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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 : 박상규 선대식/ 총괄 이병선
- 사진 : 권우성
- 생중계 : 박정호 문경미 엄수용/ 총괄 김윤상
- 편집 : 김영균
 
 
[최종신 : 20일 새벽 4시]
 
밤 10시부터 5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끝장 토론'은 많은 시민, 누리꾼들이 참여한 가운데 시청광장의 새벽을 뜨겁게 밝혔다. 일반 시민들로 이뤄진 패널들은 정제되진 않았지만, 솔직한 발언을 통해 촛불시민들의 강한 호응을 이끌어냈다. 박수와 웃음이 끊이지 않은 이유다.
 
패널 뿐만 아니라, 누리꾼과 현장 시민들의 참여도 뜨거웠다. 누리꾼들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개진한 내용은 바로 현장에서 발표됐고, 패널이 아닌 많은 시민들이 발언대에 올랐다. 진정한 소통을 보여준 것이다.
 
이날 토론에서는 "대의민주적 기구들이 마비됐다, 국민이 직접 주권을 찾는 비폭력 저항을 끈질기게 계속하자, 우린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시민들의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광장에선 촛불항쟁의 목표에 대한 강경론과 온건론이 치열하게 맞부딪쳤다. "이명박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싸워야 한다"는 강경론이 우세한 가운데 "쇠고기 재협상에 집중해야 한다", "사회개혁운동을 해야 한다"는 온건론도 적지 않았다. "조중동 심판", "공영방송 사수"에는 대부분 참가자들이 동의했다.
 
국민대토론회는 계속된다. 오는 24일에는 토론의 쟁점을 줄여 압축된 2차 토론을 진행하고, 27일엔 최종 결론을 도출하는 3차 토론을 열기로 했다. 이에 앞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20일 저녁부터 48시간 비상국민행동을 통해 숨고르기에 들어간 촛불을 재점화한다.
 
 
[4신 : 20일 새벽 3시 18분]
 
"대안을 얘기해달라."
 
밤 10시에 시작한 국민대토론회가 새벽 2시를 넘어서자 서울광장 한쪽에서 무대를 향해 터져 나온 소리다. 이는 촛불항쟁의 목표에 대한 토론에서 '강경론'이 우세한 가운데 시민들은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라는 논의를 요구한 것이었다.
 
먼저 국민소환제로 이명박 대통령을 퇴진시키자는 의견이 나왔다. 대학생 박지원(24)씨는 "4.19 때처럼 이명박 대통령에게 하야 요구를 해도 응하지 않을 거고, 대통령 탄핵도 거의 불가능하다"며 "남은 건 국민소환제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물러나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언론과 전문가들이 홍보를 해서 당장 이명박 대통령을 소환할 수 없다 해도, 현재 제정돼 있는 주민소환제를 이용해 한나라당부터 소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미(27)씨도 "주민소환제로 압박하는 건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재신임 국민투표에 대한 요구도 있었다. 환경운동가 박진섭(45)씨는 "이명박 정부가 추가 협상안을 수용할 것을 국민에게 요구하고 있는데, 재신임 투표를 하자"며 "국민이 거부하고 반대하면 이명박 정부는 정치적 치명타를 입을 거고, 국민은 명분과 정당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진홍(36)씨는 "언론을 바꾸는 게 먼저"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중동 광고주 압박, <한겨레>, <경향>에 대한 자발적 광고, <오마이TV> 자발적 시청료 납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육성 교육 등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민씨는 "(미국의 의료현실을 고발한) 영화 <식코>를 주말에 KBS, MBC에 방영토록 하고, 얼마 후에 있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대한 홍보도 많이 해 학생들의 촛불을 끄기 위해 교육감, 교장, 교감 수백명을 광장에 푼 사람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임재성(28)씨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라는 사람이 미국이 멕시코를 침략할 때 '내가 왜 침략 전쟁을 하는데 세금을 꼬박꼬박 내야 하느냐'며 인두세 납부 거부를 한 적이 있다"면 '비폭력 불복종 저항 운동'인 세금 납부 거부 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누리꾼들은 인터넷을 통해 촛불집회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측은 "'명박산성'을 넘을 생각을 하지 말고 국민토성을 쌓아 이명박 대통령을 나오지 못하게 하자", "국민 공감대 가지도록 문화적 운동을 하자"라는 등의 제안을 소개했다.
 
 
[3신 : 20일 새벽 2시 25분]
 
"19일 이명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결국 '미안하다, 재협상 안 된다'로 요약된다. 이런 대통령이 정말 필요한가? 정확히 이야기하자. 이런 대통령 필요없다. 우리의 목표는 '이명박 퇴진'이 돼야 한다. 실제로 6월 10일 백만의 시민이 그렇게 외쳤다." - 이화여대 성지현 학생.
 
"좋다. 정말로 퇴진시킨다면 얼마나 좋겠나. 하지만 모든 일은 서둘러서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국민대책회의가 성급하게 정권 퇴진을 선언한 게 아닌가 싶다. 차라리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이 폐기 되도록 조금씩 압박해 나가는 게 옳다." - 30대 남성
 
결국 쟁점은 이것이다. 이명박 정권 퇴진 운동으로 나갈 것인가, 아니면 퇴진이 아닌 정책 전환과 개혁운동으로 갈 것인가. 위의 두 사람은 시민발언자로 나선 이들이다. 두 사람은 각자 생각하는 방향에 대해 힘주어 이야기했다.
 
굳이 구분을 하자면 서울광장에는 '강경파'가 많은 듯하다. 성지현 학생이 발언을 할 때는 박수와 환호성이 여러 번 터졌다. 하지만 "국민대책회의가 성급했다"고 30대 남성이 발언할 때는 "내려와", "4년 이상을 어떻게 더 기다리냐"는 야유와 고함이 끊이지 않았다.
 
패널로 나온 대학생 박지원씨가 "의견이 다르더라도 상대방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하자"고 당부할 정도로 현장의 반응은 뜨겁다.
 
인터넷에서 '고대녀' 혹은 '김다르크'라 불리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김지윤 학생은 서울광장에서도 스타였다.
 
김씨는 시민발언자로 나서 "1% 특권층만을 생각하며 모든 공공영역을 사유화 하려하고, 서민들에게는 미친소 먹이려는 이 정부가 4년 넘게 지속된다면 국민들의 건강과 국토는 결국 거덜나고 말 것"이라고 강경론을 내세웠다. 또다시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다.
 
이어 김씨는 "왜 우리가 4년 넘는 시간을 더 참아야 하느냐, 정권 퇴진 구호는 누가 시킨 게 아니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외친 것"이라며 "재협상 할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는 정부를 퇴진시킬 때까지 촛불은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온건론'도 만만치 않다.
 
패널 임대환씨는 "밤의 촛불을 낮에도 들어야 하고, 낮에도 싸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며 "촛불문화제가 이렇게 장기화 된 건 축제와 저항이 섞였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더욱 장기적인 싸움을 대비하자고 주장했다.
 
이어 임씨는 "이번 여름 바캉스는 시청광장에서 보내자"며 "그렇게 해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촛불정국이 소나기가 아니라 장마, 그리고 사시사철 내리는 비라는 걸 각인시키자"고 제안했다.
 
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임재성씨도 "우리는 그동안 미국산 쇠고기 반대에서 조중동 반대, 공기업 민영화 반대, 그리고 공영방송 사수 등 다양한 이슈를 자연스럽게 외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급격하게 운동의 방향을 정권 퇴진으로 바꾸는 건 적합하지 않다, 우린 벌써 매일 매일 경이로운 승리를 거두고 있다"고 온건론을 폈다.
 
새벽 2시 현재 서울광장에는 약 300여 명의 시민들이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는 사람이 있고, 연인끼리 데이트 삼아 현장을 지키는 이들도 있다.
 
연인과 함께 나온 이선균(28)씨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왔는데, 예상외로 토론이 진지해 <100분 토론>보다 재미있다"며 "어차피 갈 곳도 없었는데 끝까지 지켜보고 떠나겠다"고 말했다.
 
 

 

[2신 : 20일 새벽 1시 5분]

 

"집에서 가족끼리 쉬고 있는데, 강도가 거짓말로 문 따고 들어왔다. 돈 없는 아이들에게 GMO 옥수수 먹이게 하고 아내에게 물 민영화 됐다고 물대포 쐈다. 그렇지만 구급차 부를 수 없다, 민영화됐기 때문에. 그런 세상이 오는데 우린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나?"

 

촛불항쟁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대한 나명수(48)씨의 반문이다. 그는 "잘못된 정권을 퇴진시키고, 한나라당, 조중동, 뉴라이트를 없애야 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500개의 촛불이 켜진 시청광장 여기저기서 박수소리로 터져 나왔다.

 

전문가좌담회가 끝나고 밤 11시 10분부터 시작된 국민대토론회에서는 촛불항쟁의 목표가 '이명박 퇴진', '한나라당 해체', '조중동 폐간'이 되어야 한다는 시민 패널들의 강경한 발언이 이어졌다. 이에 호응하는 박수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하는 김수영(45)씨 역시 '강경파'였다. 그는 "아고라에서는 글 쓸 때 머리말에 '명박퇴진'이라고 단다, 고2 학생이 제안한 이명박 탄핵 천만 목표 서명에는 현재 136만명이 서명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김씨는 "거리에서 시민들은 쇠고기 반대가 아니라 이명박 퇴진, 한나라당 해체, 조중동 폐간을 외치고 있다. 단순히 이명박 대통령만 끌어내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악의 축 한가운데 있는 조중동을 폐간해야 한다"고 외쳤다. 박수소리는 컸다.

 

인도주의실천의사회에서 활동하는 의사 감종명(39)씨도 김씨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반성을 해서 서민경제를 위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없다, 우리가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강경론에 대한 반론도 나왔다. 언론사 취업을 준비한다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회원 김혜미(27)씨는 "이명박 대통령만 퇴진한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퇴진 운동이 아닌 사회를 바꾸는 사회개혁 운동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티 이명박 카페에서 활동하는 민석준씨가 반박하고 나섰다. 민씨는 "사회개혁운동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며 "이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건 앞으로 강부자 내각이 세워질 수 없고, 한나라당이 자기 맘대로 할 수 없다는 신호탄이고, 국민의 힘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씨는 "친재벌적이고, 거대 자본적이고, 국민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가 4년 넘게 남았다, 팔다리만 자르는 게 아니라, 그 근원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시간이 지나자 촛불을 계속 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여러 의견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 중인 서울대 사회학과 대학원생 임재성(28)씨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 상황이다, 계속 촛불을 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젠 공을 의회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7%대인 상황이고, 제1야당의 지지율이 20%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의민주주의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현실과 괴리가 있다. 촛불항쟁 의원님들 덕본 거 없다."

 

 

 

[1신 : 19일 밤 11시 16분]

 

"그동안 많은 토론을 해봤지만, 이번처럼 가슴 설레는 토론은 처음이다. 재협상 때문에 미국의 무역 보복이 온다면 최악의 경우 약 400억원의 피해를 볼 수 있다. 국민 1인당 약 900원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사회에 재산을 환원한다고 했으니 큰 걱정은 하지 말자."

 

이해영 한신대 교수의 모두 발언에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다. 밤 11시 현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는 '대단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가 주최하는 국민 대토론회다. 주제는 '광우병 쇠고기 촛불운동,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 늦은 밤이지만 서울광장에는 시민 약 500여명이 땅바닥에 앉아 토론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다.

 

먼저 밤 10시부터는 전문가 토론이 열리고 있다. 이 자리에는 이해영 교수를 비롯해,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전국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이 참석했다. 사회는 황상익 서울대 교수가 맡고 있다.

 

이들은 먼저 모두 발언을 통해 19일 오후에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평가했다.

 

박상표 정책국장은 "이 대통령이 오늘 두 번째 반성문을 발표했는데, 아직 반성문을 너무 못 쓴다"며 "이 대통령에게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도록 보청기가 필요한 것 같다"고 일갈했다. 이에 시민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박수를 보냈다.

 

우석균 정책실장은 "이 정부가 아직 국민 무서운 걸 모르고, 국민들을 바보로 알고 통제하려는 것 같다"며 "오늘 이 대통령의 담화문을 듣고 '이분 정말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 정책실장은 "대통령은 공기업 민영화 안 하겠다며 선진화라는 표현을 썼는데, 사실상 민영화 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정부의 방송민영화 추진 계획을 알고 여의도로 촛불을 들고 행진하는 마당에 아직도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들은 이런 전문가들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멋져부러!", "이명박은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밤 늦은 시간에 열리는 토론이라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이란 우려는 이런 시민들의 참여로 점차 기우가 되고 있다.

 

시민 이미선(29)씨는 "내일(20일) 출근이 걱정되긴 하지만, 새벽 3시까지 자리를 지켜볼 예정"이라며 "40일이 넘게 지켜온 촛불이 향방이 결정되는 자리라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또 정찬영(32)씨는 "오늘 밤 나에게 발언 기회가 온다면, 이제 우리도 할만큼 했으니 '명박산성'을 넘자고 말하고 싶다”며 "오늘 기자회견에서 나타났듯이 대통령은 아직 우리의 요구가 뭔지 모른다, 더 강하게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토론을 생중계하는 <오마이TV> 등을 통해 댓글로 참여할 수 있다.

 

 
 
[관련기사 | 이명박 대통령 특별 기자회견]

태그:#촛불 대 명박산성,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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