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08년 8월 20일 MBC '100분 토론'에서 귀가 솔깃해지는 단어가 등장했다.

 

'집단지성'을 언급하던 주성영 의원이 급기야 배후세력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리고 배후세력이 있는 집단지성은 포퓰리즘, 천민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궁금하던 차에 집단지성의 메카, 위키피디아(www.wikipedia.org)에서 '집단지성'을 검색해보니 답이 나온다.

 

'집단지성'은 쉽게 말하면 다수 사람의 지식과 의견이 모여 지혜로 바뀌는 것을 뜻한다. 집단지성의 전제에는 애초에 배후세력이란 없다는 말이다. 설사 배후세력이 있다 할지라도 집단지성을 거쳐 배후는 사라지는 구조를 지닌다.

 

 

배후 없다, 설사 있더라도 집단지성을 거쳐 사라진다

 

예를 들어보자. 처음 어떤 의제를 던진 사람이 있다. 그것이 거짓말이거나 시민을 자극하는 포퓰리즘일 수 있다. 그러나 수백만 명이 댓글·퍼나르기·토론 등을 거쳐 거짓은 허위로 밝혀지고 진실은 살아남는다. 이와 같은 여과(filtering) 기능을 거쳐 진위가 판단나는 것이 집단지성이다.

 

여기에 배후가 있다면 수백만 시민의 의견, 수천만 글로벌 시민의 참여다. 특정 세력이 방향을 설정한다고 우르르 몰려가고 돌팔매질하는 마녀사냥은 수백 수천명의 수준에서도 금방 탄로나고 질책을 받는다.

 

수십만의 촛불이 광화문을 지키고 수백만의 시민이 실시간 동영상을 보고 대다수의 시민이 의견을 달아가며 집단지성이 형성되고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어찌 천박한 천민 민주주의란 말인가?

 

오히려 대구 고검장 출신인 주성영 의원이 2005년 국정감사 당시 대구에서 동료 의원과 대구지검 검사들과 술을 마시다가 추태를 부려 여론의 질타를 받았는데도 선거 때만 되면 그런 과정을 충분히 검증하고 고민하는 흔적이 없이 투표를 하는 게 천박하다면 '천박한 민주주의'다.

 

집단지성으로 검증된 진실들은 공중파를 통해 방송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여대생 폭행 과잉진압'이 여과없이 UCC동영상으로 인터넷을 타고 MBC·KBS 등의 주요 뉴스 시간대에 방송되었다. "물대포처럼 안전한 것이 없다"는 경찰 수뇌부의 말에 고막 찢어진 피해자들의 사연이 인터넷을 타고, 공중파를 탔다.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안전한 미국산 소고기를 청와대부터 먹어서 모범을 보이자'라는 글을 쓰자, UCC로 <조선일보>사 구내식당의 사진이 올랐다. <조선일보> 구내 식당에는 '우리는 호주산 소를 사용하지 미국산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않거나 이용하고도 엉뚱하게 국민을 기만하는 기사를 쓴 것이다.  과거 같으면 누가 감히 <조선일보> 논설위원의 허상을, 고검장 출신의 국회의원의 서슬퍼런 어불성설을, 경찰청장의 거짓 설명을, 반박할 수 있었을까?

 

엘리트 정치인, 전문 언론인 등의 글보다 더 값진 글 등장

 

지금도 인터넷에 누군가 글을 쓴다. 좌도 우도 아니다. 시민으로서 동시대를 살아가는데 어찌 이다지도 '아고라'의 글도 안 읽고 '촛불문화행사'에 참여도 안 해보고 '실시간 동영상'을 보지도 않고, 싸잡아 천박하다 욕하나 싶어 답답도 하여 글을 쓴다.

 

맞다. 감정이 상하다 보면 때론 허위, 거짓, 부족한 글이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수십 만의 지식이 달라붙고 수백만의 지혜가 더해지면 거짓은 드러나고 진실은 빛을 발한다.

 

오히려 배운 자, 전문가, 대의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엘리트 정치인, 전문 언론인의 논설보다 더 값지고 가치있는 글들이 하나 둘씩 불을 밝힌다.

 

제발 두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렸다고 태양이 없다고 말하는 어리석음을 되풀이 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시민이 소통하여 집단지성을 보여주는 이정표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태그:#집단지성, #천민민주주의, #백분토론, #주성영, #대의민주주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