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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로 돌진하는 민노당 의원들 26일 오전 9시10분경 청와대 정문 분수대 광장, 민주노동당 의원·당직자 20여명이 미국산 쇠고기 고시 강행과 폭행 연행을 규탄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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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보게재 강행한 이명박 규탄한다"

"고시강행 원천무효 전면 재협상 실시하라"

 

26일 오전 9시 10분경 청와대 정문 분수대 광장. 민주노동당 의원·당직자 20여명이 미국산 쇠고기 고시 강행과 폭행 연행을 규탄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이 끝나갈 즈음 대열의 한가운데 서서 구호를 외치고 난 천영세 대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강력한 의지를 모아서 우리는 지금 청와대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서 행진해서 우리의 의지와…."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좌우로 돌려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던 천영세 대표가 앞에 놓인 플래카드를 두 손으로 꽉 쥐더니, 갑자기 앞으로 뛰쳐나왔다. 청와대를 등지고 기자회견을 하던 천 대표는 왼쪽으로 유턴해 도로로 내려서자마자, 곧바로 청와대 정문을 향해 내달렸다. 사전 예고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청와대로 달려간 민주노동당, 경찰에게 막혔지만

 

천영세 대표가 달리자, 그 뒤를 이어 강기갑·홍희덕 의원도 도로로 내려와 청와대를 향해 달렸고, 곽정숙 의원도 휠체어를 탄 채 이들과 합류했다. 청와대 정문 앞 도로는 민주노동당 의원·당직자들과 경찰들이 한 데 뒤섞이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당황한 경찰이 요란하게 호루라기를 불며 천 대표를 쫓았고, 채 10m도 가지 못한 천 대표는 금세 경찰에 둘러싸였다.

 

그러나 강기갑 의원은 달랐다. 경찰의 시선이 천 대표에게 집중된 사이 강 의원은 도포를 휘날리며 무려 20m 앞까지 달려나갔다. 강 의원은 청와대 정문을 불과 30m 앞두고 경찰의 저지선에 막혔다.

 

강기갑 의원은 경찰들을 향해 "비켜"라고 호통을 치며 거칠게 밀어붙였지만, 역부족이었다. 경찰에 막혀 잠시 멈칫하던 강 의원은 청와대를 향한 돌진을 포기한 듯 천천히 뒤로 돌아섰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강 의원은 뒤로 돌아가는 척 하다가 순식간에 몸을 틀어 경찰의 왼편 밑으로 파고들었다.

 

집요하게 밀고 들어오는 강 의원을 막아내기에는 20대 청년인 경찰 6~7명도 힘겨워 보였다. 몸싸움이 격해지자, 강 의원의 보좌관과 당직자들이 "의원님 다친다"고 소리를 지르며 가세했고, 경찰은 "서로 다칩니다. 의원님, 뒤로 가주세요"라며 저지했다.

 

경찰에 둘러싸인 채 더 이상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게 되자, 흥분한 강기갑 의원은 "이명박이 나와, 이명박이 나와, 네가 대통령이야?"라고 절규했다. 어느새 그의 도포 옷고름은 풀어 헤쳐져 있었고, 얼굴은 붉게 상기됐다.

 

곽정숙 의원도 강 의원만큼이나 앞으로 치고 나왔다. 휠체어를 탄 데다 여성 의원이어서 경찰의 저지가 수월치 않았기 때문. 곧바로 여경들이 투입돼 곽 의원을 둘러쌌다. 여경들이 곽정숙 의원의 휠체어를 들어 인도 쪽으로 밀어내려고 하자, 곽정숙 의원의 비명 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경찰이 곽정숙 의원의 휠체어를 잡아끌면서 곽 의원이 손에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곽 의원은 연신 "국회의원이 대통령 만나러 청와대 가겠다는데 왜 막아, 비켜!"라고 항의했다.

 

"이명박 나와, 네가 대통령이야?"

 

상황이 여의치 않자 방패를 든 전경들이 추가 배치됐고, 세종로 사거리에서 '촛불'을 막아섰던 전경 버스도 2대나 투입돼 청와대로 향해는 길목에 바리케이드를 쳤다.

 

경찰 간부들은 전경들에게 연신 "(국회의원들에게) 손 대지 말고, 몸으로 싸고만 있어"라고 지시했다. 전날 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을 강제 연행한 데 따른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마이크를 든 박승흡 대변인도 "재협상 실시하라" "관보게재 철회하라"고 외쳤고, 마이크를 뺐으려는 경찰과 격한 몸싸움을 벌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의원들이 조금씩 지쳤고, 상황은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다. 경찰은 개별 의원들을 둘러싸는 대신 정문에서 30m 정도 떨어진 거리에 폴리스라인을 만들었다. 경찰로부터 풀려난 의원들은 폴리스라인 바로 앞까지 나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나 아직 분이 다 풀리지 않은 강기갑 의원은 "이명박은, 여기는 대한민국이니까, 미국에 가서 대통령 해, 국민 요구가 아니고 미국 요구를 들어주는 대통령은 필요없어"라고 호통을 쳤다.

 

어느새 청와대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30여명이 신기한 듯 이 상황을 지켜보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앞서 민주노동당은 "미 광우병 쇠고기 관보 게재 강행, 무차별 폭력과 강제 연행을 자행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천영세 대표는 성명서에서 "미 광우병 쇠고기 수입 원천 무효화 선언, 총체적 반서민정책과 연계한 이명박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임 운동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전 9시 50분경 청와대 앞 농성을 마치고 경기도 용인과 광주 일대에 있는 쇠고기 냉동창고를 봉쇄하기 위해 떠났다. 이날 오후에는 한승수 총리를 항의방문할 예정이다.

 

 

"이명박 정부 정책, 불신임 운동 전개할 것"

 

다음은 천영세 대표가 낭독한 성명서 요지이다.

 

"미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확정짓고 관보 게재를 강행, 국민의 요구가 아닌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 이날은 정부와 집권여당이 국가 자주권과 식탁 안전을 포기한 대한민국 제2의 국치일로 역사는 기억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국민 주권과 건강권을 미국에 갖다바친 친미 매국자로 남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고 해놓고 일주일만에 모든 것이 거짓말임을 스스로 드러냈다. 미국과 함께 국민 속이기 위한 위장 협상을 진행했다. 정부가 미국과 한 것은 협상도 아닌 논의였다.

 

내용도 거짓이고 형식과 절차도 불법인 관보 게재를 항의하는 국민을 폭력과 연행으로 짓밟았다. 물대포가 등장했고, 무차별 폭력이 난무했다. 이성을 잃은 정부는 국회의원, 초등학생, 취재기, 아이엄마를 닥치는 대로 연행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또 이정희 민노당 국회의원을 강제 연행한 것은 민노당과 국민에 대한 도발이자 도전이다.

 

이명박 정부는 공안정국을 선포했다. 국민을 배신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독재의 망령에 사로잡힌 정부는 국민을 버렸고, 국민의 대통령이기를 완전히 포기했다. 국정 마비와 국가 위기의 모든 책임은 국민을 버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있다. 민노당은 장외투쟁 전개하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독재에 정면으로 맞설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가 1차적으로 쏟아져 나올 냉동창고 봉쇄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고시원천 무효화를 선포한다. 굴욕적 쇠고기 협상을 강요한 미국에 반대 입장을 선포한다. 정부의 총체적인 반 서민정책과 연계해 각계의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불신임 운동을 전개할 것을 선언한다."


태그:#쇠고기 수입 고시, #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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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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