충일된 느낌 받는 것은 아동문학만한 게 없지 않느냐 하고 느끼더라고요. …… 지금도 그렇습니다. 일반인들은 그렇지 않은데, 문학판에서는 아동문학을 깔봅니다. (문학판이) 더 그렇습니다. 대접을 그렇게 받지 못했지요. 요즘, 출판상황도 달라지고, 가정생활도 나아졌지만, 이제는 아동문학 해서 죽이라도 먹는 사람도 생겼어요. 예전에는 동시나 동화를 쓰려면 (돈으로도 넉넉한) 능력도 있어야 했지만(자비출판을 해야 했으니), 힘들었지만, 이제는 (동시든 동화든) 잘 쓰면, 인세도 받아가며 책을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김구연)”

 

 ‘민족’이라는 이름을 떼어낸 ‘작가회의’에 ‘어린이문학 분과’가 생긴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이오덕 님이 그토록 애쓰고 힘써서 겨우 ‘어린이문학 분과’가 생겼는데, 이오덕 님은 ‘어린이문학 분과’로 뭉뚱그려서는 안 되고 ‘동시 분과’, ‘동화 분과’, ‘그림책 분과’ 들을 하나하나 나누어야 한다고, 어른문학을 분과로 나누듯이 나누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맞는 이야기이지요. 초등학교 도서관에 책을 갖출 때 ‘어린이책’으로 뭉뚱그려서 꽂을 수 있겠습니까. ‘동화-동시-소설-역사-문화-사회-경제-예술-철학-종교-……’ 어린이책도 갈래가 한둘이 아닙니다. 어른책에서 한 갈래로 가지를 나누어 주는 어린이책이 아니라, 어린이책은 어린이책대로 따로 갈래가 나누어져야 한다고 느낍니다.

 

 노오란 고추씨가

 땅 속에 묻히면

 초록색 싹이 되어 나오고

 그 어린 싹이 자라서

 새하이얀 고추꽃이 피고

 꽃이 지면서

 초록동이 아기 고추가 열리고

 아기 고추가 자라서

 빨간 잠자리

 매운 고추가 되고

 아, 빨간 고추 속에는

 노오란 고추씨가 돌아와 있네. (김구연-고추씨의 여행)

 

 “한 20년 전만 해도 동시 쓰는 사람도 많았는데, 원고료가 동시 하나에 5만 원 정도 줍니다. 창비에서는 10만 원 주는데, 1년에 100편 쓴다고 해서 생활이 다르겠어요? 동화는 다릅니다. 좀더 줍니다. 그러니, 동시 쓰는 사람이 다 동화로 전향해서 이제는 눈 닦고 보아도 안 보일 만큼 (동시 쓰는 사람이) 귀한 존재가 되었어요. …… 저도 동시 쓰면서 자기가 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앞으로 어떤 형태로 아동문학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지만, 쓰는 사람으로서 매우 괴롭습니다.(김구연)”

 

 

 엊그제 기사를 보니, 새 최저임금 잣대가 나왔다면서, 이제는 ‘최저임금으로 한 시간 4000원’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면 하루 여덟 시간 일은 3만2천 원인 셈입니다. 한 달이면 얼추 80만 원이 넘는 돈인데, 동시를 쓰는 사람은 이러한 최저임금에서 어떤 대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는지요. 동화를 쓰는 사람은? 시를 쓰는 사람은? 소설을 쓰는 사람은? 수기나 수필이나 희곡이나 대본을 쓰는 사람은? 신문기사를 쓰는 사람은? 번역을 하는 사람은?

 

 저 자신을 돌아본다면, 이곳저곳에 써 주는 글은 꽤 많지만, 글삯을 받으며 써 주는 글은 다섯손가락에 들지 못합니다. 열 손가락과 열 발가락을 더할 만큼 ‘거저’로 써 주는 글이 많으면서도. 그런데 글을 보내어 싣는 곳에서 내는 매체가 굶어죽지 않도록 ‘뒷배’까지 해 주어야 하는 판입니다.

 

 

 - 3 -

 

 나에겐 사랑하는 새 한 마리 있다네

 이마꼭지 빨간 귀여운 나의 새.

 

 맨 처음 나는 그 산새

 노래소리에 반했었다네

 그런데 지금 나는

 빨간댕기 그 산새 전부를 사랑하고 있다네.

 

 나는 걸음마 못하는 한 그루 어린나무

 산새 내 가지에 머물며 노래 부를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네.

 

 날이 저물어 그 산새 제 집으로 돌아갈 때면

 나는 가고 싶어도 따라갈 수 없다네

 속으로 울음소리 죽이고 혼자 운다네.

 

 캄캄한 밤 풀벌레 소리뿐

 나는 별들에게 호소한다네

 내 눈물 한 방울과 별 하나 바꾸고

 내 눈물 두 방울과 별 두 개 바꾸고

 내 눈 속의 별들로 목걸이 만들어

 나는 나의 이쁜 산새 주려네

 이쁜 산새 목에 걸어 주려네.

 

 나에겐 사랑하는 새 한 마리 있다네

 이마꼭지 빨간 귀여운 나의 새. (김구연-귀여운 나의 새)

 

 ‘소천아동문학상’을 받은 작품 “빨간댕기 산새” 연작 가운데 열두 번째 시를 읽은 김구연 님은, “아이들이라고 사랑이 없는 것도 아닌데” 하면서 말문을 엽니다. “아내가 그래요. 그 따위 연애시나 쓰는 사람이 무슨 시를 쓴다고 ……. 그런데 아내가 이 시를 그런 연애시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내가) 잘못 쓴 게 아닌가, 연애시로 쓴 게 아니라, 아이들이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시인데 …… 그 뒤로 소천문학상 받고, 47편인가, 짧은 시지만, 한 제목으로 그렇게 쓴 게 있어요. 모르죠. 지금 제 생각에 그게 동시를 쓴다고 한 게 아이들한테 먹혀들어갈 수 있는지, 일부 어른들한테만 즐거운 건지, 우리 동시계에서 사랑을 다룬 거는 처음 같은데, 성과는 두고볼 일이지요.”

 

 곧이어 정송화 님이 마이크를 잡고 덧붙입니다. “작품 가지고 뭐라고 하면 안 돼요 …… 애만 셋 키운 게 아니에요. 시부모님도 모셨는데, 한 분은 13년, 한 분은 18년 만에 돌아가셨는데, 그런데 애를 키우면서 살자니, 키우면 (내 모습이) 초라한지, 우리 집에 김구연 씨 본다며 찾아오는 분들이, 김구연 씨는 왕자님이고 나는 부엌데기인 줄 알았대요. 가정부인 줄 알았대요. 그래, 넌 빨간댕기 꼭대기나 찾아가라, 그러니까, 좋아서 하고 싶으면 따라가세요. 그러나 자기 책임은 다하세요.”

 

 때로는 말일세

 밭일일랑 제쳐두고서

 빈 지게바람에

 저잣거릴 기웃거린다네.

 

 사라고 사자고 깎자고 더 내라고

 여기저기서 촌사람 부르는 소리

 가득히 넘쳐흐르고.

 

 더러는 이런 때가 사람 사는 한 재미라고

 그 북새통에 섞이어 걸어 본다네.

 

 처음에야 생선 한 마리 골랐지

 “오, 애비야. 그놈 물도 좋구나!”

 내 어머님은 반달만큼이나 웃으실 테지.

 

 해마다 난 송아지는 다 팔려가도

 아직 힘 좋은 어미 소가 남았단 말일세.

 그러나 들어 보게, 삼 년에 한 놈씩 난 자식은 넷 아닌가.

 

 내 맏딸은 뒷태조차 고와서

 넘보는 선머슴들의 휘파람이 날 근심시킨다네.

 

 내 아들놈들은 바짓가랑이 걷어올리고

 선해들 들판이 좁아라

 종아리에 구릿빛 힘이 넘치고.

 

 살 적엔 거북했네만 향내 좋다는 분도 한 곽 샀다네.

 어머님께 저녁 인사 드리고 자리에 들 때

 아내에게 넌지시 건네줄 참이라네.

 

 친구여, 오늘은 반편이 될 망정

 아내의 자랑도 한 차례 하려네.

 

 아직도 뽀얀 가슴 같은 부끄러움을 적삼 깃 안에 간직한

 내 안사람은 분 한 곽에 온달만큼 웃어

 내 가슴을 흔들걸세, 두고보게나.

 

 저잣거리 끝나는 선술집에서

 유행가 한 가락도 들으며

 자네와 한 잔쯤 마셔도 셈이야 내가 함세.

 

 아침에 상그럼하던 베옷이 젖은들

 송아지 한 놈 값에 넉넉히 남아도는

 가솔들의 웃음소리 들어 보겠네. (정송화-행복한 농사꾼 1)

 

 정송화 님도 손수 당신 시를 하나 읽습니다. 시를 읽고 난 다음, 시를 쓰게 된 이야기를 살포시 들려줍니다. “제가 한 스무 살 적에 쓴 거 같아요. 9남매인데, 그 중 한 사람이 행복한 농사꾼으로 살아 줬으면 하고 바라면서 쓴 시입니다 …… 한 집에 같이 산 지 40년 넘었는데, 2남 1녀인데, 교육 문제가 있고, 살림 하고, 그러니까 문학을 20년 넘게 거들떠볼 새가 없었지요. 그러다가 마흔 넘었을 때 다시 하겠다고 했는데 (남편이) 말렸어요. 한 집에 하나 있으면 되지, 둘씩이나 있으면 되느냐고. 그런데 지금 와서 후회되는게, 뒷바라지하고 도와주면 서로 좋지 않을까 했는데, 이번에도 그랬어요. 다시 글을 쓰겠다고 나서면서, 카톨릭 신문 나오는 데 꽤 있잖아요. 신부님이 행사 때 써 달라고 하니까 쓰기도 하고, 친구 하나가 출판사를 해서, 친구 덕으로 시집을 두세 번 내지 않았나? (아벨서점) 곽 여사가 그걸 알게 되어서, 이번에 같이 참여하면 좋지 않느냐고, 처음에는 못 들은 척하려고 했는데, 와서 보니까, 시낭송 하면서 벌벌벌 떨기만 하고, 앞으로 연습 좀 해야겠네요.”

 

 

 어머니여 저는 당신의 두레박이 되고 싶습니다

 이른 새벽

 당신의 물동이에 떨어지는 새벽별이고 싶습니다

 고요한 정적을 깨뜨리는

 그 조심스런 발소리에 묻어나는

 당신의 발 아래서 들리는 작은 발자국 소리가 되고 싶습니다

 …… (정송화-물 긷는 성모)

 

 한 분은 마흔 해 넘도록 시길을 걸었습니다. 한 분은 시길을 걷다가 아이 키우는 길과 시부모 모시는 길을 길디길게 걷다가 다시금 시길을 걷습니다.

 

 마흔 해를 고이 걷고 또 스무 해쯤 더 걸어갈 분이 앞으로 펼쳐 보일 시란 어떤 모습일까요. 시길을 접어야 했다가 오랜 세월 삭이고 묻혔던 응어리를 풀어내며 선보일 분이 앞으로 내놓을 시란 어떤 모습일까요.

 

 

 - 4 -

 

 생각해 보았니?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처음 만드실 적에

 꽃씨도 꼭 한 개씩만

 만드셨단다.

 

 채송화 꽃씨도 한 개

 해바라기 꽃씨도 한 개

 맨드라미 꽃씨도 한 개

 …… (김구연-꽃씨 한 개)

 

 “건강이 젊은 사람 늙은 사람 다른 것보다, 저는 그래요. 젊어서부터 늘 산을 타며 견딜만 한데, 집사람은 당뇨에 혈압에 지니고 살았기 때문에, 건강이 늘 좋지 않았어요. 요즘은 나아졌는데, 몇 해 전만 해도 앰뷸런스 실려가면 보름씩 살다 나오고, 건강 안 좋은 사람은 그런 대로 사는 게 좋을 수도 있는데, 사는 일이 고역일 수 있잖아요. 일흔 나이도, 그 나이가 되면, 정신활동이나 창작이, 육체적으로 힘들어서 하지 못하고요. 치매에 가까워서 그런 게 아니라 (몸이 참) 힘들어요. 저 혼자 생각인데, 책도 더 읽고 공부하면서, 책도 쓸 수 있지 않나 싶은데, 지금, 건망증이 심하다면, 자신을 위해 (시를) 걷어치우는 게 온당하지 않을까 싶어요.(김구연)”

 

 “시는 그 자체가 푸는 거지요. 김구연 씨도 어떤 여자네 집에 가면 마음에 빠지면 홀딱 빠져요. 저도 제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감출 수 없이 빠지는 게 사랑인 거 같아요. 저는 자식한테 빠지는 것 같아요 …… 아기가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어요. 밤에 자다가도, ‘야, 이거 빠뜨린 데 없나?’ 하고, 자랑하고 싶어요. 밤에 자다가 생각 나서 (시랍시고) 컴퓨터 켜고 몇 자 적고 자요 …… 김구연 씨가 하는 말이, ‘너는 시도 다 한 스토리야, 새로울 거 없어’ 하는데, 저한테는 열 편을 쓰든 다 새로운 시예요. 길을 가다가도 집안일 하다가도 쌀 씻다가도 떠오르면 한 줄 쓰고, 이제 시어머니 안 사시니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거든요 …… 지금 유치원에서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데, 처음 가르칠 때, 몬테소리 프뢰벨밖에 없어요. 왜 세종대왕 한글인데 ‘몬테소리 한글’, ‘프뢰벨 한글’밖에 없나 싶어서 화가 났어요. 그러다가 집에 와서 〈예쁜 일곱 살〉이라는 시를 썼어요. 저는 그렇게 삽니다.(정송화)”

 

 “여기 〈아벨서점〉이 있고, 저희 지역도 재개발로 시끄러운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송월동 자유공원 중간쯤 있는데, 거기도 재개발을 한다고 그렇습니다. 생각한 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3남매인데, 막내만 남고 다 나가서 살고 있고, 제가 대한제분 회사에서 꼭 31년을 근무했습니다. 늙어서 주저앉았는데, 특별히 한다는 게 책이나 읽고 글이나 쓰는 것밖에 없고, 산에 간다고 차비가 많이 듭니다. 그래서 이왕 (재개발 때문에 우리 살던) 집 내주고 나간다면, 산도 좀 있고 물도 있는 데로 옮겨가는 게, 살아 있는 동안 맑은 공기나 마시면서, 그러면 모르지요. 이쁜 동시 하나 나올는지. 지금 집을 내놨는데, 집이 팔리든가 개발이 되어 돈이 나오든가 하면, 인천 주변에 방 얻고 하지 말고, 시골로 갔으면 하는데, 그런데 아마 KBS 탔나(소문 났나) 보지요?(김구연)”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태그:#시다락방, #아벨서점, #시잔치, #배다리,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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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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