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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서울지방경찰청 이동환 경정님. 님께서 쓰신 <오마이뉴스> 지난 13일자 기사 잘 보았습니다. 지적하신 경찰의 불법강박증에 공감합니다. 지난 12일 'MBC 100토론'에서 나온 방청석 한 여대생의 "촛불집회는 불법집회"라는 발언을 보면, 경찰 뿐만아니라 국민들도 일부 불법강박증 아니 투철한 준법의식 때문에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검찰과 경찰에서 촛불집회는 불법집회라고 계속해서 외치다 보니 집회에 참여하는 수많은 국민들 또한 마음 한구석 불법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찜찜한 생각을 떨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정부와 검찰 공안부는 배후세력 끝까지 찾겠다고 나서다가 이제는 불법집회라고 해산을 명령하는 것을 보니 그래도 다행입니다. 없는 배후세력 찾다가는 촛불집회가 이명박 정부 임기말까지 갈지도 모를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경정님의 글을 통해 배후세력 운운하는 것에 대한 황당함을 넘어, 이제는 촛불집회가 과연 불법집회인지 법리적 접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신고부터 하라구요? 경찰은 야간 촛불집회 허용할 준비가 돼 있습니까 

 

이동환 경정님, 님의 글에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지만, 지적하고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첫째, "경찰의 '불법강박증'을 풀어주기 위해 야간 촛불집회를 당당히 신고하고 정부와 경찰은 유연성을 발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촛불문화제'는 미신고 불법집회라는 대법원 판결도 언급하셨습니다. 먼저 시민들이 생각을 바꾸어야 된다고 말씀하시는 것으로 들립니다.

 

근데 묻고 싶습니다. 지금 경찰 당국은 신고하면 야간 촛불집회를 허용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왜 촛불집회를 집회라 하지 못하고 문화제라고 해야 할까요. 국민들을 '호부호형' 못하는 홍길동 신세로 만든 것은 정부와 경찰당국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이제 당당하게 신고하고 야간집회를 개최할 수 있는 시민의식과 역량이 성숙했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와 경찰당국이 이런한 시민의식을 못 따라 오는 것 입니다.

 

근본적으로 묻습니다. 지금과 같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오는 우발적 집회를 누가 신고합니까. 그 인원수 등을 누가 예측해서 신고합니까. 우발적 집회도 신고의무가 있습니까. 우리 대법원은 1991년 이미 우발적 집회의 경우 사전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처벌할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경우 1985년에 이미 동일한 결정을 했습니다.

 

둘째, "일각에서 경찰(청장) 책임론을 거론한다…. 중간에 낀 어쩔 수 없이 끼인 경찰의 희생을 전리품으로 챙겨 시민투쟁의 승리를 확인하겠다는 발상은 그 역시 대다수 시민들의 합의와 동의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라고 하셨습니다.

 

전경의 군홧발에 수차례 걷어차이고 이후에도 전경들로부터 구타를 당해서 뇌진탕 증상까지 보였던 피해 여대생은 자신을 가혹하게 구타한 전경의 구속과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구타한 전경 찾아서 구속하겠다고 한 것은 경찰과 검찰당국입니다. 말씀하신 어쩔 수 없이 끼인 한 전경의 희생에 반대한 것도 수많은 시민과 네티즌들입니다. 시민들은 어쩔 수 없이 끼인 전경들을 비난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들의 불법폭력마저도 눈감아 주려 합니다.

 

그러나 어청수 경찰청장은 어쩔 수 없이 끼인 사람이 아닙니다. 시민들의 평화적 집회를 보호할 의무가 있고, 전경들이 방패로 시민들을 찍어 내리고 물대포로 쏘며 부상을 내었다면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는 분입니다. (어 청장이 아니면) 이명박 대통령이 책임지는 것이 더 나은 것입니까. 이명박 대통령 지키다 벌어진 일이니까요.

 

지금 검찰 당국은 경찰의 멱살만 잡아도 구속시키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경찰 '멱살'만 잡아도 구속시키겠다면서...

 

이동환 경정님, 2008년 대한민국 집회의 자유를 다시 생각합니다. 헌법이 보호하고 있는 집회의 자유에 대해서 일선 경찰 뿐 아니라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분들을 포함한 일반시민들도 혼돈 상황에 있는 것은 마찬가지 인것 같습니다.

 

차분히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이제는 우리 집시법을 헌법합치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우리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합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는 집회의 장소, 방법 뿐만 아니라 시간도 자유롭게 결정할 권리를 포함합니다. 물론 집회의 자유는 평화적 집회를 말합니다. 하지만 대규모 집회에서 일부 폭력행위가 있다 하더라도, 그 집회 자체는 평화적 집회에 해당합니다.

 

물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 집회의 자유는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촛불집회의 경우 불법집회라고 주장되는 근거는 첫째 미신고집회, 둘째 야간집회 금지위반, 셋째 도로점거로 인한 교통방해 입니다.

 

첫째, 미신고 집회의 경우 집시법 제6조 위반에 해당합니까? 물론 집회는 집시법 6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사전신고를 해야합니다. 그러나 사전신고 의무를 이유로 해서 지금처럼 경찰의 사전허가제로 재량권을 남용하는 경우에는 헌법 위반입니다.

 

집시법은 단지 헌법상의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목적으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집시법 제1조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입법 목적입니다. 평화적 집회는 헌법이 보장하는 적법한 집회입니다. 촛불집회는 평화적 집회입니다.

 

무엇보다 지금과 같은 촛불집회는 우발적 집회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주최자도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발적 집회의 경우 사전 신고의무를 부과할 수 없습니다.

 

또한 도로를 점거하고 앉아 있는 촛불을 들고 연좌시위를 하는 시민들을 향해 경찰들은 외쳤습니다. "여러분들은 사전신고 하지 않은 불법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연좌시위의 경우 사전신고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해산시킬수 없습니다. 독일의 헌법재판소도 1992년에 이미 사전신고가 없다하더라도 연좌시위와 같이 평화적인 집회는 보호돼야 한다고 결정하였습니다.

 

둘째 야간집회금지위반의 경우, 경찰은 집시법 제10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집시법 10조는 야간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야간집회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우선 헌법과 명백히 배치되는 조항입니다. 우리 헌법은 제21조에서 원칙적으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집회의 자유는 집회시간 선택의 자유도 포함됩니다.

 

헌법이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것을 하위법에서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에 해당합니다. 집시법 10조는 최소한 원칙적으로 야간집회를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으로 개정되어야 합니다.

 

또한 야간집회금지 조항이 지금처럼 집회를 금지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야간집회금지조항을 삭제하는 법개정이 더욱 바람직합니다.

 

셋째, 경찰은 도로점거는 교통방해이며 이는 집시법 12조 위반이라고 주장합니다. 촛불집회 참여 시민들이 도로를 점거한다고 하여 바로 집시법 12조 위반은 아닙니다. 지금과 같은 평화적 집회를 교통방해를 이유로 불법집회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촛불집회의 목적이 교통방해에 있지 않고 '국민건강'이라는 국가가 책임져야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집회의 성격을 띠는 등 공익목적의 집회이므로 그 법익이 원활하게 교통하고자 하는 일부 시민들의 이익보다 더 크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반 국민 누군가도 교통방해를 이유로 경찰에 진정을 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경찰당국이 콘테이너 쌓고 경찰차들로 도로를 막아 교통방해를 하고 있습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행진을 하고자 합니다. 행진하고 지나가면 교통은 자연스레 원활히 소통되는 것은 아닌지요.

 

 

집시법에도 청와대 100m 앞 집회는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동환 경정님, 2008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경찰과 전경들의 불법강박증이 지금까지 설명으로도 아직 풀리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조금더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경찰당국의 법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법률 자구 하나 하나에 매몰되어 있으면 집시법이 추구하는 숲을 보지 못합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측면에서 집시법은 기능해야 합니다. 촛불집회는 평화적인 집회입니다. 독일을 포함한 정상적인 민주국가에서는 흉기를 휴대하지 않는 평화적인 집회는 적극 보장됩니다. 촛불이 흉기가 아니지 않습니까.

 

경찰당국, 어청수 경찰청장님께도 묻고 싶습니다. 왜 청와대로 촛불을 든 시민들은 행진을 하지 못하는 것 입니까.

 

우리 집시법 11조 제2호에 따르면  최소한 대통령 관저(청와대) 경계로부터 100미터 이내에서만 집회가 금지됩니다.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청와대까지 경찰 눈으로 보면 딱 100미터입니까? 아닙니다.

 

혹시 집시법 제11조 제4호 외교기관 근처 시위금지조항을 보고 또 잘못 해석해서, 또는 청와대에 프렌들리하게 해석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순신 장군 동상 넘어 미국대사관이 있지요. 하지만 위 조항은 "해당 외교기간을 대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집회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또 집시법 11조 제4호에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에 집회가 허용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는 대사관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를 말합니다.

 

촛불든 국민들은 미국대사관 갈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행진은 적극적으로 보호해 주어야 합니다.

 

하나 더 짚고 넘어 가겠습니다. 독일의 경우도 집회금지구역이 있습니다. 단지 국회와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집회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위헌이라는 법조계 시각이 많습니다. 참고로 독일은 우리처럼 담의 문화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담의 문화입니다. 청와대 본관건물로부터 수백미터 떨어진 경계는 큰 담으로 철옹성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청와대 경호실이며 경찰들이 수 겹으로 지키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총리공관(Bundeskanzleramt, 우리의 청와대)은 밖에서 지키는 사람도 없고 단지 감시 카메라 몇 대와 사람 키보다 낮은 총리공관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가느다란 철재 울타리가 있을 뿐입니다.

 

우리 청와대는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요. 집시법에서 보장한 청와대 100미터 앞 집회도 보장 못할 정도로 경찰은 지금 법을 어기고 있습니다.

 

 

집시법 3조 "누구든지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이동환 경정님, 집시법 제3조는 "누구든지 폭행, 협박, 그 밖의 방법으로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하거나 질서를 문란하게 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평화적인 집회를 방해해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어청수 경찰청장님 휘하의 경찰이 집시법 3조를 엄연히 위반하고 촛불을 든 시민들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면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혹시나 촛불을 들면서도 불법이 아닐까 걱정하면서, 법 위반을 각오하면서 촛불을 드시는 분들의 불법강박증을 풀어주고 싶습니다. 더하여 어청수 경찰청장을 비롯한 시위진압을 맡는 경찰과 전경분들께 우리 헌법이 보호하고 있는 집회의 자유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혹시나 이 글이 이동환 경정님을 비롯한 경찰청 시위담당하는 분들께서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불법강박증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말씀으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4.19의거도, 5.18광주민주화운동도, 6.10항쟁도 당시 경찰 당국의 눈에는 불법집회였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이를 불법집회라고 하나요? 심지어 분노한 시민들은 당시 쇠파이프와 각목마저도 들었지만.

덧붙이는 글 | 남경국 기자는 독일쾰른대학교 국가철학및법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입니다.


태그:#촛불집회, #촛불문화제?, #집회의 자유, #평화적 집회, #우발적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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