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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부용대까지 나룻배를 운행하는 이창학씨 묵묵히 노를 젓는 모습이 노련하다.
 마을에서 부용대까지 나룻배를 운행하는 이창학씨 묵묵히 노를 젓는 모습이 노련하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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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경북 안동 하회마을, 하회(河回)란 말 그대로 물이 돌아간다는 뜻으로 낙동강 줄기가 마을을 휘감고 S자로 흐르며, 산들이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싸고 있어서 천애의 요새 지형답게 외세의 침략이 한 번도 없음직한  고즈넉한 마을이다.

여행을 좋아하는지라 많은 곳을 찾아다녔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다녀왔음직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하회마을을 다녀올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더욱 궁금하기도 하고 그곳에 가면 뭔가 모를 새로운 모습이 나의 오감을 충족 시켜 줄 수 있을까? 설레기도 하고 한편 가슴이 부풀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꼭 한번 찾아가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하지만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 강했기 때문에 이번 여행지에 대해 오히려 무지로 버텼는지도 모른다.

투박한 토담을 걸어가는 관광객들,
 투박한 토담을 걸어가는 관광객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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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산품을 파는가게 앞에서 상인과 손님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특산품을 파는가게 앞에서 상인과 손님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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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날 방식 그대로 된장을 만들어 팔고 있는곳, 가지런히 놓여 있는 장독대가 정겹다.
 예날 방식 그대로 된장을 만들어 팔고 있는곳, 가지런히 놓여 있는 장독대가 정겹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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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곳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사전에 미리 검색해서 자세한 정보를 입수한 다음 여행지를 향해 출발하는 성격이지만 이번만큼은 미지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해보고 싶어 하회마을의 정보는 간단하게 찾아가는 길 정도만 지식만을 갖고 집을 나섰다.

꼭 한번은 가보고 싶었던 터라 부푼 마음을 안고 하회마을을 찾았다. 물도리동 이라고도 불리는 하회마을은 연화부수형으로 마치 연꽃이 물 위에서 꽃을 피운 듯 아름다운 형상이다. 골목골목의 투박한 토담과 포장되지 않은 언덕길은 하회마을을 찾는 이에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되돌아가는 듯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모든 것이 신비에 쌓여 다른 세계를 바라보는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고즈넉한 하회마을 전경,시골스런 시골 꽃길을 걸어가면 아담한 초가집이 반긴다.
 고즈넉한 하회마을 전경,시골스런 시골 꽃길을 걸어가면 아담한 초가집이 반긴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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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도의 높은 도수에도 은은한 향취에다  감칠맛이 그만이고 오래 지날수록 
풍미가 좋아진다는 안동소주.
 45도의 높은 도수에도 은은한 향취에다 감칠맛이 그만이고 오래 지날수록 풍미가 좋아진다는 안동소주.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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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돌다보니 초가지붕으로 된 집들이 옛 시골의 정취를 그대로 느끼게 해주며 집 주위에는 텃밭을 만들어 갖은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나이가 드신 분들에게는 옛 추억을 되살리게 하고 어린 학생들에게는 호기심과 함께 신비롭기까지 하다.

어린 아이들이 이것저것을 엄마에게 물어보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민박을 하는 곳도 군데군데 보인다. 하회마을에는 숙소가 없겠지 하고 초입에 숙소를 정하고 들어온 나로서는 옛 추억을 되살려볼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마을곳곳에서는 특산품을 판매하기도 하는데 안동의 특산품인 안동소주가 행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안동 소주의 깊은 맛을 느껴보세요! 라며 광고를 하는 상인의 모습이 정겹다. 옛 모습 그대로의 삶을 사는 마을주민들이 친환경 농사를 짓고 하회마을을 찾는 이들을 위해 토속적인 음식을 판매하는 상점도 보인다. 물론 개발하지 않은 마을의 모습 그대로가 정감이 간다.

마을을 지키는 고사목이 장승처럼 의젓하다.
 마을을 지키는 고사목이 장승처럼 의젓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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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입구에 있는 양반탈의 모습의 장승
 마을 입구에 있는 양반탈의 모습의 장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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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마을 하면 우선 떠오르는 문화유산으로 갖가지 해학을 담고 있는 장승들과 하회 별신굿 탈놀이에서 쓰던, 나무로 만든 국보 제 121호인 양반탈, 각시탈, 선비탈, 부네탈, 백정탈, 중탈, 이매탈, 할미탈, 초랭이탈 등 각기 다른 표정의 하회탈이다.

탈의 모양도 각기 다르지만 탈의 모양에 따라 해석하는 부분이 관심을 끌게 한다. 대표적인 탈로 양반탈과 각시탈이 있다. 뜻을 알고 보니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한 다른 시각을 갖게 된다. 양반탈은 위로 향하면 웃는 얼굴, 밑을 향하면 성낸 얼굴로 표정변화가 일어나도록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너털웃음을 웃을 때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성을 낼 때는 얼굴을 아래로 하는 인체공학을 연구하여 조각되어 있으므로 광대의 몸짓과 자연스럽게 일치되도록 한 점도 두드러진다. 각시탈은 한쪽 눈이 가늘다. 이는 각시 광대가 얼굴을 살짝 돌리면 상대에게 눈을 흘기는 교태(윙크)가 되도록 하였다.

다른 탈들도 제각각의 특징을 고루 갖추고 있다. 특산품 가게 앞에서 외국인들이 신기한지 미니어처 탈을 보면서 신기한 모습으로 바라본다. 더러는 구입하는 모습도 보인다. 마을 이곳저곳을 돌다보면 오래된 고사목이 당당하게 마을을 지켜보고 있다. 살아서도 마을을 지켰을 테고 죽어서도 마을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마을을 지키는 든든한 장승처럼 보인다. 소나무 숲이 우거진 곳을 지나게 되면 나루터가 보인다.

나룻배를 타고 건너면 부용대가 나온다. 부용대를 가기 위해서는 나룻배를 이용하는데 특이한 것은 나룻배를 젖는 노가 커다란 나무를 강 밑바닥에 받치고 온전히 사공의 힘을 이용하여 노를 젓는다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배를 젓는 사공의 모습이 힘들어 보이지만 오랜 시간 다져진 노하우가 예사롭지 않은 솜씨다. 나룻배를 운행한지 5년째 되었다는 이창학(55세)씨는 월요일은 쉬고 그 외의 날은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나룻배 운행을 한단다. 힘은 들지만 하회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추억을 만들고 떠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행복이란다.

사공의 노를 젓는 모습이 지는 노을 속에 그림자를 드리운다.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잠깐 건너가는 짧은 거리지만 안전보호를 위해서 구명조끼가 비치되어 있지 않고 정원이 25명인데 정원초과 하는 것도 아쉬움이 남는다. 강을 건너 가파른 절벽을 오르자 부용대가 나타난다. 부용대 정상에서 아찔하게 내려다보이는  낙동강 물줄기가 흐르는 건너편에 하회마을이 있다.

부용대에서 하회마을을 바라보고 있는 젊은 연인 아찔하다.
이곳에서는 하회마을을 한눈에 바라볼수 있다.
 부용대에서 하회마을을 바라보고 있는 젊은 연인 아찔하다. 이곳에서는 하회마을을 한눈에 바라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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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대에서는 하회마을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배산임수의 택지와는 달리, 집들이 태극형의 강줄기를 향하여 남서 북으로 각기 향하여 있는 특수한 마을형태를 볼 수 있으며, 아래로는 낙동강이 굽이쳐 흐르는 곳에 겸암정사, 옥연정사, 화천서원이 내려다보인다. 젊은이들이 아찔한 낭떠러지가 있는 곳에서 사진을 찍는다. 보기만 해도 어지럽지만 젊음은 무서움도 잊는가 보다.

가끔 힘이 들 때면 마을에 사는 사공의 친구가 도와주기도 한단다. 들어 갈 때는 이창학씨가 노를 저어 들어갔지만 나올 때는 사공의 친구 분이 노를 저어 나올 수 있었다. 이분의 입담이 어찌나 걸쭉한지 배를 타고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박장대소 하였다.

신발이 멋있네요! 라는 여자 손님의 말에
 “이기 바로 조선 나이키 아닌교? 한 짝씩 내랑 바꿔 신을랑교? 이래봬도 이기 내가 새로 이번에 구입한 신발 바닥이 특수 창으로 깔린 조선 나이키인기라  노를 저을라카믄 이린기 딱인기라. 아님 한 짝 벗어줄까? 그라믄 나중에 꼭 나를 찾아 올끼가?” 한다.

하회마을의 일몰이 조용한 마을에 휴식을 알린다.
 하회마을의 일몰이 조용한 마을에 휴식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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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입담이 오가는 사이에 벌써 나루터에 도착했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하회마을을 떠나기 위해 입구에서 타고 왔던 버스를 타기 위해 내렸던 곳을 향해 갔는데 버스가 7시까지만 운행이 되기 때문에 버스가 끊기고 말았다.

입구까지는 30분은 족히 걸어가야 하니 걷기 싫어하는 나로서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래도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걸어 나오는 길에 해지는 노을이 아름다워 한참을 머물다 발걸음을 재촉해 입구에 도착하니 허기가 진다. 안동에 왔으니 안동 간 고등어 정식을 꼭 먹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숙소 앞 음식점을 찾았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여행은 보는 즐거움 먹는 즐거움이 함께 하니 이보다 더 즐거울 수가 있을까? 자연을 닮아가는 사람들, 이곳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더디어 보이지만 후한 인심에 취하고 속 깊은 정에 취해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기억되리라.


태그:#안동 하회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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