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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기록을 남기며 성장해온 네이버는 현재 한국 인터넷 시장의 대표주자다.
 눈부신 기록을 남기며 성장해온 네이버는 현재 한국 인터넷 시장의 대표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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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포털 1위, 집단지성으로 진화한 지식검색, 단기간에 시장을 평정한 블로그.'

네이버가 시장에서 보여준 눈부신 결과다. 더 나아가 구글이 점령하지 못한 처녀지인 우리나라를 지켰다는 자부심을 심었고 세계로 뻗어가는 한게임으로 안정적인 수익과 글로벌 경쟁력을 쌓았다.

그러나 오늘 나는 이 눈부신 기업, 네이버가 위기에 빠져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왜 그럴까?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 기업은 사회로부터, 특히 정치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미묘한 사안을 건드리보다 후폭풍을 피해가려는 기업의 고민이 커질수록 네이버는 누리꾼의 광장에서 통제된 광장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네이버가 '금칙어' '실시간급상승검색어' '광우병'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최근 네이버가 '금칙어' '실시간급상승검색어' '광우병'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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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에 대한 건전한 토론을 활성화하고, 네티즌 여러분들이 의도하지 않게 선거법을 위반하게 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선 D-100일부터 선거일인 12월 19일까지 정치 기사의 덧글을 정치 토론장으로 일원화합니다."

네이버가 지난 대통령 선거 전 내건 공지문이다. 선거법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취지였겠지만, 가뜩이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상황이라 비판이 거셌다.

최근 촛불집회와 관련해선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조작', '의도적 금칙어 설정', '보수화된 편집'등의 의혹을 받으며 네티즌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더 나아가 지난 대선 때 MB캠프의 뉴미디어 간사였던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의 "네이버는 평정됐다"는 발언이 기사화되어 정치적 중립성을 주장하던 네이버가 역으로 더 정치적이라는 지적을 받게 됐다.

MB정부가 광화문 사거리에 컨테이너를 설치하여 교통의 흐름을 끊었다면, 네이버는 인터넷 사거리에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조작 의혹', '금칙어' 등의 사이버 컨테이너를 설치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비난이 설상 의혹이며 네이버의 주장처럼 진실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사용자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이용자들에게 의심 받는 네이버

"뉴스서비스는 가장 큰 오해를 받는 서비스입니다. 광우병의 위험과 촛불 문화제 등에 대해서 소극적이거나 정부에 유리한 방향으로 뉴스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일부에서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네이버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이용자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정보를 신속하고 충실하고 다양하게 제공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네이버가 실시간급상승검색어의 순위를 조작해 여론을 호도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실시간급상승검색어는 누리꾼들의 현재 관심사와 트렌드를 보여주는 서비스입니다. 실시간급상승검색어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동시에 입력한 수많은 수의 검색어를 순간순간 자동으로 처리해 순위를 보여줍니다. 인위적 조작이 있을 수 없습니다. 다만, 이용자 보호와 피해방지를 위해 개인정보, 명예훼손, 음란성, 상업적 목적의 광고 및 범죄 행위와 관련된 검색어에 한해 관련 법률에 따라 노출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독일 월드컵을 앞둔 지난 2006년 5월, 일부 상업성, 음란성 사이트에서 afreeca.com의 서비스를 악용해 네이버 뉴스 댓글에 이용자에게 피해를 주는 불법광고를 뉴스 댓글에 집중적으로 게시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또한, afreeca.com에 올려진 특정ID의 동영상 홍보 댓글들이 과도하게 올라와서 정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웠습니다. 네이버는 부득이하게 afreeca.com 도메인과 이를 변형한 상업·음란성 온라인 주소를 뉴스 댓글에 한해 금칙어로 처리했습니다."

네이버가 최근 논란에 대해 밝힌 해명글이다. 네이버가 실시간급상승검색어를 조작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배경은 시스템 자동화다.

하지만 이상하다. 네이버가 구글보다 한글 검색 시장에서 우세했던 이유는 '시스템 자동화'가 아니라 손으로 하는 '노가다' 때문이었다. 네이버에 있는 많은 일꾼들이 자동 검색 결과를 배경으로 편리하게 재편집하면서 우리 입맛에 맞는 통합 검색이 탄생한 것이다. 이것이 한국포털의 특징이 됐다.

한국형 통합검색은 작은 시장 대한민국을 거대 기업 구글로부터 지켜냈지만, 데이타베이스가 증가할수록 수작업의 한계가 드러내는 취약점, 누군가 필터링을 한다라는 지적을 피해가기 어렵다.

논란이 됐던 네이버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논란이 됐던 네이버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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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실시간급상승검색어 순위가 순식간에 바뀌거나 사라지는 것을 체험한 네티즌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금칙어 설정 역시 네이버의 주장에 따르면 2년 넘게 아프리카가 금칙어로 지정됐다는 말인데 그대로 믿기는 쉽지 않다. 물론 기술적으로 네이버의 서버와 로그파일 분석을 할 수 없는 처지에서 네이버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를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

시장에만 충실한 기업?

네이버가 유독 이와 같은 문제의 도마에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네이버 자체의 문제일까? 또는 인터넷 환경의 변화 때문일까? 아니면 네티즌 수준을 못 따라오기 때문일까?

살펴보면 네이버는 시장에 충실한 기업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언제 맥없이 사라져버릴지 모르는 시장의 냉엄한 현실 앞에 노심초사하는 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친시장적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촛불집회로 미디어다음의 아고라가 얼마나 큰 경제적 수익을 거두었을까? 영향력은 확대됐을지 모르지만, 수익면에서는 그렇게 크게 개선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아고라에 사람이 많이 모일 수록 정부의 여러기관으로부터 의심을 받게 되고 서버 증설 등의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 미디어다음 아고라의 인기에 비해 별 실속 없이 뒷처리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 우리 기업의 현실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어찌 보면 자본주의 자유 기업의 전통을 고수한 셈이다. 애초에 골칫덩어리인 정치적 사안을 정치적 중립이라는 그럴듯한 핑계거리로 피해가면서.

네이버와 구글은 인터넷 검색 시장에 후발주자로 등장하여 강자가 된 점, 미국과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측면에서 자주 비교된다. 물론 현재 매출크기나 글로벌 이름값 등에서 비교할 수 없는 크기지만, 구글이 성장한 배경에 개방이라는 환경 변화에 능동 대응한 점이 있다.

구글은 값비싼 전문가 콘텐츠인 구글맵 등을 개방형 응용인터페이스(open API)로 한 반면, 네이버는 누리꾼이 만든 지식검색 UCC마저도 자사의 것인양 개방하지 않고 있다. '지식IN'이 대표적 예다. 저작권자는 만든 사람이 가지는 것이 온당한데, 네이버는 자신들만 그 정보를 움켜쥐고 있다.

다시 말하면 네이버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네이버에 들어가야 한다. 반면 'power by google'만 붙여주면 어떤 벤처기업도 구글의 핵심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다.

이런 개방성의 문제는 다양한 서비스들을 묶어 소셜 플랫폼(platform)으로 진화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구글은 여러 벤처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개방하여 콘텐츠 흐름의 물꼬를 텄다. 네이버는 여러 벤처기업들을 불평등한 관계로 자사로 끌어들여 거대한 사해에 콘텐츠를 묶어놓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와 같은 네이버의 전략은 비단 네이버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우리 나라 인터넷 생태계를 망친다는 점에서 포털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정보유통의 왜곡 현상 역시 이런 측면에서 네이버가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할 몫이다.

안티 네이버, 무엇부터 해결해야 할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로 네이버는 포털 1위라는 오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터넷 생태계 보호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직접민주주의의 다양한 가능성에 네이버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

포털의 생명은 정보 검색을 통한 자유로운 정보 유통에 있다. 자유로운 정보유통을 가로막는 모든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우선 네이버는 의혹을 밝힐 수 있도록 로그분석 파일 등을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공개하여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왔을뿐 자의적 개입이 없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둘째 클릭 한 번으로 쉽게 실시간급상승검색어, 금칙어 지정 등이 가능한 기술 환경을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면 금칙어를 지정할 때 '어느 날 어느 시간 누구 누구의 지시로 어떤 이유 때문에 금칙어를 지정하게 되었다'는 일련의 제도적 처리 과정과 기술적 로그파일을 따로 보관하여 의문을 품는 누리꾼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권력과의 핫라인에서 생길 수 있는 의혹을 줄여나갈 수 있는 기록 장치를 구비해야 한다. 핫라인은 소통을 통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돕자는 것이지, 권력과 외압에 누리꾼의 의사가 삭제되거나 추락하는 것이 아니다.

누리꾼들은 다음과 같은 고민을 함께 해야 한다.

첫째, '광클'(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클릭을 미친 듯이 함)과 같이 누리꾼 스스로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일들을 하지 않아야 한다. 전·의경의 개인정보를 유포하는 것과 같은 마녀사냥도 자제해야 한다.

둘째, 문화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여도 제도와 정치가 못 따라오면 무용지물임을 깨달아야 한다. 온라인이 광속으로 달려도 오프라인이 규제 일변도의 경로의존성에 익숙하거나 제도 정치권이 포털의 운영과 네티즌의 문화발전을 가로 막으면 온라인은 멈춰 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도와 정치가 촛불문화행사의 문화와 기술을 따라오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네티즌들은 왜 자신들이 올린 지식검색에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는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네이버에 올라간 지식검색의 결과가 엠파스와 다음에도 검색되어 같은 지식을 두 번씩 쓰지 않아도 되고, 'Ctrl+c'와 'Ctrl+v'의 노가다를 하지 않도록 권리자로서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누리꾼이 지식검색에 답글을 단 것은 공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좋은 정보를 나누고자 경제 이익을 포기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네이버는 지식검색의 경제 이익을 독차지하고 함께 쓰야 할 지식검색을 다른 포털과 벤처 기업이 쓰지 못하게 정보의 흐름을 막고 있다.

네이버의 문제는 사회구조적 원인도 크다. 네이버가 지레짐작하고 움츠려들었거나, 오프라인 정치가 방통위 등을 앞세워 압력을 행사하였을 개연성은 우리나라 기업현실을 볼 때 충분히 있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뛰어넘어 이용자들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기 위해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네이버의 손에 달려 있다.


태그:#촛불문화행사, #강장묵, #네이버, #집단지성, #사이버컨테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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